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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인택 Aug 05. 2022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이 게임 보통이 아니다

  사이게임즈는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이하 우마무스메)라는 게임을 출시하기 전부터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책, 오디오 드라마 등을 여럿 제작했습니다. 심지어 그중 「하루 우라라 힘내라!」라는 만화책 주인공은 게임사가 성격도 정하지 않았을 때 등장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건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트레일러를 공개한 게임도 언제든 무산될 수 있기 때문에 미디어믹스를 미리 대량으로 제작하는 건 너무 성급합니다. 필자는 분명 무슨 의도나 목적이 담겨있다고 생각했고, 자세한 건 직접 해보고 파악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한국에 출시되고 약 한 달 동안 플레이한 결과, 생각보다 게임의 완성도도 높고 개발자의 의도도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우마무스메]에서 캐릭터 매력을 어필하는 방법이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파악해 보고자 합니다. 단, 본 내용은 게임을 중심으로 작성했으며, 미디어믹스에 대한 건 후반에 짤막하게 다뤘으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초기에는 남을 비웃거나 까탈스러운 성격이었다고 한다


  의도가 아닌 이상 개발자가 꼭 막아야 할 순간 중 하나는 유저가 게임을 게임이라고 인식할 때입니다. 버그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카메라 각도나 사운드 매치 등을 꼼꼼하게 따지지 않으면 몰입을 심각하게 방해합니다. [우마무스메]는 레이스 할 때의 연출이나 해설, 캐릭터 더빙 등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특히 게임적 허용으로 넘어가는 것도 열심히 만들었는데, 바로 캐릭터 애니메이션입니다. 다른 게임 대화창을 유저가 직접 넘기는 순간 인물의 움직임을 자세히 보면 기본자세에서 특정 동작을 잠깐 취했다가 다시 돌아올 때가 많습니다. 이는 작업의 효율을 위해서입니다. 특정 자세 1에서 특정 자세 2로, 3이나 4로 넘어가면 연결 동작을 다 따로 만들어야 하므로 작업량이 몇 배로 늘어납니다. 그걸 보통은 기본자세 하나로 퉁치고, 유저도 부자연스럽다고 느끼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곤 합니다. 하지만 [우마무스메]는 여기서 다른 꼼수를 보여줍니다. 캐릭터의 움직임을 잘 보면, 양팔을 살짝 드는 동작을 특정 자세 사이에 끼워 넣을 때가 많습니다. 이 방식을 취하면 캐릭터의 감정을 더욱 풍부하게 보여줄 수 있습니다. 이건 인물에 생동감을 불어넣으려는 욕심이 있었다는 증거이며, 유저의 몰입을 방해하거나 작업량을 늘리지 않는 게임적 허용이기도 합니다. 거기다 꼬리나 귀, 표정은 이야기 흐름에 따라 다르게 하여 작업량이 늘어나는 걸 개의치 않기도 했습니다. 자연스러운 만큼 티가 잘 나지 않는 부분이지만, 그만큼 그들이 게임에 열의를 가지고 개발했다는 게 느껴기도 했습니다.


위 사진과 다르게 양팔 드는 자세 없이 바로 특정 자세로 넘어갈 때도 있다


  또다른 열정은 시나리오에서 볼 수 있습니다. [우마무스메]에는 메인, 우마무스메, 육성 스토리로 각각 3개 존재합니다. 그중 메인 스토리는 개발사가 주인공을 직접 선별하여 집중적으로 풀어갑니다. 우마무스메 스토리는 각 캐릭터가 트레이너와 만나는 과정과 그 이후를, 육성 스토리는 거기서 레이스를 준비하고 이겨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스토리든 대부분은 왕도 스포츠 장르에 가깝습니다. 각자가 가지는 고민이나 관계성은 다르지만 결국 갈등을 해소하고 승리 너머의 무언가를 쟁취하는 건 똑같습니다. 보통 이런 스토리가 많이 나오면 클리셰가 너무 빈번하게 쓰인다고 비판받곤 합니다. 하지만 몰입도 강한 게임에서, 특히 성장하는 과정을 전부 보여주는 육성 시뮬레이션에선 오히려 유저의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게다가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주체가 우마무스메이며, 트레이너인 유저는 그녀를 보조하는 역할에 그치는 것도 한몫합니다. 저번에 [드래곤 퀘스트 11 s]를 다룰 때 유저는 주인공의 대사가 적을수록 몰입하기 편하다고 했었습니다. [우마무스메]의 트레이너도 마찬가지이며, 자기만의 감정이나 감상을 표현하기보단 상황을 미사여구 없이 묘사하는 대사가 더 많습니다. 그들이 자기 성격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건 우마무스메의 문제를 깊이 고민하고, 트레이닝과 레이스에 매우 강한 열의를 표현할 때 뿐입니다. 거기다 우마무스메를 돋보이게 하는 행동도 가끔 함으로써 유저는 특정 인물에 자신을 대입하여 우마무스메에 몰입하기 쉬워집니다. 육성 스토리 진행 중 우마무스메가 레이스를 끝내면 팬이 늘어나는데, 데뷔전을 치르면 팬이 추가되기 전에 1명이 이미 존재하고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그 최초의 팬이 트레이너가 아닐까 싶습니다.


트레이너는 우마무스메의 달리기에 매료될 때가 많다


  [우마무스메]의 스토리에는 특별한 열정이 하나 더 들어있는데, 바로 고증입니다. 이 게임은 실제 경주마를 모티브로 만들어지면서 디자인이나 설정, 기타 사소한 부분까지 현실을 그대로 따라갑니다. 이건 각종 미디어믹스를 통해 개발사의 노고를 미리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졌을 때 정성은 정성일 뿐, 그게 게임성 자체에 도움을 주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개발사는 이를 반대로 이용했습니다. 경주마나 기수, 농장 등을 철저히 조사하되 게임에서는 이를 가끔 반대로 적용시켰습니다. 예시로는 마루젠스키라는 캐릭터가 일본 더비라는 레이스에 출주하는 것입니다. 원래 마루젠스키 경주마는 성적이 매우 뛰어났고, 기수는 일본 더비가 포함된 클래식 3관에 참가하고 싶어했습니다. 하지만 마루젠스키는 외국 말 취급을 받으며 경기에 나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기수가 가장 바깥에서라도 좋으니 제발 달리게 해달라고 애원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우마무스메]에는 이를 반대로 반영하여 마루젠스키가 일본 더비에 출주하지만 가장 외곽에서 위치하며, 이를 대사로 직접 언급도 했습니다. 게다가 현실과 다르게 게임에서의 경기 출전 조건은 오로지 팬 수로만 결정되기 때문에 마루젠스키가 나머지 클래식 3관에도 도전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럼 유저는 잠깐만 고생해서 그들이 이루지 못한 염원을 대신 풀어줄 수 있습니다. 즉, 개발사는 일부러 고증을 틀린 후 유저가 그와 관련된 추가 도전을 스스로 세우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실제로도 히든 이벤트나 추가 스탯 증가 등이 게임 내에 숨어있습니다. 이건 일본 경마에 관심이 없으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기획이긴 합니다. 그래서 게임을 출시하기도 전에 개발사가 애니메이션과 만화책 등 각종 미디어믹스로 고증을 얼마나 신경 썼는지 어필한 것 같습니다.


물론 고증을 지키는 경우도 많다


  물론 이 게임의 매력이 설정에만 있지 않습니다. [우마무스메]는 1턴에 이벤트가 1~3개 정도 발생할 정도로 변수가 자주 발생하는 게임입니다. 운이 없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턴을 희생해야 하며, 최대 효율을 위해 게임 이해도를 계속 높여야 합니다. 그리고 초반엔 스탯 상승량이 적지만 빌드업을 잘해두면 능력치 상승 폭을 올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후반으로 갈수록 어려워지는 레이스 난이도를 전략으로 따라잡는 것이 가능합니다. 캐릭터마다 공략이 정답처럼 거의 정해져 있지만, 선택과 작전이 게임 진행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길게 말했지만 결국 육성 시뮬레이션의 기본이 되어있다는 뜻입니다. 게임성 자체만 놓고 본다면 몰입감을 해치지 않을 정도로 합리적이어서 괜찮습니다. 그만큼 게임성이 받쳐주기 때문에 유저는 자기가 키우는 누군가에게 몰입하기 쉬워집니다. 만약 단순히 캐릭터의 애정만 주입하고 재미가 없는 게임이었다면 이렇게까지 큰 인기를 얻지 못했을 겁니다.


카카오도 한글화를 잘 했다


  [우마무스메]는 좋은 게임이지만 특유의 감성 때문에 꺼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게다가 과금 요소도 꽤 악랄한 편입니다. 타켓팅이 뚜렷한 만큼 필자가 추천하지 않아도 알아서 하시겠지만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 해보시길 바랍니다. 유치하고 오글거리게 생겼지만 막상 하다보면 열혈 스포츠 장르라고 느끼실 겁니다. 그러니 우승 후 시작하는 위닝 라이브를 도저히 못 보겠다면 휴대폰을 잠시 덮으셔도 됩니다.


우마뾰이는 전설이다


  [우마무스메]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오랜 시간 제작된 게임입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고, 이에 보답하듯 좋은 완성도로 출시되었습니다.인디 게임일 경우 스타터 등으로 게이머들에게 투자를 받아 장기간 제작될 때가 있습니다. 그들도 실패할 수 있지만, 다행히 좋은 게임성, 그들의 열정이 담긴 작품이 나올 때도 많습니다. 다음에 다룰 작품은 3D 플랫폼 장르로 등장하여 명작으로 평가받은 게임, 바로 [어 햇 인 타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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