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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인택 Dec 23. 2022

[소닉 프론티어] 새로운 세대의 시작

  필자는 옛날부터 [소닉 더 헤지혹 시리즈](이하 소닉 시리즈)를 좋아했습니다. 탄생 비화나 독자적인 게임성, 그리고 어린 시절 추억이 합쳐져서 지금도 가장 애정이 가는 게임입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2001년 [소닉 어드벤쳐2]를 끝으로 전성기에서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2D 게임 시절의 작품성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초기 [소닉 시리즈]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에서 정립한 퍼즐 플랫폼에 속도감을 추가한 게임입니다. 주인공이 스테이지를 빠르게 달려 나가는데, 게임이 너무 일찍 끝나면 곤란하기 때문에 맵을 매우 크게 만들어야 하며, 시그니쳐도 추가하는 등 맵에 완성도도 있어야 합니다. 추가로 스토리나 그래픽도 꽤 신경 써서 만들어야 하고, 그걸 1~2년 단위로 출시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개발진이 3D에 적응하지 못한 것도 아닙니다. 앞서 언급한 [소닉 어드벤쳐2]나 [소닉 언리쉬드], [소닉 제너레이션즈] 등 희망을 보인 작품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저 20여 년의 세월 동안 새로운 기틀을 제대로 못 잡은 것 뿐입니다.


연출과 기믹 등이 풍부해졌지만, 결국 기존의 큰 틀 안에서일 뿐이다


  개발진은 소닉에게 더 큰 새로움을 줘야 했으며, 그것을 이번 신작이 어느정도 해냈습니다. 주인공이 스테이지에서 벗어나 오픈 월드에서 뛰어다니며, 장르에 맞춰 새로운 방향성을 선보였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신작 [소닉 프론티어](이하 프론티어)를 통해 어떤 변화를 추구했는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이제 넓은 섬을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기존 시리즈 장점 답습

  사실 소닉에게 속도감이란 가장 큰 특징인 동시에 양날의 검이기도 합니다. 속도를 아무리 빨라도 유저는 이에 적응할 수 있으며, 나중에는 조작을 감각적으로 하는 지경까지 이릅니다. 그렇다고 너무 속도를 높이면 주인공을 다루기 너무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개발진은 적절한 속도감을 찾은 뒤 유저가 이에 되도록 늦게 적응하도록 해야 합니다.


[소닉 언리쉬드]에선 QTE 시스템으로 언제 어느 버튼을 누르라고 알려주기도 했다


  이걸 위해 [소닉 시리즈]는 [소닉 언리쉬드]부터 부스터를 추가하여 스피드를 2단계로 나누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유저가 스스로 스피드를 조절하여 최고 속도에 천천히 익숙해지게 됩니다.


실제로는 차이가 더 심하다


  [프론티어]의 경우 레벨링 시스템을 부활시켜 전체적인 속도 제한 등도 키울 수 있게 했습니다. 단, 이때 레벨업을 특정 NPC가 해주는 걸로 하면 유저는 주인공이 강해지는 과정을 좀 더 극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메뉴로 언제든지 편하게 설정하는 것보다 말입니다.


레벨을 하나씩 올리게 한 걸로 보아 자주 찾아가라는 뜻인 것 같다


  하지만 반대로 답습해서 안 좋아진 것도 있습니다. [프론티어]에선 전뇌공간이라는 맵이 존재합니다. 이전 [소닉 시리즈]에서 자주 보던 스테이지 형식인데, 문제는 이때 쓰인 테마와 레벨 디자인이 옛날에 등장했던 것들 재활용했단 사실입니다. [프론티어]는 디렉터가 3세대 소닉의 시작이라고 밝힌 작품입니다. 그렇다면 오리지널리티를 더 부각해야 했었다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개발 시간이 부족했든, 전작에서 인기 있던 요소를 가져오던 버릇이 발동한 것이든, [소닉 시리즈]를 많이 한 사람일수록 아쉬웠을 부분이었습니다.


이 와중에 난이도는 적당히 어려워서 계속 도전하게 된다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과의 유사점

  앞서 언급했듯 [프론티어]는 오픈 월드 게임입니다. 그 장르는 작품마다 다르게 정의하고 있고, [프론티어]는 그중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이하 야숨)과 유사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참고로 [프론티어] PD는 이번 게임이 [야숨]과 전혀 닮지 않았다고 언급했습니다. 세부 장르도 다르며, [프론티어]의 맵 해금 방식이 비교적 더 순차적이고, 이번에 새로워진 전투도 스킬 중심입니다. 필자도 이에 공감하지만, [프론티어]가 [야숨]에게 영향을 받은 건 눈에 보이는 것들이 아닙니다. 바로 캐릭터가 강해지는 방식입니다.


[프론티어]는 레벨로 강함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야숨]에서 캐릭터가 강해지려면 HP와 스태미나를 늘리고, 좋은 장비를 최대한 많이 가져야합니다. HP와 스태미나를 키우려면 던전을 탐색해야 하고, 장비를 얻으려면 적에게서 빼앗거나 떨어진 걸 주워야하며, 인벤토리를 늘리려면 코르그 열매를 얻어야 합니다. 각 콘텐츠는 독립적으로 존재하지만, 성장이란 골인 지점을 다같이 공유하는 것입니다. [야숨]은 이걸 흥미롭게 꾸며서 유저가 즉흥적으로 이를 취하도록 유도합니다. 그래서 그 게임은 유저가 아무 생각 없이 탐험만 해도 점점 강해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각각 다른 콘텐츠지만 주인공을 강하게 만들어준다는 결과는 같다


  [프론티어]도 이와 유사한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번 작품에서 존재하는 퍼즐은 바로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직관적이며 최대한 기본적인 액션만 요구합니다. 예를 들어 다람쥐 쳇바퀴에서 뛰거나 한 붓 그리기 등 이동 조작만 요구하기도 합니다. 그 외 다양한 콘텐츠가 맵 곳곳에 분포되었으며, 그것들이 각자 스킬, 스피드, 링 소지 제한, 힘, 방어력 등 레벨을 올려줍니다. 즉, [프론티어]는 [야숨]처럼 눈에 보이는 것들을 마구잡이로 해치우다 보니 강해지는 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야숨]이 아니더라도 생각할 수 있고, 유사한 성장 방식은 다른 작품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PD가 굳이 이번 신작이 [야숨]과 안 닮았다고 한 건 [원신]처럼 표절 시비에 휩쓸리고 싶지 않거나, 너무 과한 관심이 독이 될 거라 생각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눈에 띄는 것들이 클리어하기도 쉬워서 금방 진행된다




  전투

  [소닉 시리즈]는 퍼즐 중심의 액션 게임이기 때문에 적과 조우하면 점프로 직접 부딪히거나 호밍 어택, 부스터로 들이박는 등 단순한 공격 방식을 취했습니다. 그러나 [프론티어]에서는 부스터로 달릴 때 적과 부딪히면 주인공이 피해를 보게 변경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제 무식하게 달려들기보단 공략을 찾아내라는 개발진의 메시지로 보입니다. 실제로도 적과 교전하는 시간도 대폭 늘어났고, 수호신이라는 필드 보스도 추가되었습니다.


수호신인 스퀴드와 타워


  전투 구성은 [파이널 판타지7 리메이크]나 [옥토패스 트래블러]처럼 상대를 공략해서 그로기를 먹인 후 데미지를 크게 주는 방식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스트라이더라는 적을 만나면 갑자기 원형 그라인트 레일이 생성됩니다. 뭔지는 모르지만 그 레일을 타고 한 바퀴 돌면 알아서 적과 마주할 정도로 높이 이동하고, 다른 레일도 타고 다니면 적이 알아서 기절합니다.(색 바뀌는 사진과 설명 추가)


정확히는 레일을 밟아서 전부 하늘색으로 바꿔야한다


  참고로 이때 과정이 이해되지 않아도 상관 없습니다. 유저가 무언가를 했고, 적이 반응했다는 인과 관계만 있다면 나머지는 게임적 허용으로 채워 넣을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사이 루프라는 스킬이 있습니다. 이는 주인공이 지나간 경로에 띠를 남기는 것이며, 이걸로 고리를 만들면 특별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이동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소닉과 잘 어울리며, 액션이 단순하고, 쓸만한 효과도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그것만 뚜렷하게 알려준다면 플레이어는 스스로 공략법을 알아내고 다음 전투를 더 쉽게 풀어갈 수 있습니다.


사실 왜 방어막이 벗겨지는지는 필자도 모른다


  다만 다소 아쉬운 건 공격 스킬마다 개별적인 특성이 없다는 점입니다. 각자 근거리, 원거리, 연타, 강한 한방 등 다르지만 정해진 시간 내에 공격을 최대한 퍼부어야 하는 전투 구조상 결국 강한 스킬만 반복하게 됩니다. 버블처럼 연타 스킬에 약한 적도 따로 존재하는 만큼 다음 작품에는 더욱 다양한 공략법과 적들이 등장하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한번 때릴 때마다 적을 보호하는 공이 떨어진다




  최적화

  다만 반대로 평소보다 안 좋아진 부분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소닉 시리즈]는 다양한 비판을 받아왔지만 그래픽과 음악만은 대부분 호평이었습니다. 사실 이런 평가는 다른 작품에서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선 그래픽이 좋지 않다는 비평이 나왔습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프론티어]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원인은 필자가 봤을 때 최적화 때문입니다.


뭔가 어색하다


  보통 처음 모델링을 만들 때 고퀄리티로 제작한 후 데이터 처리량을 줄이기 위해 품질을 떨어트리는 과정을 거칩니다. 아마 예전 [소닉 시리즈]처럼 스테이지가 적은 게임일 경우 품질 저하 과정을 많이 거치지 않을 것입니다. 모든 건 필자의 추측일 뿐 실제와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방대한 맵을 구현하기 위해 그래픽을 의도적으로 떨어트렸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이건 오픈 월드 장르를 처음 도입한 작품에선 자주 일어나는 일이긴 합니다. 평소 [소닉 시리즈]에서 주인공 이동 속도가 최대 2~300km/h 정도이니 맵 크기도 [야숨]보다 더 크게 해야 합니다.


비나 안개 등 날씨 구현도 데이터를 많이 잡아먹는다


  그런 게임을 어디서든 잘 돌아가게 하려면 가까이 있는 물체만 모습을 드러내게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프론티어]에서도 이게 적용되었지만, 그 거리 기준이 너무 짧기도 하고, 앞서 언급했듯 주인공 속도가 워낙 빨라서 그 현상이 너무 두드러집니다. 이런 건 기술력의 문제입니다. 오픈 월드 개발 노하우가 아직 덜 쌓여서 해결법을 거칠게 썼을 뿐 문제 인식은 그들도 충분히 하고 있을 것입니다. 다른 곳에서 정성이 많이 들어간 것, 그리고 최적화 작업이 개발 후반부임을 감안했을 때, 업무 태만이 아니라 시간 부족 때문에 일어난 일 같습니다.


비행 슈팅 게임까지 넣은 걸로 보아 하고싶은 게 정말 많았던 모양이다




  추천

  [프론티어]는 아쉬운 점을 많이 품은 게임입니다. 호수에서 낚시를 바로 하는 등 환경과의 상호작용도 없어서 오픈 월드로서의 완성도가 좋다고 하기도 힘듭니다. 하지만 재미로 어떻게든 덮을 수 있을 정도의 수작은 됩니다. 스토리에서 등장 인물들의 성장 과정도 지켜볼 수 있고, 소닉과 에그맨과의 묘한 관계도 잘 드러납니다. 소닉 팬이라면 무조건 해보시길 권합니다. 소닉 입문작을 찾으시는 분들에게, 혹은 가볍게 즐길 거리를 찾는 분들에게도 추천합니다. 다음 작품은 호평과 악평을 반복하는 소닉 사이클에서 벗어나길 바랍니다.


2022년 소닉은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다 좋은 성적을 거뒀다




  다음 편 예고

  [소닉 시리즈]는 일본 게임사인 세가에서 만들었지만 본진보다 북미에서 더 큰 인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필자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미국에선 코믹스까지 연재할 정도입니다. 아마 어필하는 감성이 달라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소닉 시리즈]는 세밀한 감정선보다 통쾌한 액션을 주로 보여줍니다. 거기서 엇갈리기 시작했다면, 게임에서 감성이 의외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음엔 JRPG를 자주 만드는 게임 개발 회사, 스퀘어에닉스에서 만든 작품을 하나 가져오려고 합니다. 새로운 ip이면서 고전 도트 감성을 잘 살린 게임, 바로 [옥토패스 트래블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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