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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인택 Feb 24. 2023

[튜닉] 리메이크, 리마스터로도 주지 못했던 그 경험

  게임을 취미로 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추억의 게임을 하나씩 가지고 있을 겁니다. 필자는 천하통일이란 고전 게임 CD에서 [소닉 더 헤지혹] 시리즈와 [커비 꿈의 샘 이야기](이하 꿈의 샘)를 제일 열심히 했습니다. 특히 [꿈의 샘]은 처음 엔딩을 본 작품인 만큼 가장 정이 가는 게임입니다.


1993년도 출시했으며, 분홍색 몸체와 카피 능력 등이 처음 추가된 작품이다


  그러나 막상 다시 해보면 옛날 느낌이 잘 안 납니다. 어려웠던 보스들은 너무 쉬워졌고, 이미 지나간 길에서 모험심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고전 게임을 모티브로 만든 [메신저]도 옛날 경험 자체를 다시 일으키기는 힘들었습니다. 그 느낌을 전달하는 데 성공한 작품이 바로 [튜닉]입니다. 사실 정확히는 게임 패키지에 두꺼운 매뉴얼을 끼워주던 시절이라 필자가 공감하기 힘든 시절이긴 합니다. 개인적으로 그나마 매뉴얼 비슷한 걸 받은 적도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초회한정판으로 받았던 가이드북과 지도 정도가 다입니다. 어쨌든 고전 게임 자체가 아니라 그때 그 시절의 경험을 주는 건 많은 작품들이 힘들어했던 영역입니다. 이번엔 [튜닉]이 그걸 어떻게 전달했는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요즘은 초회한정판으로 가이드북 말고 다른 걸 준다




  고전 게임 특징

  우선 고전 게임의 특징을 먼저 알아보겠습니다. 도트 그래픽이나 음향 빼고, 이번에 가장 유심히 볼 건 데이터 제한 때문에 발생하는 것들입니다. 필름 저장 한도와 극장 상황 등이 맞물려 상영 시간이 2시간 정도로 정해진 영화처럼 과거 게임은 팩이나 CD 용량에 따라 분량이 달라졌습니다. 너구리로 변신하는 나뭇잎이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3]에서야 겨우 추가된 것도, [포켓몬스터 레드 그린]에서 포켓몬 몇십 마리가 삭제된 것도 그것 때문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지도가 없거나 난이도가 어려운 것, 몬스터를 재활용하는 것도 있습니다. 그때는 불필요하고 쓸모없는 걸 최대한 줄여야 했습니다.


8비트 시절엔 색깔을 8개만 쓸 수 있어서 우주 비행 슈팅 게임이 유행하기도 했다


  특히 유저에게 무언가를 가르쳐주는 방식도 지금과 매우 다릅니다. 요즘처럼 구체적인 문자와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보다 인간의 성향이나 눈치에 많이 의존했습니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에선 점프가 매우 중요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하늘에 물음표 상자를 띄워서 그 행동을 유도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그 조작법도 유저가 직접 찾은 것입니다. 당시 게임 패드나 오락실에서 누를만한 버튼이 적어서 굳이 가르쳐주지 않은 것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내비게이션 기능도 없었던 만큼 고전 게임의 레벨 디자인은 매우 정교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으로도 해결이 안 되면 게임 패키지에 매뉴얼을 동봉하기도 습니다.


닌텐도 고객 지원에선 과거 게임 패키지를 PDF로 제공한다




  매뉴얼의 기능

  [튜닉]도 초반엔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방향키만 사용해서 움직이다 보면 외계어로 가득한 매뉴얼을 한 장씩 얻을 수 있고, 그나마 몇몇 단어와 그림으로 조작법이나 나아갈 방향을 알 수 있습니다. 인간의 성향과 눈치에 많이 의존하는 고전 게임 특징이 여기서 드러나는 겁니다.


어린이의 시선에선 매뉴얼이 크게 와닿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봉인된 신전을 연 이후부터 진행이 힘들어지기 시작합니다. 숨겨진 석판 3개를 찾아 또 다른 봉인을 풀어야 하는데, 붉은 석판 외에는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습니다. 결국 유저는 가보지 않은 곳 위주로 헤매듯 돌아다녀야 합니다.


결국 매뉴얼이 가이드북 역할을 완전히 수행하지 않는다


  이때 의도적이라고 느껴지는 구간이 있었습니다. 푸른 석판이 세계의 뿌리에 봉인되어 있다고 하여 필자는 지하를 연상했는데, 그곳 입구는 가장 높은 곳으로 보이는 설산 지대에 있으며, 심지어 시점 때문에 교묘하게 숨겨져 있었습니다. 각 지역의 지도만 간단하게 지급하여 유저가 맵이 전체적으로 어떻게 이어졌는지 추리하게 만들고, 일부러 헤매라고 유도하는 것 같습니다.


대략적인 지도 몇 개만 알려준다


  어찌어찌 모든 석판을 얻고 후계자의 봉인을 풀면 주인공은 죽어서 유령이 됩니다. 이때 업그레이드한 능력이 초기화되며, 이를 복구하기 위해 영웅의 무덤을 찾아야 합니다. 영웅의 무덤은 이미 지나간 곳에 있어서 되돌아가야 하는데, 문제는 지형이 달라져서 장애물이 생겼고, 애초에 어디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는 겁니다. 길이라도 가르쳐주면 다행이지만 이후 얻을 수 있는 매뉴얼에서도 오직 장소만 알려줄 뿐입니다. 개발진은 유저가 이미 지나갔으니 기억할 거라고 생각한 듯합니다. 그러나 맵이 넓고 복잡해서 한번이 익숙해지기 쉽지 않으며, 매뉴얼이 무색할 정도로 길 찾기 어렵고 불친절합니다. 필자도 후반부로 갈수록 매뉴얼보다 인터넷에서 공략을 많이 찾아봤습니다.


석판 3개 를 다 모으면 '이제 어쩌지?'라는 도전 과제가 달성되는데, 사실 저건 필자가 하고싶은 말이었다




  정보 전달 방식

  요즘 유저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는 방식은 구체적이고 직접적입니다. 글과 그림 등으로 설명한 후 튜토리얼로 직접 체험까지 시켜주기도 합니다. 주목할 건 그 지식을 필요할 때 알려준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게임이 초반부터 마음에 안 들면 바로 환불 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전 게임은 타이밍이 조금 다릅니다. 옛날엔 다양한 작품을 접하기 힘들어서 일단 게임을 하나 사면 재미없어도 계속 도전했습니다. 그래서 고전 게임은 자물쇠를 미리 보여주고, 정말 필요할 때 돼서야 열쇠를 줬습니다. [튜닉]은 바로 그걸 물려받았습니다.


필자는 [바이오하자드 빌리지]의  PC 최적화와 버그 때문에 바로 환불한 적이 있다


  예를 들어 이번 작품에는 근처 갈고리로 이동하거나 적을 끌어당길 때 쓰는 아이템이 있습니다. 본문에선 마법 구체라고 하겠습니다. 이 아이템은 석판 3개를 찾을 때 꼭 필요한 것이며, 개구리 영역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처음 [튜닉]을 시작한 유저는 이 사실을 알 수 없지만, 그곳에 가기 전에 개구리 영역 지도를 얻을 수 있고, 가는 길도 산호섬 폐허 지도로 얻을 수 있습니다. 어차피 갈 곳도 마땅치 않아서 보통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향하며, 여기저기서 갈고리도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마치 곧 쓰일 물건이니 눈에 익혀두라는 듯 말입니다.


개구리 영역 진입하기 전후로 많이 보인다


  갈고리는 잠시 넘어가고, 이후 몇몇 적의 혀에 끌려가는 경험도 하면서 [튜닉]에 이런 기능이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개구리 영역 깊숙한 곳까지 도달하여 마법 구체를 획득하면 바로 갈고리에도 집중할 수 있게 되고, 아이템을 장착해서 써보면 몬스터와 같은 능력을 구사할 수 있게 됩니다.



당하는 모습(좌) / 마법 구체를 쓰는 모습(우)


  지금까지의 수수께끼가 풀린 후 많은 갈고리를 배치하여 즉석에서 튜토리얼을 거치고, 적에게도 써보게 합니다. [록맨]에서 적에게 당했던 능력을 획득하는 것처럼 유저에게 새로운 기능을 바로 이해시키고 설명을 생략하는 겁니다. 그리고 초반에 답답함을 유발할 수 있지만 글로 무언가를 배우는 걸 싫어하는 사람에게 잘 통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문제 해결 겸 튜토리얼




  난이도

  [튜닉]의 난이도는 높은 편입니다. 길 찾는 것도 앞서 언급했듯 공략이 없으면 매우 힘들고, 일반 필드에서의 전투는 그나마 괜찮지만 보스전에서 급격히 어려워집니다. 주인공의 칼은 짧은데 보스는 백스탭을 너무 자주 해서 맞추기도 힘들고, 무적 판정도 있는지 구석으로 몰아도 공격이 안 통할 때도 있습니다. 보스의 공격 패턴도 이상합니다. 자기에게도 피해를 주는 폭탄을 근거리에서 던지기도 하는 걸 보아 기술마다 거리 조건이 잘못되어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점프하여 돌격할 때도 주인공의 위치 정보를 받아서 착지하는 곳을 정해야 하는데, 이상한 곳에 착지해서 피하기 힘들 때도 있습니다. 또한 패턴마다 다르게 피해야 하는데 동작이 비슷해서 구분하기도 어렵습니다. 보스에게 집중하면 시점이 몬스터를 중심으로 회전해서 원하는 방향으로 회피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쉽게 정리해드리자면 보스 AI가 특히 이상합니다.


근거리에서 폭타 쓰기(좌) / 구석에서 회피 써서 피하기(우)


  필자의 실력 문제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공략했을 때의 희열이 느끼기 힘들었습니다. 합을 주고받듯 주인공과 상대방의 호흡이 맞아떨어지지도 않고, 정답을 찾아내기보다 오답을 피하는 데 급급한 전투였습니다. 고전 게임 중 난이도 높은 작품이 많아서 이 정도로 어렵게 만들었나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투와 길 찾기 둘 다 험난하다보니 후반으로 갈수록 스트레스를 풀 구간이 적어져서 피로감이 심해집니다. [튜닉]은 옵션으로 스테미나 무한 모드나 무적 모드를 켤 수 있으니 스트레스를 스스로 조절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개발자도 [튜닉]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안 걸까

  추천

  [튜닉]이 추억을 건드리는 건 확실합니다. 그러나 특정 시기의 경험을 너무 구체적으로 보여줬기 때문에 유저마다 공감하는 정도가 다릅니다. 최소한 플레이스테이션2로 패키지 게임을 자주 접하신 분들이라면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패키지 게임을 그 이후로 즐긴 분들이라면 재미있는 옛날 놀이 체험으로 그칠 수도 있습니다. 이부분은 필자도 함부로 추측하기 힘든 부분이기에 개인의 선택에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서 감수성의 영역을 제외하고 추천하자면, 옛날 [젤다의 전설] 스타일의 어드벤쳐 게임을 원하시는 분들에게 좋을 것 같습니다. 난이도가 어렵긴 하지만 공략이나 설정으로 어떻게든 무마할 수 있으니 관심 가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해보시길 추천합니다.


이 작품이 재미있었다면 [튜닉]도 그렇지 않을까?




  다음편 예고

  [튜닉]은 귀여운 그래픽 뒤로 악랄한 난이도를 숨겨둔 게임입니다. 표지만으로 게임을 판단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지만, 작품 전체적인 분위기나 플레이 방식을 잘 어필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다음에 가져올 작품이 그러했습니다. 그 게임은 처음 공개하는 동시에 발매해버려서 모든 유저가 잘 모르는 상태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경쾌하고 밝은 모습처럼 신나는 플레이가 주를 이뤘고, 많은 분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다음에 다룰 작품은 전투와 플랫포머가 중심인 리듬 액션 게임, [하이 파이 러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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