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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K Jul 13. 2021

700만원으로 시작한미국 이민생활#2

친인척 하나 없는 미국에서 10년 이상 생존한 평범한 30대 부부 이야기

신혼여행 1일 차 + 미국 생활 1일 차

긴 비행시간과 낯선 곳에서의 하룻밤은 잠을 설치기에 충분했다.

낮에 그렇게 덥던 날씨가 밤에는 이불이 없으면 못 잘 정도로 추워서 길고 긴 밤이 되었다.

그렇게 긴 밤이 지나고, 따뜻한 햇살과 함께 미국에서의 첫 하루가 시작되었다.

우리의 미국 생활은 신혼여행과 함께 시작되었다.

700만 원 밖에 없는데 신혼여행을 미국으로? 라면서 고개를 갸우뚱하실 분도 있을 법하다.

이 사연은 너무 길어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 좀 더 자세히 알려드리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간단하게 설명드리면, 밑에 나오는 LL님은 미국에 올 수 있게 해 주신, 내가 언급했던 지인분이시며 이야기에 나오는 아이들의 아버지시다.

LL: LK와 Sue 너희 둘이 결혼식을 올리고 미국에 온다면 내가 3개월간 지낼 곳은 무료로 제공해주마.
LK: 결혼을 생각하긴 했지만, 모아 놓은 돈도 없고, 하고 있는 가게도 있는데 3개월 만에 정리하고 결혼까지요?
LL: 어차피 Sue와 결혼하기로 결심했고, 돈은 지금부터 모은다고 모아질 것도 아니니, 너희의 결심이 돈과 시간보다 더 중요하다.
LK: 네..... Sue와 상의해 보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저 통화를 끝으로 3개월 만에 운영하던 가게도 정리하고, 결혼식도 올리고, 미국에 도착해 있는 나 자신을 보며, 완벽한 계획과 넉넉한 시간과 돈이 없어도, 목표를 먼저 정하고 그것에 맞게 준비를 열심히 하다 보면, 보통이라고 하는 평균과는 다른 속도와 결과들이 나올 수 도 있다고 몸소 체험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이렇게 급하게 신혼여행을 미국으로 오다 보니, 가족들과 친구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내가 처음부터 미국에 오려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미국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20대 초반부터였다.

나의 은인이신 LL님께서 하신 말씀이 지금도 생생하게 들린다.

LL: 네가 미국에서 진짜로 살고 싶으면 오자마자 일하지 말고, 3개월간 아무것도 하지 말고, 돈이 있건 없건 놀러만 다녀봐라.
만약, 그렇게 하고도 지루하지 않고 미국이 좋다고 생각되면 그때 이민을 결심해도 늦지 않을 거다.

나는 저렇게 말씀해 주신 LL님께 아직도 감사하다는 생각을 한다.

미국에 10년 넘게 살아보니 저 말이 맞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오자마자 일만 10년 동안 하며, 여기가 한국인지 미국인 지도 잘 모르고 사시는 분들도 많이 봐왔다.

그렇기에, 미국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알려면, 실컷 놀아보고 여행도 다니고 이것저것 먹어도 보고, 그래도 살기가 좋다면 그때 이민을 결심하는 것이 옳은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이 된다.

한국 분들 중 특히, 남자분들은 골프나 테니스 같은 운동을 하지 않는 분들은 미국 생활에 무료함을 느끼시고 지루함에 지치셔서, 아이들을 대학에 보내고 나면, 보통 여자분들은 미국에 남고 남자분들은 한국으로 다시 들어가시며 자연스럽게 이혼을 하는 과정을 종종 보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꼭!! 본인이 살고자 하는 나라를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과 금전적인 여유가 있다면, 1주일이라도 가장 좋은 곳 가장 하고 싶은 것을 해보고 이민을 결심하시길 감히 부탁드린다.


우리가 남들처럼 오기 전에 계획적으로 영어공부도 하고, 책도 읽고, 여행 계획 등등 사전에 충분히 준비를 하고 오신 분들보다는 많이 어설펐지만, 어쨌든 나는 미국 땅을 밟고 있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나 스스로 좀 괜찮은 것 같다고 자아도취에 흠뻑 취해 침대에 누워있을 때, 밖에서 와이프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 정신을 차리고 거실로 나가봤다.


Sue: 오빠, 애들은 학교 가고 아무도 없으니까, 집 밖에 나가서 뭐 좀 먹고 올까? 안 위험하겠지?
LK: 위험하긴~ 날씨도 좋은데 밖에 한번 나가볼까?
Sue: 그래, 어제 보니깐 집 근처에 한국에서 많이 보던 햄버거 집도 있던데. 


버거킹은 한국에서 먹는 걸로... OK?

어제 오는 길에 집 앞에서 보았던 버거킹 간판을 기억하고 그쪽으로 아점을 먹으러 가기로 하였다.

집 안과는 다르게 햇빛 아래서의 샌디에이고 날씨는 그야 말고 사우나에 들어와 있는 날씨였다.

그래도, 습하지 않아 끈적거리는 것은 없었지만, 그늘 없는 곳에서 10분 이상 걷기에는 다소 무리가 갈 수 있는 날씨였다.

다행히도 버거킹은 10분이면 충분히 걸어갈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건물들이 낮고 날씨와 공기가 좋아서 그런지 구름과 멀리 있는 곳을 보게 되는 여유 있는 샌디에이고 날씨를 느끼며 걸어가고 있을 때쯤이었다.

갑자기 지나가는 차에서 `Hot...... Crazy.....'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 당시에는 정확하게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이렇게 더운 날씨에 왜 걸어 다니냐며 너네들 미쳤냐?라는 말로 기억이 된다.

그 당시 나는 이 사람들이 우리한테 인종 차별한 거 아니냐? 아시안 무시한 거 아니냐?라고 와이프에게 얘기를 했지만, 미국에서 몇 년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상황이 이해가 갔다.

왜냐하면, 사람이 많이 걸어 다니는 다운타운이나, 쇼핑몰 같은 곳을 제외한 일반적인 도로에서 차도 없이 그냥 걸어 다니는 사람들은 아마도 그 당시에 우리와 노숙자들 뿐이 었을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노숙자처럼 안보였고, 그렇다고 조깅을 하는 복장도 아녔으니, 차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생각으로는 반쯤 정신이 나간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을법하다.

여러분들도, 미국에 오셔서 웬만한 큰 도시가 아닌 이상, 걷고 싶으시면 공원이나 산책로를 가시고, 만약 그런 곳이 아니라면 주변을 잘 둘러보시고 아무도 걸어 다니는 사람이 없다면, 웬만하면 걸어 다니지 마시고, 죽어도 꼭 걸어야겠다 싶으시면, 정장이나 외출복은 피하시고(특히 구두는 노노), 레깅스나 조깅복으로 갈아입고 걸어 다니시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흰색 머리띠까지 하시면 완벽합니다)

안 그러면 졸지에 저희와 같은 상황을 맞이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처음 본 사람에게 욕 아닌 욕을 듣고 버거킹 앞에 도착했을 때 그래도 우리의 마음만은 즐거웠다.

즐거운 마음도 잠시, 음식을 주문하려고 카운터 앞에 섰을 때, 나는 어제의 입국 심사원이 버거킹 유니폼으로 갈아 입고, 또다시 입국 심사를 하고 있다는 착각을 느꼈다.

'아으 이놈의 영어' '그래도 여기서 살 건데 부딪쳐 봐야지'

물어보는 사람도 답답하고, 대답하는 사람도 답답하고... 듣고 있는 건지, 대답이 되는 건지, 동문서답하다가 결국 어색한 시간이 흐르고, 난 마치 방금 전의 대화는 없던 것처럼 '넘버 원 메뉴, 투 플리즈'라고 오더를 하였다.

고맙게도 입국 심사원이 아니, 그 직원분이 잘 알아들으시고 주문을 받으시고 잔돈과 음료수 컵을 건네주셨다.

여기서, 잠깐!! 

미국의 엄청난 크기에 대해서 놀라고 가야 한다.

여러분들 중 미국에 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음료수 라지(큰 사이즈)를 시키시면 그 음료수 통을 보고 놀라신 경험들이 있으실 거라 생각한다.

세트 메뉴로 시킨 음료수 라지 사이즈가 일반 여성의 머리만 했다.

진짜다. 우리 와이프 머리통만큼 컸다.

웬만하면, 스몰로 먹어도 충분하다. (무한리필은 안 비밀)

그래도, 가격차이가 거의 없으니 소다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실컷 안에서 드시고, 집에 갈 때 큰 사이즈에 담아 가서 두고두고 냉장고에 넣고 먹어도 된다. (꿀팁?)

우리 앞에 있는 와퍼(버거킹에서 가장 유명한 버거)를 보고 한국에서의 먹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먹었지만, 너무 맛이 없었다. 

그 일 때문은 아니었지만, 내가 다시 버거킹에 가게 된 것은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후였다.

이유는 나중에 설명드리겠지만, 거기보다 맛있는 햄버거 집이 너무 많아서 안 가게 됐던 것 같다.

그렇게, 햄버거를 먹고 집에 돌아오니 아이들 올 시간이 되었다.

아이들은 부모님들이 한국에 먼저 나가셔서, 아는 분들이 직접 픽업해서 집으로 데려다주셨다.

낮에 있었던 얘기들을 해주며, 아이들과 행복한 시간들을 보냈다.

저녁은 와이프가 만든 김치볶음밥 10인분?으로 6명이서 딱 알맞게 먹었다.(잘 먹는다... 너무 잘 먹어... 우리 와이프 손목이 이 시기에 저 세상을 갔다는 소문이 있다)

내가 낮에 했던 머리통 만한 음료수 얘기로 한참을 웃다가, 샘이 내일은 그보다 더 놀랄만한 방 문짝 만한 피자를 먹으러 가자고 하며 기대 아닌 기대를 하게 하였다.

미국에서의 첫날, 나름 잘했다. 잘했고, 영어를 못해도 기죽지 않았고, 새로운 경험도 했고, 내일 할 일도 생겼다.

이제 자자. 굿 나잇~~!

*사진은 모두 직접 찍은 사진을 업로드할 예정입니다. 실명과 얼굴을 공개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제 얘기 가운데 천사와 악마가 존재하는데 악마의 입장에 계신 분들이 이 글을 읽었을 때 그다지 유쾌하지 않을 것 같다는 판단하에 익명과 사진에 나오는 얼굴들은 모자이크 처리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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