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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정상성’ 배우기 3

연구참여자는 문화적으로 요구되는 “온순한 몸”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훈육 방식으로 일반적인 자세, 움직임, 겉모습을 연습하도록 강요당했다(Foucault, 2020).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김수현은 다른 사람들과 다른 모습은 좋지 않은 것이라고 이해하게 되었다. 연구참여자는 장애인에 대한 사 회적 비하를 계속 견디며 살아와야 했으며, 이것은 그녀를 심리적으로 위축시켰으며, 한동안 사회 적으로 고립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나의 18살 생일날, 엄마는 독일에서 어깨에 메는 핸드백을 두 개 사주었다. 엄마는 가방을 사주면서 잠깐이라도 내 기분이 즐거워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가방 한 개는 가 죽으로 만든 사각형으로 된 작은 검은색 가방이었는데, 중간에 금색 하트 모양으로 버 클이 달려 있었고, 가족 모임 때 들고 다니라고 했다. 그리고 다른 한 개는 조금 큰 천으로 된 가방이었는데, 노란빛과 주황색이 섞인 동그란 복조리 모양에 리본으로 만 든 가죽 고리가 달려있었다. 엄마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친구들 만나서 카페나 영화 를 보러 갈 때 이 가방을 들면 좋을 거라고 했다. 그리고 아빠는 대학에 가면 친구들 과 좋은 시간을 많이 보내라고 했다.

나는 한쪽 어깨가 다른 쪽에 비해 조금 내려 앉아있다. 그래서 올라간 어깨에 가방 을 메면, 가방을 메지 않은 어깨가 내려가 있어서 이상해 보였나 보다. 엄마는 내가 가방을 메고 나갈 때마다 한쪽 어깨를 의식적으로 위로 올리고 다니라고 하거나, 아니면 가방을 내려가 있는 어깨에 메서 이상해 보이지 않게 하자고 했다. 내려  앉아있는 어깨로 물건을 들면 나는 매우 아프다. 그래도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이상하게 보이지 않고, 예뻐  보이려고, 많이 노력했다. 하지만, 언제나 누군가에게 지나가는 말로 어딘가 모르게 이상하다는 지적을 듣곤   했다. 그런   말들을 여러 번   듣게 되면서 나는 나가기도 싫어지고, 누군가와 같이 걷는 것도 싫어졌다. 그리고 그냥 숨어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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