강대국 진날 소왕이 조왕에게 만나자고 하였다. 조왕은 가고 싶지 않았지만 염파, 인상여가 말하였다.
"왕께서 가지 않는다면 조는 약하고 겁쟁이라는 것을 보이는 것입니다."
조왕이 드디어 가기로 하고 인상여가 왕을 수행했다.
염파는 경계까지 전송하고 왕과 결별하면서 말하였다.
"왕께서 진왕과 만나는 기일은 30일이면 충분할 것입니다.
만약에 30일이 되어도 왕께서 돌아오지 못한다면 청컨대 태자를 왕으로 세워서 뒷일을 도모하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왕이 이를 허락하였다.
면지에서 진왕과 조왕이 만났다.
진왕과 조왕이 술을 마시고 술에 취하자, 진왕이 조왕에게 비파를 뜯어달라고 청하니 조왕이 이를 탔다.
인상여가 다시 진왕에게 북을 쳐달라고 하니 진왕이 이를 하려 하지 않았다.
인상여가 말하였다.
"신이 청컨대 제 목의 피로 진왕을 적시도록 하여 주십시오!"
주변에서 인상여를 칼로 찌르려 하자, 인상여가 눈을 크게 뜨고 그들을 꾸짖으니 좌우에서 함부로 나서지를 못하였다.
진왕이 기뻐하지 않았지만 북을 한 번 쳤다.
조왕이 귀국하여 인상여를 상경으로 삼고, 지위는 염파의 위에 있게 하였다.
염파가 말하였다.
"나는 조의 장군으로 성을 공격하거나 들에서 싸운 공로를 가졌다.
인상여는 원래 천한 사람이고 헛되이 입만 가지고 지위가 나의 위에 있으니 나는 수치스러워서 차마 그 아래에 있지 못하겠다."
선언하여 말하였다.
"내가 인상여를 보면 반드시 그를 욕보이겠다."
인상여가 이 말을 듣고 함께 만나려고 하지 않고, 조회가 있을 때마다 항상 병이라고 하면서 서열을 다투려 하지 않았다.
밖에 나와서는 멀리서 쳐다보이기만 해도 번번이 수레를 이끌고 숨어 버렸다.
그의 측근들은 모두 수치스럽다고 생각하였다.
인상여가 말하였다.
"그대들이 보기에 염장군은 진왕과는 어떠한가?"
말하였다.
"진왕만은 못하지요."
인상여가 말하였다.
"무릇 진왕이 위엄을 부렸을 때 나 인상여는 조정에서 그를 꾸짖고 그의 많은 신하들을 욕보였는데, 나 인상여가 비록 아둔하다고 하지만 다만 염 장군만을 두려워하겠는가!
생각해 보건대 강한 진이 감히 우리 조에 넘보지 못하는 것은 다만 염파장군과 나 임상여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 두 호랑이가 함께 다투면 그 형세는 둘 다 살지 못하게 될 것이다.
내가 이렇게 하는 까닭은 국가의 급한 일을 먼저 생각하고 사사로운 원수는 다음으로 하는 것이다."
염파가 이 말을 듣고 웃옷을 벗고 가시를 짊어지고 문 앞에 와서 사죄하니, 드디어 서로 마음으로 교류하였다.
이로써 강한 진나라도 조나라를 함부로 넘나들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