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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Dec 10. 2022

퍼포먼스 마케터의 하루

독일 베를린 테크 스타트업, 그 일과.

느지막이 일어나 아침 식사를 간단하게 하고, 커피를 마시며 회사 메신저 "슬랙(Slack)"을 켠다. 6-7년 전 테크 스타트업에 처음 들어오면서 충격을 받았던 것은 왜 이렇게 이메일이 많이 오나 하는 것이었다. 거짓말 안 보태고 하루에 30개-50개씩 쏟아지던 이메일은 그래도 에이전시에서 광고주로 옮기고 난 뒤로부터는 덜하다.


이메일은 폴더별로 바로바로 옮기고, 메인 메일함은 항상 5개 이상 절대 두지 않는다. 안 그러면 이메일 관리 자체가 불가능하다. 아무튼 이메일 폭탄은 좀 줄었지만, 이제는 대신, 3,40개는 족히 되는 주제별 채팅창에서 시도 때도 없이 메신저 알람이 울린다.  


즐겨찾기로 설정해 놓은 채널 위주의 중요 대화들만 대충 훑고 내가 운영하는 캠페인 퍼포먼스를 확인하러 타블로(tableau)를 연다. 여러 데이터 포인트를 취합해서 한 군데로 옮겨놓아 볼 수 있는 데이터 비주얼라이제이션 툴인데, 업계의 계속된 업데이트로 주기적으로 파이프라인을 교체해줘야 한다. 오늘 보니 데이터 일 부 중 구글 캠페인 데이터가 어제 아침부터 들어오지 않는다. 데이터팀에게 귀띔을 하고 혹시 파이프라인이 문제없는지 확인한다. 그런데 문제가 이것뿐 만이 아니었다. 결국 오후에 미팅을 잡기로 하고 여러 가지를 같이 점검해보기로 했다.


오전에 잠깐 브랜딩 팀에서 지난달 컨텐츠 크릿 (Contents Crits) 세션이 있다. 오전에 1시간씩이나.. 뭐 그래도 다 같이 개선하자고 하는 거니 참여한다. 확실히 월 별로 달라지고 개선되는 부분이 신선하다.


미팅이 끝나고 이제 캠페인 채널들을 직접 열고 타블로에 직접 취합하지 못한 캠페인들 내부를 각각 들여다본다. 최근 애플의 업데이트로 캠페인 데이터는 엉망진창이다. 페이스북, 구글 어카운트 매니저들을 통해 데이터가 제대로 들어오는 것이 맞는지 확인 차 이메일을 보낸다.



지난달 광고 콘셉트에 대한 퍼포먼스를 리포트로 정리한다. 그러면서 퍼포먼스가 잘 안 나온 캠페인들 최적화 작업을 동시에 진행한다. 리포팅은 우리 팀이 아니어도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게 최대한 숫자를 줄이고, 비주얼을 많이 넣으려고 한다.


'그래도 왜 항상 이해를 잘 못하는 건 똑같은 것 같고, 왜 브랜딩 팀은 했던 질문을 또 할까..' 하는 생각을 하는 와중에 브랜딩 팀에서 다음 달에 진행할 광고 카피와 디자인을 리뷰해달라고 메신저를 보낸다. 기존에 쓰는 채널 광고 디자인인데, 같이 일하던 디자이너가  바뀌어서 처음부터 다시 룰을 말해줘야 한다. 이건 빼고, 저건 이렇게 해야 되고. 여기 가이드가 있다고 보내줬다. 백 번 보랬는데 왜 항상 반복하는 느낌일까. 그래도 뭐 어떻게 괜찮은 시안은 나온 것 같다. Compliance 팀에 최종 검열 넘기라고 마지막 큐사인을 준다.


점심시간은 한 시간. 슬랙  메신저에 점심 먹고 있다는 상태 표시를 띄워두고 노트북을 잠시  덮는다. 날씨가 좋으면 밖에 나가 테이크아웃을 해오고, 대부분은 집에서 요리를 해 먹는다. 코로나로 리모트 잡이 일상화가 되고 점심 값이 많이 줄었다. 점심 먹고 소파에 앉아 좀 쉬면서 핸드폰을 보다가 보면 금세 또 오후 업무 시간이다. 커피 한잔을 다시 준비한다.


지난달 리포팅 작업이랑 다음 달 예산을 점검하다가, 지난주에 법률(legal) 팀에서 잡은 미팅이 알람으로 뜬다. 맞다, 매년 하는 플랫폼 조항 업데이트 검열. 법률팀은 확실히 글자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우리 회사는 제대로 법안에서 마케팅을 운영하고 있는지 일일이 다 확인을 한다.


1시간의  힘든 미팅이 끝나고 오전에 갑자기 잡힌 데이터팀과의 30분짜리 미팅이다. 내 쪽에서 보이는 문제들을 화면으로 보여주고, 데이터팀은 어떻게 파이프라인이 짜여있는지 나에게 보여준다. 다른 마케팅 팀원과는 다르게 쓰는 언어가 비슷해서 30분이면 데이터팀과의 미팅은 충분하다. 빠르게 어젠다에 있던 것들을 리스트 순으로 체크하고 미팅 종료.


잠시 20분 휴식을 갖는다.


이후 미팅하느라 쌓인 회사 메신저 메시지들을 확인한다. 다 읽을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계속 공유하고 결국 내 귀에 들어오게 되어있으니. 우리 팀과 직결되어있는 사항 (마케팅, 프로덕트 위주) 및 회사 전체 업데이트 정도만 확인한다. 이메일을 다시 확인한다.


구글과 페이스북에서 오전에 보낸 이메일 답장이 왔다. 자기네들 문제는 없는 것 같으나 여기 가이드가 있으니 확인해보고, 3rd party 트래커와도 한번 확인해 보란다. 트래킹에 뭔가 문제가 있을 수도 있으니 트래킹 웹사이트 대시보드에 들어가 세팅을 일단 다 확인해보고, 이 툴 어카운트 매니저에게도 연락을 한다. 관련 있는 데이터 팀과 프로덕트팀을 이메일 참조에 넣는다.


팀 채팅창에서 우리 팀장이 B2B 마케팅팀에서 우리 팀이 A 프로젝트에 갑자기 필요하게 되었다고, 웹사이트 팀과 함께 내일 오전에 갑자기 미팅을 잡는다. 라스트 미닛 미팅이라 미안하다면서. (아........) 그 팀은 왜 퍼포먼스 마케터 안 뽑냐고 물어봤다. 팀장도 "자기도 너무 짜증 난다, 업무 분리를 위해 노력 중" 이길래 알겠다고는 했다. 벌써 세 번째다. 그 와중에 다음 달에 회사 전체에서 해야 하는 그로스 마케팅 (Growth marketing) 워크숍도 잡혀 그것도 준비해야 한다고 리마인더를 준다. 그래 알고 있다 알고 있어. 돈워리.


마지막으로 노트북을 끄기 전에 다시 한번 캠페인들 확인하고, 이메일 안 읽은 것은 없는지 확인하는 와중에, 5시 30분쯤 제목만 봐도 복잡한 이메일 한 개가 온다. 읽지 않고 내일로 넘긴다.


주요 업데이트들을 팀에게 간단하게 정리하고 다른 매니저들 업무 사항 업데이트 크로스 체크하고 6시 퇴근. 퇴근이라고 해봤자 리모트 잡은 노트북을 닫으면 땡이다. 날이 좋으면 밖에 나가겠는데 베를린의 5월 날씨는 우박이 떨어졌다가, 햇빛이 비췄다가.. 그냥  운동이나 하고 집에 있기로 한다. 내일은 문제가 좀 그만 터지길 바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미팅이 하나라도 없는 단 하루를 꿈꿔본다.  그래도 금요일은 여유로워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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