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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인택 Jul 22. 2022

[스타워즈 제다이 : 오더의 몰락] 종합 선물 세트

  이 세상에 완벽하게 독창적인 작품은 없습니다. 그 이유는 장르의 발전이란 옛날 것에서 좋은 것들이 쌓여가는 과정이고, 창작 활동할 때 다른 작품을 참고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게임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자기만의 색깔은 가지되 옛날 작품들을 토대로 만드는 건 똑같습니다. 특히 대규모 개발사가 AAA급 게임을 만들 땐 수익을 안정적으로 얻기 위해 유행을 많이 따라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번에 다룰 게임인 [스타워즈 제다이 : 오더의 몰락](이하 오더의 몰락)도 다른 작품과 비슷한 부분을 많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광선검이나 외계인 등이 그나마 신선하게 다가왔지만, 사실 그건 필자처럼 「스타워즈」를 접하지 않은 유저에게나 해당할 겁니다. 하지만 각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상태에서 잘 섞었기 때문에 [오더의 몰락]은 재미있는 작품으로 나왔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오더의 몰락]이 어떤 게임에서 무엇을 가져왔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단 본문을 시작하기 전에 참고 사항이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 다양한 게임이 예시로 등장하지만, 그것들도 결국 다른 게임에서 따온 것들이기 때문에 필자가 든 예시 말고도 다양한 것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스포일러가 다소 있으니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오, 포스


  우선 [오더의 몰락]의 전투는 프롬 소프트웨어라는 게임 개발사에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다만 그대로 가져가면 너무 어려워서 유저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한 흔적이 보입니다. 주인공은 [세키로]의 체간 시스템처럼 공격과 패링으로 적의 자세를 무너트린 후 HP를 깎고, 가드 불가 기술일 때는 회피기로 대처하며 싸울 수 있습니다. 게다가 적의 패턴과 패링 타이밍 숙지 등 학습의 여지도 남겨뒀습니다. 이를 유저가 쉽게 알아가기 위해 처음 적과 대치할 때 전투 시스템을 알려주고, 튜토리얼도 거치며, 쓰러트린 상대방의 공략 정보를 메뉴에서 쉽게 알 수 있도록 정리도 해뒀습니다. 학습하기 위한 반복 과정을 축약한 겁니다. 단, 전투가 친절하고 간단해진 만큼 프롬소프트 웨어가 구축해둔 전투 밸런스가 다소 망가졌습니다. 그 개발사는 게임 난이도를 높이되 유저가 적의 빈틈을 잘 찾을 수 있도록 전투를 구성했습니다. 그리고 [다크소울]에선 다양성을 많이 추가하여 최대한 질리지 않고 도전 욕구를 유지했습니다. [엘든링]에서도 다음엔 어떤 무기나 컨셉으로 할지 고민하는 유저를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더의 몰락]은 [세키로]처럼 기본 골자를 그대로 유지해서 후반부에 지루해지기 쉽고, 더 나아가 다회차의 매력도 적게 느껴집니다. 적의 공략도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다들 비슷해 보이기도 합니다. 주인공이 배우는 포스도 전투를 다채롭게 바꾸기보단 퍼즐을 해결하는 도구로 더 자주 쓰여서 아쉽습니다. 물론 엔딩 이후의 플레이는 강제가 아니며, 스토리도 깔끔하게 끝나는 편이라 게임에 미련 없이 떠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명상을 하면 체력이 회복되는 대신 적이 부활한다는 것도 알려준다


  [오더의 몰락]은 여러 행성을 돌아다니면서 게임을 진행하지만 [아우터 와일드]처럼 순서를 유저의 손에 맡기는 게임이 아닙니다. 본 작품은 모험심을 자극할 수 있도록 거점을 우주선으로 마련해두고, 그곳을 중심으로 다른 곳으로 순서에 맞춰 뻗어나가는 형태로 맵을 구성합니다. 이는 병렬처럼 보이는 직렬식 구조이며, 결론적으로는 레일 로드 게임에 가깝습니다. 겉으로 보면 우주선을 타고 다른 행성으로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잘 생각해보면 언제나 모험을 다 이루고 나서 거점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맵 구조는 2018년에 나온 [갓 오브 워]와 비슷합니다. [오더의 몰락]이 2019년에 출시되었기 때문에 [갓 오브 워]에 영향을 받았다고 하기는 힘듭니다. 다만 그 맵 구조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핵심 거점을 따로 마련한 레일 로드 게임은 그 구역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며, 모험심을 자극했기 때문에 유저를 워프로 이동시키기보단 직접 이동하도록 라는 게 좋습니다. [갓 오브 워]는 닫힌 문을 퍼즐로 풀고 지나갈 때가 많아서 돌아올 땐 아들과 흥미로운 얘기를 하며 뚫린 길로 빠르게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더의 몰락]은 [툼 레이더]처럼 능력 개방으로 길을 뚫어내는 경우가 많아서 기본적인 이동 거리도 길고, 그나마 있는 동반자도 사람 말을 못해서 주인공이 가끔 혼잣말로 중얼거릴 때가 더 많습니다.


지름길도 있지만 복잡한 지도로 찾아봐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 이번 작품은 능력을 차례로 개방하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여기서 주의할 건 그 방식이 [툼 레이더]와 [젤다의 전설] 중 어느 쪽에 가까운가 입니다. 게임 속 주인공에게는 여러 능력이 있고, 주변 환경에는 그에 상호작용 할 수 있는 오브젝트가 있습니다. 능력마다 여러 사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사물은 한 능력에만 대응될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무언가를 밀거나 당기는 능력이 있어도 문을 열 때는 미는 능력만 통하는 것입니다. [할로우 나이트]나 [메트로이드], [툼 레이더], 그 외에 많은 게임이 이에 해당합니다. [젤다의 전설]은 이보다 조금 더 복잡합니다. 한 능력마다 기능이 다양한 건 물론이고, 오브젝트에 영향을 주는 능력도 여러개입니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활, 부메랑, 갈고리총 등을 같은 적에게 사용해서 각자 다른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오더의 몰락]은 [할로우 나이트] 등에 더 가까웠습니다. [젤다의 전설]의 퍼즐 방식도 분명 훌륭하고 재미있지만 유저가 고민하는 순간도 많아지기 때문에 진행이 다소 느려지곤 합니다. 반면에 [오더의 몰락]의 퍼즐은 [툼 레이더]처럼 이동 중에 알맞은 능력을 쓰며 진행하는 경우가 더 많아서 속도감 있는 진행을 즐길 수 있습니다.


점프와 질주를 자주 쓴다


  주인공은 보가노 행성에서 조그마한 로봇 BD-1을 만납니다. 그 드로이드는 삐삐거리면서 유저에게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거나 모험을 도와주곤 합니다. 그래서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BD-1이 필수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역할이 많아집니다. 그러나 갑자기 그 드로이드가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는 [슈퍼마리오 선샤인](이하 선샤인)의 펌프, [슈퍼마리오 오디세이](이하 오디세이)의 캐피의 역할과 유사합니다. 닌텐도는 새로운 게임의 핵심 메카닉을 선보일 때 유저가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직관적인 비주얼을 자주 사용합니다. 그래서 펌프는 펌프 모양, 캐피는 모자 모양입니다. [오더의 몰락]은 스타워즈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서인지 그 철학까지는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다만 핵심 역할군 하나를 뺏어서 오직 주인공의 능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만드는 건 따라 했습니다. 반복적인 게임 플레이에 신선함을 불어넣기 위해 능력 몇 개를 빼는 건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입니다. 이는 마스코트에 대한 애정도 저절로 오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지만, 게임의 흥미에 지장을 줄 정도로 유저가 답답할 수도 있어서 [오더의 몰락] 또한 마스코트를 빠르게 돌려주었습니다.


사실 무기도 뺏겼다


  이번엔 시스템보단 특정 장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언차티드2]의 명장면 중 하나인 열차 추격씬이 [오더의 몰락]에서 오마주(?)로 등장합니다. 그 작품의 주인공은 밀림 속 열차에 뛰어들어 설산에 다다를 때까지 적들을 해치우며 전진합니다. 그 씬이 인상적인 건 유저가 실제로 움직이는 물체 위에서 게임을 진행한다는 사실입니다. 게임의 맵은 무한하게 펼쳐진 게 아닙니다. 하지만 유저가 가만히 있어도 열차가 어딘가에 도착하지 않고 계속 움직입니다. 사실은 그저 열차가 마치 직선으로 이동한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크게 몇 바퀴 돌고 있는 것 뿐입니다. 이걸 감추기 위해 컷씬에서 카메라를 억지로 돌리고, 터널이라는 밀폐된 공간에 들어가면서 자연  환경의 변화를 감췄습니다. 그래서 열차가 밀림에서 시작해서 터널을 지나가자 설산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오더의 몰락]은 이걸 튜토리얼 때 사용하여 플레이의 기본을 알려주는 동시에 주인공의 상황을 극적으로 바꾸는데 성공합니다. 실제로도 이동, 퍼즐, 전투 등을 몰입감 있게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열차 칸에 들어갈 때마다 각 시스템을 가르쳐줘서 유저는 게임 플레이의 기본을 편하고 확실하게 습득할 수 있습니다.


각자 다른 칸에서 일어난 상황이며, 가끔 주인공이 혼잣말로 공략을 알려준다


  [오더의 몰락]은 괜찮은 게임입니다. 다양한 게임을 많이 접한 분이라면 적응하기 쉬우며, 「스타워즈」를 아는 만큼 재미있는 요소도 많습니다. 만약 그 영화 시리즈를 즐겨보신 분들이 계시다면 한번쯤은 해보시길 바랍니다. 하지만 새로운 무언가를 찾으시는 분들에게는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파다완이나 제국 등 「스타워즈」의 설정을 알지 못하면 그저 SF 무협으로 느끼실 수 있으니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최종 보스에게 아무것도 못하고 도망치지만 희열이 느껴진다


  게임에서 스토리는 1회성 콘텐츠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기억과 감정을 남기는 것또한 스토리입니다. 개발사는 그 양면성 중 하나에 집중하여 게임을 만들며, [오더의 몰락]은 후자를 선택한 작품입니다. 이번 작품은 주인공 칼의 성장에 집중하면서 「스타워즈」 대서사시를 최대한 존중하고자 노력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다회차를 다소 포기했다는 인상도 받았습니다. 그런데 스토리를 살리면서 다회차를 노리는 게임이 최근 한국에 출시했습니다.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책을 본 작품보다 먼저 선보이면서 자신들의 열의와 방향성을 알렸으며, 지금도 두꺼운 팬층을 유지한 게임, 다음에 다룰 작품은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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