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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Jul 17. 2024

아기 이름 짓기

유럽서의 육아일기 2 - 프랑스 한국 혼혈 아기이름

한국의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아기를 낳으면 올리는 사진에는 아기들이 아기 엄마의 이름이 적혀있는 팔찌를 차고 있다. 반면 이곳 프랑스에서 태어난 아기들은 모두 자기 이름이 적힌 팔찌를 차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프랑스에서는 아기가 태어날 때 5일 안에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벌금이 부과된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출생신고를 하는 데 여유가 있는지라 산후조리원에서도 아기 이름을 태명으로 부르던데, 이곳에서는 아기가 태어나는 그 순간 병원 스태프들이 아기 이름을 물어본다.


나와 내 남편은 임신하기 전부터 생각해 놓은 이름이 있었지만 막상 임신이 되고 나니 '이 이름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어 한참을 고민을 했다. 챗지피티에 프랑스 한국 아기 혼혈이름을 물어보기도 했는데, 나오는 이름들이 너무 뻔하거나 혹은 남편 말로 남편 할머니 할아버지 시절 유행하던 이름이라고 했다.


한국이름을 미들네임으로 프랑스 이름과 같이 올릴까도 생각해 봤지만, 하나의 이름으로 전 세계 그 어디를 가도 불리기 쉬운 이름 하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와 남편의 이름은 우리가 거쳐온 스페인, 한국, 프랑스, 독일 등등에서 완벽하게 발음하기 쉽지는 않은 이름이었기에 더욱 그렇다. 불리기 쉬운 이름이지만 흔하지 않은 이름을 찾기란 어려웠다.


챗지피티와 의미 없는 대화를 나눈 지 오래, 이름을 정해 보는 앱을 써보기도 했지만 결국 흔하지 않은 특이한 이름은 포기했다.



아기의 성은 남편의 성을 당연히 따르는 것보다, 한국 이름을 따로 주지 않는 대신 엄마인 나의 성을 함께 주기로 했다. 이 아이디어는 사실 우리와 친한 커플들에게서 얻은 아이디어인데, 프로방스에 사는 프렌치 커플은 결혼을 하면서 둘의 성씨를 합쳤고, 태어난 아이의 성씨도 자연스럽게 둘의 합친 성씨가 되었다.


프랑스에서 이런 혼합 성씨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한국에서도 몇 번 아이의 성씨가 아빠와 엄마의 성씨를 합친 것을 본 터라 대수롭지 않게 남편의 성씨와 내 성씨를 합치기로 했다. 우리는 바꾸지 않고, 아이에게만 주는 것으로 말이다.


그리고 누구의 성씨를 먼저 붙일까 하는 데에는 나는 딱히 선호도가 없었다. 남편이 자기 성씨를 앞에 놓고 내 성씨를 뒤에 놓자고 했다. 나름 일리 있는 이론을 펼쳤는데, 한국어로는 성씨가 앞에 오고, 프랑스어로는 성씨가 이름 뒤에 오니 어떻게 놓아도 자연스럽게 불리는 쪽은 이 방법이라는 것이다. 써놓고 보니 내 성 박 씨가 아이의 진짜 성 같이 보이고, 남편 성씨 샹은 미들네임처럼 보였는데도 이렇게 하자는 남편의 의견에 내가 딱히 반대할 이유는 없었다.


프랑스의 서류, 독일의 서류가 복잡하다고 누가 그랬을까. 한국도 아기 출생신고 및 여권 신청에 있어 여간 쉬운 국가는 아니었다. 아이의 성은 모나 부의 한쪽만 따라야 된다며 1차로 되돌려 보내진 서류. "한국에 출생신고를 하고 내가 이 모든 수고를 하고 있으니 내 성씨를 넣어야 맞다, "고 한 나의 의견에 남편은 딱히 내키지 않아 보였지만 결국 받아들였다. 대신 여권만큼은 우리 성씨가 모두 들어가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한국 여권에 우리가 원한 아이의 이름을 그대로 넣으려면 프랑스 여권을 먼저 만들고 간다기에 베를린에 돌아오자마자 프랑스 여권부터 신청했다. 그렇게 프랑스 여권을 들고 독일 한국대사관에 찾아가  "여기 적힌 대로 아기 이름을 넣고 싶어요"하니 복수성도 괜찮고, 다 좋은데 아이 이름에 들어간 악센트는 넣을 수 없다고 했다. 프랑스 여권과 달라 문제가 되진 않는지 물어보니 그럴 일은 없다고 했다.


그렇게 한국 여권에 아이의 이름은 악센트가 없이, 대신 복수성이 함께 들어갔다.


쉽게 불려지는 이름을 생각했지만, 다른 부분에서 애를 먹을 줄 누가 알았을까. 어쨌든, 우리 아이의 이름은 -레아샤ㅇㅇ박- 흔한 듯 흔하지 않은 예쁜 이름으로 완성되었다.


결혼할 때도 두 나라를 오가는 서류로 환장할 것 같더니, 아기를 낳으니 덤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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