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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인택 Aug 19. 2022

[어 햇 인 타임] 마피아 타운이 흥미로운 이유

  [어 햇 인 타임](이하 햇탐)은 고전 3D 플랫폼을 재현한 게임입니다. 챕터의 구성과 컨셉이 심하게 차이 나며, 특히 플레이 방식도 다 다릅니다. 그래서 첫 번째 챕터인 마피아 타운에서 [햇탐]의 기본을 확실하게 알려줘야 합니다. 우선 본 작품은 한 맵에 여러 스토리를 담았기 때문에 같은 곳을 몇 번 가야 하며, 언제나 습득해야 할 아이템 등을 모든 챕터에 녹여내야 합니다. 게다가 챕터마다 진행 방식과 레벨 디자인이 달라도 어떻게든 유저가 적응하고 플레이할 수 있게끔 목적지로 잘 유도해야 합니다. 이 기본 요소를 충족시키기 위해 개발사는 유저의 적극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게임을 만들었고, 이를 마피나 타운에서 드러낸 것 같습니다. 개발자는 유저의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 게임 곳곳에서 시선을 빼앗고, 감정과 본능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를 게임에서 어떻게 구현했는지 지금부터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마피아 타운




  사람의 눈은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물체를 쫓는다

  사실 유저를 움직이게 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조작키를 알려준 후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하게 울타리를 치면 됩니다. 하지만 코너가 생기거나 맵이 넓어지면 그들은 정처 없이 헤매기 시작합니다. 이 현상이 지속될수록 플레이어는 흥미를 잃어버립니다.


보통은 짧게, 혹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한다


  그래서 좋은 작품은 유저에게 크고 작은 목표를 제시하고, 그들이 직접 계획을 만들게끔 유도해야 합니다. 우선 ‘어디에 도달하라’는 문구를 쓰면 플레이어의 주도성을 해칠 수 있으니 간접적인 방식을 사용하면 좋습니다. 가장 널리 쓰이는 건 눈에 띄는 아이템으로 유저를 유도하는 방법입니다. 그걸 사용하기 위해선 무엇이 유저를 신경 쓰게 만드는지 알아야 합니다.


이런 것도 간접 문구이기도 하다


  보색 대비 등으로 주변과 차이를 두는 것도 괜찮습니다. [앨런 웨이크]란 작품도 빛과 어둠의 대비를 자주 사용하여 목적지를 안내했습니다. 하지만 그 게임은 그 방식 때문에 주 무대를 밤과 숲으로 제한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게임일 겅우 초반엔 경험이 쌓이긴 전이라서  가끔 눈에 띄기만 하고 호기심을 자극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배경은 가만히 있되 특정 아이템에만 움직임을 추가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냥 제자리에서 둥둥 떠 있거나 회전해도 괜찮습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것에 시선을 빼앗기기 때문에 다른 것보다 더욱 강한 흥미를 느끼게 됩니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3]나 [소닉] 등의 코인도 그러한 법칙이 적용되었으며, 유저가 그것에 묘한 집착을 보이는 것도 이걸로 다소 설명이 가능합니다.


보석으로 길을 어필하고 있다




  유저를 자극하라

  이제 이걸 바탕으로 게임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햇탐]은 우주선에서 시작합니다. 조작법은 알려주지 않지만 방향키나 스페이스 바 등 흔히 쓰는 버튼만 사용해도 진행에 문제가 없습니다. 할 수 있는 것도 거의 없어서 스토리를 진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요한 건 개발사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마피아가 주인공의 시간 조각을 날려버리면서 유저의 복수심을 자극했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게임이 유도를 아무리 잘  해도 플레이어가 방항심을 일으키거나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리면 좋은 레벨 디자인도 무용지물이 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원동력도 따로 마련해두면 좋고, 그중 복수심은 가장 단순하면서 효율적인 감정 중 하나입니다. 어쨌든 주인공은 문제를 일으킨 마피아와 함께 어느 별에 떨어지게 됩니다.


모든 일의 원흉




  실제 게임에서

  마피아 타운에 도착한 주인공 앞에 마피아가 떨어집니다. 마침 좌우의 벽이 울타리처럼 세워져 있고, 눈앞에 복수의 대상이 있으니 유저는 자연스럽게 앞으로 나아갑니다. 쓰러진 마피아와 상호작용을 시도하지만 반응이 없습니다.


앞서 얘기한 울타리도 있고, 가장 만나고픈 상대도 눈앞에 있다


  마피아 너머 길을 따라 위치한 보석이 위아래로 짧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유저는 본능적으로 보석을 획득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거기서 마피아를 쓰러트리는 콧수염 소녀와 만납니다. 주인공이 못한 일을 해내고 있으며, 처음으로 덩치가 비슷한 존재와의 조우입니다. 그녀는 갑자기 주인공에게서 도망칩니다. 마침 그 길에 보석도 있습니다. 콧수염 소녀를 따라가라고 신호를 몇 개나 던지고 있는 겁니다.


눈에 띄는 존재




  목적지를 잃지 않도록 하자

  콧수염 소녀를 따라가면 수많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능력을 해금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기물, 금고와 티켓, 숨어있는 모자 털실, 도전 욕구를 자극할 정도로 높은 곳 등등 다양한 놀이기구가 유저의 눈길을 빼앗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에겐 시간 조각을 되찾아야 한다는 사명이 있습니다. 그걸 지키기 위해 개발자는 유저들을 자유롭게 풀어두는 동시에 최종 목표를 계속 상기시켜야 합니다. 그래서 처음 스테이지를 시작하기 전에 시간 조각의 위치를 미리 알려주고, 모자나 시스템으로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알려줍니다. 


목적지를 알려준다


그리고 마피아가 주인공의 발을 걸어 넘어트리거나 하이 파이브 하는 척하다가 때리는 등 분노를 자극하는 요소도 곳곳에 배치하였습니다. 이것들 덕분에 유저는 놀이기구가 싫증 나도 다시 원래 길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유저를 짜증 나게 한다




  추천

  그 외 챕터나 이야기도 컨셉의 차이가 클 뿐 유저를 유도하는 방식은 거의 비슷합니다. 마피아 타운의 경험도 다른 곳에서 유효하며, 보석과 모자 털실 등으로 목적지에 도달하게 합니다. 그래서 아무리 특이한 장소라도 유저는 적응하기 수월합니다. 그렇다고 길치인 분들에게 이 게임을 추천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들은 개발자가 정교하게 짜놓은 레벨 디자인을 뛰어넘습니다. 그래서 플랫폼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햇탐]을 추천합니다. 인디 게임이라서 그래픽이 훌륭하지 않고, 분량도 많다고 하기는 힘들지만 재미있는 경험이 될 거로 생각합니다.


후반에 복잡해지기도 한다


  다음 편 예고

  [햇탐]은 유저가 길을 스스로 찾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목적지가 멀어질수록 맵을 좁고 길게 만들고 있습니다. 유저가 헤매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일 겁니다. 메트로배니아란 장르는 그것과 조금 다릅니다. 그 게임들은 맵을 크게 만들되 유저가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유저에게 진입 장벽이 높고, 개발자도 만들기 어려운 게임입니다. 하지만 시초격인 작품이 작년에 신작으로 다시 나타나 그 둘의 장점을 합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증명했습니다. 마치 실을 따라 미궁에서 탈출한 테세우스처럼, 맵은 개미집처럼 복잡하지만 유저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목적지에 도달하게 만드는 게임, 다음에 다룰 작품은 [메트로이드 드레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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