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배니아란 게임 장르는 헤매면서 능력을 얻고, 그걸 사용하여 맵을 넓혀가는 장르입니다. 이는 모험심을 자극하는 동시에 의욕을 떨어트리는 양날의 검이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게임 경험이 적은 분들이 자기가 왜 방황해야 하는지 이해를 못 하기 때문입니다. 워낙 비선형적 동선의 극치를 달리는 장르라서 어쩔 수 없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실 그 장르의 시초 중 하나인 [메트로이드 시리즈]는 수많은 방이 복잡하게 붙어있지만 동선은 선형적입니다. 그리고 같은 방을 몇 번이나 지나가도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 요소가 많아서 유저가 방황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요소가 많습니다. 가장 최신작인 [메트로이드 드레드](이하 드레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이번엔 그 시리즈가 어떻게 맵을 만들어왔는지 [드레드]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위 사진은 전체 맵 중 일부다
메트로배니아 식 맵 구조
앞서 언급했듯 메트로배니아 게임의 맵은 공통으로 문이 여러 개 달린 방을 다양하게 만든 후 이어 붙인 것입니다. 그리고 그 문은 다양한 자물쇠로 잠겨있고, 열쇠에 해당하는 능력으로만 열 수 있습니다. 유저는 탐험을 통해 능력을 얻을 때마다 갈 수 있는 곳이 점점 많아집니다. [메트로이드 시리즈]는 이 규칙을 교묘하게 이용합니다. 이 작품은 유저가 지나갔거나 앞으로 갈 길을 계속 막아버립니다. 두 길 다 가봤자 의미 없이 헤매기 때문에 봉인한 겁니다.
현재 왼쪽 문으로는 갈 수 없다
결국 유저는 그나마 열린 길로만 이동하여 새로운 능력을 얻습니다. 그 후 갈 수 있는 곳만 골라서 진행하다가 이미 지나갔던 방으로 돌아옵니다. 맵 구조가 그런 미로로 구성된 겁니다. 유저는 이때 새로 개방한 능력으로 잠긴 문을 열고 탐험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메트로이드 시리즈]와 [드레드]는 이걸 계속 반복하며, 유저가 미로를 탐험하면서 얻은 것들을 나침반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같은 방이지만 능력과 진행 순서에 따라 다르게 지나간다
하지만 위 내용을 실행하려면 조건이 여럿 붙습니다. 그중 하나는 자물쇠와 열쇠를 대량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열쇠에 해당하는 능력 중에 와이드 빔, 차지 빔, 웨이브 빔 등이 있습니다. 각자 다른 능력을 갖췄지만 사실 조작법은 똑같습니다. 새로운 효과가 차지 공격에 추가되는 방식입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열쇠를 많이 만들면 게임이 많이 진행돼도 같은 방식을 반복하여 유저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와이드 빔, 차지 빔, 미사일 등이 열쇠로 쓰인다
유저를 학습시키기
하지만 위 내용을 실행하려면 조건이 여럿 붙습니다. 그중 하나는 자물쇠와 열쇠를 매칭하는 것, 즉 20개 이상의 능력이 각각 어떤 문을 열 수 있는지 유저가 알아내는 것입니다. 글과 영상으로 가르쳐주긴 하지만, 유저는 기본적으로 게임에서 글자 읽기 싫어해서 스킵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드레드]는 능력을 3단계로 나눠서 학습시킵니다.
설명이 자세하지만 읽기 귀찮다
1단계는 막힌 문을 그냥 보여주기입니다. 능력을 얻기 전이라서 유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걸 넌지시 알려줍니다.
아직 차지 빔을 못 얻어서 문을 열지 못한다
2단계는 능력을 얻고 글과 영상으로 설명하기입니다. 유저에 따라 자세하게 읽거나 스킵할 수 있지만, 어쨌든 가장 자세하게 알려주는 과정입니다.
나중에 또 볼 수 있다
3단계는 실천하기입니다. 주인공은 특정한 방에서 능력을 얻을 때가 많습니다. 그때 새로운 힘을 사용하지 않으면 탈출하지 못하게 가둬버립니다. 워낙 쉽게 나갈 수 있을 뿐 새로 얻은 능력을 쓰라고 강요하고 있습니다. 그 후 1단계에서 봤던 문을 바로 보여줍니다. 이제는 문을 여는 방법을 터득했기 때문에 문제없이 지나갈 수 있고, 이를 2~3번 정도 연속으로 더 쓰게 해서 완벽하게 습득하도록 합니다.
이제 앞서 봤던 문도 열 수 있다
시선 끌기
지금까지 언급한 것들만 이용해도 비선형적 맵에 선형적 동선을 넣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저는 개발자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존재가 아닙니다. 그들이 메시지를 파악하지 못하거나, 길은 알아냈지만 다른 곳을 탐색하다가 헤매는 경우도 분명 존재합니다. 이는 유저의 잘못이 아니라 그만큼 다양한 유형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문 외에도 시선을 끄는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이때 가장 자주 쓰이는 건 업그레이드 아이템입니다. [어 햇 인 타임]에서도 설명해 드렸듯 사람은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것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드레드]에선 미사일이나 에너지 탱크가 그 미끼 역할을 하며, 그걸 많이 획득할수록 미사일 개수와 체력이 늘어납니다. 그만큼 전투 난이도가 내려가기 때문에 가능하면 꼭 획득해야 한다는 인식이 게임 초반부터 잡힙니다.
미사일을 감싼 오각형이 돌아가고 있다
그 외에도 뒷배경으로 시선을 끄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인공이 마그마 중앙 시스템을 건드리면 마그마가 파이프를 타고 흐르면서 몇몇 문이 열리거나 닫힙니다. [드레드]에선 그걸 처음 실행할 때 카메라가 마그마를 따라 움직이는 걸 컷 신으로 보여줍니다. 그게 흘러가면서 문 잠금장치가 작동하기 때문에 유저는 배경 화면에 있는 마그마 파이프를 따라가야 하며, 이 사실을 컷 신으로 보여주는 겁니다. 의미 없는 방황을 방지하고 진행을 원활하게끔 만드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갈 필요 없는 길을 막는 용도이기도 하다
장애물
지금까지는 길을 잘 찾게 해주는 요소만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게임의 재미는 스스로 잘한다고 느낄 때 오는 것입니다. 그것을 얻기 위해 장애물이 되는 스트레스 요소도 같이 있어야 합니다. 그걸 위해 [드레드]에 추가된 게 E.M.M.I.입니다. 그 적은 E.M.M.I. 존에만 돌아다니는 로봇이며, 대부분의 공격도 통하지 않고, 패링으로 벗어나기도 어렵고, 주인공을 한번에 처치할 정도로 매우 강력합니다. 본 작품의 부제에 걸맞는 존재라서 유저는 E.M.M.I. 존에 들어갈 때마다 사력을 다해 그들에게서 도망쳐야합니다. 그때 방마다 문이 많은 게임 특성상 달아나는 데 집중하다보면 길을 잃기 쉽습니다. 그래서 진행이 막히면 그 지독한 곳에 다시 들어가 다른 문을 찾기도 합니다. 게임에서 안전지대와 위험지대가 분명하게 나뉠 때, 그곳들을 넘나들면서 발생하는 긴장감과 카타르시스는 공포 게임의 묘미이기도 합니다.
잡히면 99% 죽는다
또 다른 장애물로 숨겨진 벽이 있습니다. 그 벽은 보통 막다른 길에 있으며, 유저의 공격으로 부서지는 물체입니다. 시리즈 전통으로 있는 요소이지만 초심자에겐 공략을 찾게 만들 정도로 악랄하기도 합니다.
부서지는 벽을 숨기는 건 메트로이드 전통
추천
[드레드]는 가격 대비 플레이 타임이 짧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운로드판 64,800원에 필자는 8시간만에 엔딩을 봤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감탄만 하게 만들 정도로 레벨 디자인의 수준이 매우 높습니다. 메트로배니아 장르를 좋아하시거나 경험을 중요시 여기는 분들에게는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할인이나 중고 매장에서 싸게 구매하셔도 괜찮습니다. 닌텐도 스위치를 가지고 계신 분들이라면 한번쯤 해보시길 권장합니다.
기본 설정과 이전 스토리도 알려주지만 유튜브로 찾아보는 걸 추천한다
다음 편 예고
[메트로이드 시리즈]는 닌텐도 기준으로 다소 부족한 실적을 보유한 타이틀입니다. 사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별의 커비], [포켓몬스터] 등과 비교해서 생긴 일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다른 자사 시리즈가 월등한 인기를 가지다보니 [드레드]는 꽤 늦게 출시하였고, 나머지 작품들은 닌텐도 스위치로 못하는 상황입니다. 옛날 게임이 분명 지금 작품들보다 못하겠지만, 그때의 도전과 결과가 현재를 만들어 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참신해 보였던 2010년 작품을 다음에 가져오려고 합니다. 빛과 어둠의 대비를 전투와 스릴러에 접목시키려 노력했던 게임, 바로 [앨런 웨이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