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와 단상 22]소가 되고 싶었지만

행복을 찾아서

by 작은별송이

소가 되고 싶었지만


“밥 먹고 바로 누우면 소 된다.”


할아버지의 그 말씀,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진짜이길 바랐습니다

교실에서 아무도 내 인사를 받아주지 않던 날

소가 되고 싶었습니다

급식 시간에 풀잎만큼만 먹고

운동장 한 구석 등나무 벤치에 나뭇잎처럼 누웠습니다

목장의 소들과 나란히 풀을 뜯고 싶었습니다

움머어 움머어, 누가 이겨도 기분 좋은

노래자랑이 하고 싶었습니다

풀벌레들과 게으르게 눈싸움이나 하다가

푹 잠이 들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소나기만 맞았습니다

소나기도 거짓말 같았습니다



sticker sticker

"밥 먹고 바로 누우면 소 된다."


어릴 때 밥만 먹으면 발랑발랑 눕던 제게 할아버지가 하시던 말씀입니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소처럼 부지런한 분이셨습니다.

그래서 소가 게으른 동물인지, 부지런한 동물인지 헷갈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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