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인택 Apr 07. 2023

[호그와트 레거시] 마법 학교 입학신청서

  『해리포터 시리즈』는 2007년에 완결되었지만 위저딩 월드란 IP로 확장되어 지금까지 인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세계관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게임 [호그와트 레거시](이하 호그와트)는 출시일이 다가올수록 유저들을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그 작품의 타겟팅이 정확히 누구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구매를 망설였습니다. 예를 들어 고블린 은행에 돈이나 물건을 맡길 때를 생각해보겠습니다. 게이머라면 건물 밖에 있는 NPC와 대화해서 창고 시스템을 사용하면 그만입니다. 그러나 위저딩 월드 마니아라면 좋은 기능이 있든 없든 무조건 은행 안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원하는 건 치밀한 레벨 디자인이나 편의성이 아니라 마법 세계를 경험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게임에선 이렇게 구현했다


  다행히 [호그와트]는 게이머와 팬들의 욕구를 마찰 없이 전부 수용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특히 교집합이 아니라 합집합으로 만족시킨 게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엔 각자가 원하는 걸 어떻게 충족시켰는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맞는데




  교집합 - 세계관 경험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위저딩 월드에 관심이 없는 게이머도 세계관을 즐기고 싶어합니다. 그 이유는 『해리포터 시리즈』에 대한 추억을 가지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개발진은 오픈 월드 게임에 들어갈 시스템이나 콘텐츠를 만들되, 해리포터 스킨을 씌워서 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플루 가루로 워프하거나 지팡이를 총처럼 사용하는 것 등이 있습니다. 작품의 구성이 오픈 월드 게임으로서 무난했기 때문에 영화나 소설로 접했던 요소들이 충돌하지 않고 잘 어울렸습니다.


탈 것으로 빗자루나 히포그리프도 있다


  그러나 가끔 쓰임 처가 직관적이지 않아서 곤혹을 치를 수 있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호그와트]에선 시련을 극복할 때마다 적절한 마법을 사용해야 합니다. 만약 마법 종류가 적었다면 골치 아픈 일에 부딪혀도 이것저것 시도하며 풀어냈을 겁니다. 그러나 [호그와트]에서 피해 마법을 제외하고, 기믹에 사용되는 마법이 15가지 정도로 많습니다. 그래서 분명 퍼즐로 보이지만 어떤 마법을 써야 하는지 바로 알아내기 힘든 경우도 가끔 있었습니다.


필자는 기믹 힌트를 늦게 발견해서 그냥 공략을 찾아봤다


  필자가 생각했을 때 이에 가장 적합한 예시는 결투 기술 메시지입니다. [호그와트]에서 싸움이 시작되면 유저에게 기믹 활용을 몇 개 요구합니다. 대부분 명확하게 명시해놔서 쉽게 이행할 수 있지만, '트롤의 곤봉으로 트롤의 얼굴 때리기'처럼 어떻게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는 것도 가끔 있습니다. 이럴 땐 트롤이 양손으로 곤봉을 내려칠 때 플리펜도라는 뒤집기 마법을 쓰면 반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플리펜도 설명란에 카운터 효과에 대한 설명을, 심지어 특정 타이밍에 사용해서 놀라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거라는 암시도 명시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이 마법은 게임에서만 등장하고, 성능도 자주 달라져서 팬덤도 이 효과를 눈치채기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물론 직관적인 것도 많다




  차집합 - 팬덤만 아는 디테일

  앞서 언급했듯 이 게임이 제대로 나왔을지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작품 초반에 주인공이 말 없는 마차에 타는 걸 보고 역시 버그가 발생했다고 생각한 게이머가 몇몇 있었습니다. 하지만 팬덤은 마법 동물인 세스트랄의 마차임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드래곤이 습격하여 동행인이 사망했을 때, 즉 주인공이 죽음을 받아들였을 때 그들이 모습을 드러나는 걸 보고 팬덤은 기대감이 가득 찼을 겁니다. 이렇듯 게이머는 몰라도 팬덤만 알아차릴 수 있는 디테일이 초반부터 숨겨져 있었습니다.


세스트랄은 죽음을 이해한 자만이 볼 수 있다


  의외였던 건 『신비한 동물 사전』처럼 마법 동물을 가방에 넣어서 돌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해리포터 시리즈]에만 국한되지 않고, 위저딩 월드를 더 폭넓게 즐길 수 있게 하여 팬들이 더 만족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필자가 그 시리즈를 잘 보지 않아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포획할 수 있는 동물만 본다면 종류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암컷과 수컷끼리 교배시킬 수도 있고, 돌보면서 아이템을 얻기, 색이 다른 아종 찾기 등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콘텐츠는 분명 존재합니다. 나중에 개체수가 너무 많아지면 가게에 거래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 개발사의 배려와 디테일을 엿볼 수 있는데, 주인공은 마법 동물을 상점에 파는 게 아니라 위탁한다는 설정입니다. 돈도 판매 비용이 아니라 동물 구조 수고비로서 매번 동일하게 120갈레온으로 받습니다. 게임 캐릭터가 유저의 아바타인 만큼 그들을 나쁘게 만들지 않으려는 개발사의 노력으로 느껴집니다.


마법 동물을 직접 키워보자




  차집합 - 게이머의 니즈 충족

  위저딩 월드가 마법사들의 세계인만큼 전투도 매우 화려합니다. 이때 영화 속 『해리포터 시리즈』 마법 대결에서 보여준 모습은 크게 4가지로, 다양한 마법을 연속으로 쓰기, 공방 주고받기, 은 엄폐, 힘겨루기 등이 있습니다. 개발사는 이 전투를 게이머가 원하는 방향으로 구현했습니다. 여러 마법을 구사할 수 있을 때 게이머는 자연스레 최고의 콤보를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그 이유는 그걸 연구하고 결과에 만족하는 것까지가 전투로 느낄 수 있는 재미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유저가 상상한 것들 중 밸런스를 크게 망치지 않고, 구현에도 문제가 없다면 개발하는 게 좋습니다. 


체인 즉사기는 쿨타임이 길다


  이 매커니즘을 게임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접한다면 어떻게든 적응할 수 있지만 [호그와트]는 그렇게 넘어가선 안 됩니다. 게임을 잘 즐기지 않는 사람도 끌어당겨야하기 때문에 전투에 쓰이는 마법이 최대한 단발적이고 직관적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해리포터 시리즈』의 대표 마법 중 하나인 윙가디움 레비오사를 퍼즐용으로만 구현하고, 이를 대신하여 레비오소란 마법이 전투에서 사용됩니다. 이 주문은 물체나 적을 공중에 띄우는 효과를 가졌으며, 이번 작품에서 처음 등장했습니다. 유저가 다양한 전투 공식을 실험할 수 있으려면 상대를 쉽게 무력화시킬 수 있는 공중 콤보가 좋으며, 레비오소는 이를 위한 마법 중 하나입니다.


극초반에 배우는 마법이기도 하다


  은 엄폐를 없애고 공방을 주고받는 것도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줬습니다. 프로테고와 스투페파이로 방어와 반격을 쉽게 할 수 있어서 유저는 상대방 전면에 나서서 전투를 진행하게 됩니다. 그럼 은 엄폐로 장애물을 사이에 두지 않고 적극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됩니다. 힘겨루기가 없는 이유는 그냥 게이머가 그걸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화면에서 보이는 연출은 화려할지 몰라도, 조작할 때는 아무 생각 없이 버튼만 연타할 뿐입니다. 상황을 살피며 적합한 마법을 구사하던 중 갑자기 머리를 비우게 되면 답답함만 생길 수 있습니다.


마법 대결이니 화려하게 가보자




  주의점 – 원작과 영화를 따로 구현한 요소들

  『해리포터 시리즈』 원작은 인기가 많아서 거의 매년 영화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장편 소설 최소 2권 분량을 2시간짜리 영화로 만드는 건 꽤 힘든 작업입니다. 결국 압축과 생략을 거쳐 만들어진 결과물에 원작 팬이 만족하지 못한 경우도 발생하곤 했습니다. 즉, 영화와 원작마다 설정이 다른 요소가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게임의 몇몇 요소는 영화나 소설을 각각 토대로 가져왔습니다.


새삼 추억이다


  영화에서 가져온 것 중 대표적인 예시는 그래폰이란 마법 동물입니다. 『신비한 동물 사전』에서 그 동물의 삽화가 나오는데, 영화에선 다르게 각색되었습니다. [호그와트]의 그래폰은 그 영화에서의 모습을 토대로 바뀌어 등장했습니다. 음악도 영화를 연상케 합니다. 영화 대표곡 중 하나인 Hedwig's theme처럼 첼레스타로 연주된 곡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그 몽환적인 분위기에 두근거리게 됩니다.


참고로 주인공은 그래폰을 힘으로 인정받았다


  반대로 영화에서 등장하지 못한 원작 요소도 있습니다. 피브스라는 폴터가이스트 캐릭터인데, 원작에서 비중이 그렇게 많지 않지만 짓궂은 장난으로 독자들에게 통쾌함을 주는 역할을 맡은 인물입니다. 그 외에도 원작 팬덤이라면 자기들만 알 수 있는 요소도 있으니 직접 찾아보길 추천합니다.


영화에선 구현 중 삭제되었다




  추천

  [호그와트]는 재미있는 게임이지만 플랫폼으로 묘하게 차별을 둔 작품이기도 합니다. 다른 게임도 그렇지만 PC에서의 최적화가 너무 안 좋습니다. 필자의 컴퓨터로는 권장 사양으로 돌릴 수 있었지만 끊기는 구간이 많았고, 문을 열 때마다 로딩이 걸리기도 했습니다. 아마 시야에 들어오는 것들만 출력하여 최적화시키는 것 같습니다. 이와 같은 문제점이 플레이스테이션에선 일어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플레이스테이션에서만 있는 퀘스트가 1년 독점으로 묶여있기도 합니다. 심지어 주인공이 직접 운영할 수 있는 마법 상점을 보상으로 주는 퀘스트입니다. 그것 없어도 플레이에 큰 지장을 주지 않더라도, 유저로서는 기분 나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는 다 괜찮습니다. 초보자에겐 어려운 오픈 월드 장르이지만 튜토리얼을 잘 만들어서 게임 경험이 없더라도 익숙해지는데 문제 없을 겁니다. 위저딩 월드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누구든지 해보시길 바랍니다.


오히려 진입장벽은 컴퓨터 사양




  다음편 예고

『해리포터 시리즈』의 주제는 사랑입니다. 하지만 [호그와트]가 그것까지 담아낸 건 아닙니다. 게임이 아무리 경험을 전달하는데 탁월한 매체라고 해도, 그것만을 무기로 삼는 건 대규모 게임에선 어려운 일입니다. 개발사 입장에선 거대한 자본이 들어가는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성공해야하고, 좋은 콘텐츠를 많이 다뤄야합니다. 감정 전달만 하기 위해선 오히려 반대로 최대한 덜어내야 합니다. 그래서 소규모 인디 게임에선 마음을 흔드는 작품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이번엔 사랑을 다루는 게임을 2개 준비했습니다. 가족에 대한 사랑, 그리고 그 사랑을 누군가에게 배풀 때의 기쁨을 전달해주는 게임, 바로 [언래블]과 [쇼트 하이크]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