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월드 게임은 이동이 자유롭고, 할 수 있는 것도 많고, 현실감이 강하다는 이유로 대세가 된 장르입니다. 하지만 사실 그것만으로 그 장르를 정의하기엔 조금 모호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언제나 저것들 이상의 무언가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자유로운 이동이나 많은 콘텐츠는 그저 장르로 규정할 수 있을 정도로 공통된 요소일 뿐, 재미의 핵심이 되진 않습니다. 현실성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도 한계가 있고, 그게 무조건 매력 있을 거란 보장도 없습니다.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오픈 월드 장르의 매력은 게임마다 다르다는 의미입니다.
셋 다 탐험을 구현했지만 추구하는 재미를 같다고 하기는 힘들다
[엘더 스크롤5]나 [GTA5]처럼 오픈 월드 장르를 새롭게 규명했다는 게임들을 보면 각자 자기만의 해석과 시각이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게임사가 현실에서 존재한 것 중 하나를 게임 기믹으로 새롭게 구현한 것입니다.
[GTA5]는 다양한 동사, [엘더 스크롤5]는 물건마다 다양하게 깃든 이야기거리를 추구했다
이번에 다룰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이하 젤다 왕눈)은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이하 젤다 야숨)의 현실 해석을 그대로 이어받은 후속작입니다. 그래서 이번엔 [젤다 왕눈]이 어떤 시선으로 현실을 보고 게임으로 풀어냈는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물건에 낙하 데미지가 있거나 불로 익힐 수 있는 이유는?
물리법칙
불은 뜨거워서 누군가에게 화상을 입히거나, 밝아서 빛을 비추기도 합니다. 대부분 게임 속 기믹은 이러한 현실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때 물리 작용이나 화학 반응이 단순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기믹이 간단하면서 활용도가 높으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편하고, 예상치 못한 버그도 많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가령 횃불로 빛을 내는 기믹이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것은 어두운 곳을 밝게 비출 수도, 그림자를 만들 수도, 작은 동물을 쫓아낼 수 있습니다. 다양한 것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횃불에는 발광 기능만 있습니다. 그저 각 사물이 불에 다르게 반응했을 뿐입니다. 어느 사물은 그림자를 더욱 뚜렷하게 만들고, 작은 동물은 횃불이 특정 범위 안에 왔을 때 움직인 겁니다.
[플레이그 테일]에서도 쥐가 횃불에 밀려나는 모습을 보였다
[젤다 야숨]은 그 횃불의 기능을 확대했습니다. 불이 빛을 뿜어내고, 열을 발생하고, 상승 기류를 일으키는 등 다양한 기능이 실제로 발휘했습니다. [젤다 야숨]이 게임에서 풀어내고 싶었던 건 바로 이 다양한 물리력과 화학 반응이었던 겁니다. 유저가 생각한 대로 게임이 진행되고 꼼수도 먹혔던 건 사람들이 생각하는 현실 속 물리력이 대부분 구현했기 때문입니다.
[젤다 왕눈]이 추구하는 재미는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었을 때의 경이로움
이걸 가능하게 한 건 게임 속 물리 엔진입니다. 게임 엔진에서 양력이나 부력, 중력 등을 구현할 수 있지만 모든 게임이 그걸 구현하지는 않습니다. 보통은 거기서 필요한 것만 설정하거나, 조작해서 사용합니다. 그 이유는 게임에서 불필요한 게 있으면 파악하기 힘든 버그가 만들어지거나, 최적화가 안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도 이유는 많습니다. [젤다 야숨]이 그걸 얼마나 세세하게 조작했는지 필자로서는 알기 힘듭니다. 그러나 물리 법칙이 다양하게 있지 않았다면 [젤다 야숨]의 기믹이 제대로 살아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에 넣는 물건 각도에 따라 튀어오르는 정도가 다르다
다양한 상호작용의 활용법 강화
앞서 설명했듯 [젤다 왕눈]에선 한 물체마다 다양한 상호작용을 일으킵니다. 불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추위를 이겨내거나 과일을 구울 수도 있습니다. 인벤토리에 넣어 다니는 아이템도 각자의 기능이 최소 하나씩은 있습니다. 그러나 전작인 [젤다 야숨]은 그걸 바닥에 내려놔야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사용처는 많아도 사용 방법이 불편했던 겁니다.
[젤다 야숨]에선 물건을 내려놓던가 던지던가 해야 사용할 수 있었다
후속작인 [젤다 왕눈]은 그 아이템의 위치를 바꿀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스크래빌드라는 능력을 사용하면 아이템을 무기, 방패, 화살 끝에 부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적을 공격할 때, 적의 공격에 방어할 때, 적이 멀리 있을 때 원하는 상호작용을 쉽게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에 맞춰 아이템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공격에 사용할 수 있는 속성별 열매가 추가되었고, 광석에 속성이 부여되었습니다. 그리고 광석의 이미지가 달라졌습니다. 다이아몬드와 호박처럼 스크래빌드를 했을 때 공격력이 올라가는 경우엔 뾰족한 이미지를 보여줘서 공격용임을 암시했습니다.
설명으로 기능을 가르쳐주기도 한다
또 다른 능력인 울트라 핸드는 오브젝트를 이어 붙이는 것입니다. 자재만 있다면 다리나 계단도 만들 수 있는데, 특이한 건 조나우 기어라는 오브젝트입니다. 그 물건은 바퀴나 선풍기 등으로 다양하며, 스위치로 특별한 능력을 발동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상상력을 자극하는 역할을 하지만, 각자가 가지는 기믹은 한가지라서 상상력을 제한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나쁜 의미가 아닙니다. 방대한 자유가 혼란을 주듯 적당한 구속감은 방향성을 뚜렷하게 만들어줍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호버 보드나 위성 레이저 등 자연물로만 만든 것 이상의 무언가를 계속 창조할 수 있게 됩니다.
누군가는 로봇도 만든다
진입장벽 낮추기
주인공의 특수 능력은 오른손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스크래빌드와 울트라 핸드도 그 손에서 발동되며, 트레루프와 리버레코라는 능력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트레루프와 리버레코는 상대적으로 단순한 기믹입니다. 트레루프는 천장을 뚫고 올라가며, 리버레코는 사물의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입니다. 이처럼 다양한 상호작용보다 편의성에 더 치중한 능력이 추가된 건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퍼즐을 푸는 기믹으로도 잘 활용된다
전작을 했던 사람이면 모르겠지만, [젤다 왕눈]으로 이번 시리즈를 처음 접한 사람에게 이 모든 걸 설명하는 건 어려습니다. 탐험하면서 스스로 깨우치기에도 능력 활용법이나 숨겨진 콘텐츠 양이 너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필자가 느끼기에는 [젤다 야숨]과 DLC 2개를 합친 것보다 더합니다.
[젤다 야숨]에선 DLC로 주던 아이템이나 지저 탐험 등 추가된 것이 많다
그래서 [젤다 왕눈]은 각 콘텐츠마다 설명을 다르게 배분했습니다. 예를 들어 스크래빌드나 울트라 핸드처럼 활용도가 높은 능력을 2개로 제한하고, 활용법도 최소한으로 가르쳐줬습니다. 그대신 사용되는 소재를 엄청 많이 흩뿌려 놓았습니다. 이러면 문제를 해결할 때 스스로 상상력을 발휘하며 시행착오를 겪게 됩니다. 조나오 기어를 인벤토리에 넣어서 다닐 수 있게 한 것도 이것 때문입니다.
둘 다 근처에 있던 것으로 만들었다
그 외 콘텐츠는 최소한 1번이라도 설명하고, 중요한 단어엔 다른 색깔로 표시했습니다. 이때 필자는 캡처 도중 특이한 걸 발견했습니다. [젤다 왕눈]에선 넘어간 NPC 대사를 다시 볼 수 있는데, 이때 캡처하면 필요한 정보만 한 화면에 다 담깁니다. 대사 스크립트가 이렇게 구성된 건 체감상 90% 이상입니다. 아마 닌텐도 스위치에 캡처 기능이 있는 걸 고려하여 일부러 이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어쩌면 [젤다 야숨]도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
퍼즐 구성
[젤다 왕눈]은 본인들의 한계에 끝까지 도달한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한계가 눈에 보일 만큼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퍼즐 구성입니다. 원래 게임 속 퍼즐은 자물쇠와 열쇠, 골인 지점 통과, 타임 어택 등 다양합니다. 유저의 경험이 풍부해지고, 작품이 깊어지기 위해선 핵심적인 기믹을 주로 쓰더라도 푸는 방법은 최대한 다른 게 좋습니다. 그러나 [젤다 야숨]의 후속작으로 넘어오면서 퍼즐이 골인 지점 통과인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사당을 찾기 위해 수정을 옮기는 것도, 사당을 통과하는 것도, 현자의 신전의 기믹을 푸는 것도 결국 특정 지점에 도착해야 진행됩니다.
많이 하면 좀 지겨워진다
물론 도달하는 방법은 다 다릅니다. [젤다 왕눈]은 정공법과 꼼수를 전부 유도하기 때문에 이러한 퍼즐 구성과 잘 어울리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너무 찰떡이기에 이 단점이 다음 시리즈에서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현재 방향성을 유지하면서 퍼즐 구성을 더욱 다양하게 만드는 건 그 정도로 꽤 어려운 일입니다. 아직은 치명적일 정도의 단점은 아니지만, 다음 작품을 위해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스스로 길을 개척하는 것 자체는 여전히 재미있다
추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에서 유저는 화면 위로 올라가는 발판을 봤을 때 ‘이걸로 캐릭터를 프레임 너머로 옮길 수 있나’라고 반신반의로 생각하지만, 그걸 진짜로 해냈을 때 경이로움을 느낍니다. [니어 오토마타]의 개발자 요코 타로는 그때의 감정을 게임에서의 자유라고 정의합니다. 그리고 [젤다 왕눈]은 그 놀라움을 섬세한 물리 법칙과 화학 작용으로 유저에게 계속 전달하는 게임입니다. 대단한 작품이긴 하지만 게임을 거의 해보지 않은 분들에게 어려운 재미를 추구한 것도 사실입니다. 닌텐도 스위치에서 손꼽히는 추천작인 건 동의합니다. 다만 다른 게임을 즐기면서 레벨 디자인이나 자발적 목표 수립에 익숙해져야 [젤다 왕눈]을 더욱 온전히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필자는 이 작품을 닌텐도 스위치로 게임 경험을 많이 쌓았거나 오픈 월드 장르를 최소한 한번은 해본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특히 귀찮다고 대사를 바로 넘겨버리는 버릇이 있다면 꼭 고치시길 권장합니다. NPC에게 다시 말을 걸면 잘 대답해 주겠지만, 잘못하면 게임에서 미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스스로 착실하게 진행하지 않으면 벽을 자주 느낄 수 있다
다음 편 예고
[젤다 야숨]은 매너리즘에 빠진 시리즈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은 작품입니다. [젤다 왕눈]은 그 흐름을 어떻게 이어받을지 보여주는 동시에 과거의 구성으로 되돌아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이전 작품이 안 좋다는 건 아닙니다. 까다로운 팬들을 만족시킬만큼 뛰어난 구성을 가졌으며, 특히 [젤다의 전설 꿈 꾸는 섬]은 지금 플레이해도 감탄스러운 부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제 보기 힘들어졌다는 아쉬움을 달래고자 옛날 게임을 가져올까 합니다. 닌텐도 게임기는 하위호환을 하지 않아서 과거 작품을 즐기려면 생산이 중단된 기기를 찾거나 리메이크 작품을 가져와야 합니다. 다음에 다룰 작품은 링크의 첫번째 모험을 닌텐도 스위치에 부활시킨 게임, 바로 [젤다의 전설 스카이워드 소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