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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K Jul 17. 2021

700 만원으로 시작한 미국 이민생활#3

친인척 하나 없는 미국에서 10년 이상 생존한 평범한 30대 부부 이야기

2010년 5월, 71.12cm(28inch) 이 숫자들의 의미는?


과연 이 숫자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전편을 읽으신 분들은 대충 짐작을 하실 것이다.

여러분들 집에 하나쯤 있으신 교자상의 크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피자의 크기를 나타내는 것이다.

상상이 안 가시겠지만 사실이고, 지금도 존재한다.

그 당시 직접 찍은 사진은 없지만, 11년이 지난 지금도 같은 곳에서 장사를 하고 있어, 구글이나 Yelp를 통해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많은 분들이 코스트코 피자를 보고 엄청 커서 놀랐다고 하시는데, 나는 이 피자를 본 후 피자 크기에 대해서는 더 이상 흥미를 느낄 만한 크기를 아직까지는 보지 못했다.

어제, 샘이 얘기했던 방 문짝만 한 피자는 사실이었다!!

방 문짝 피자를 주문하여 집으로 가져오면서 이걸 언제 다 먹지?라는 생각은 필요 없는 걱정이었다.

소금 한통을 다 때려 넣은 것 같은 이 피자를 음미? 하며 한 조각 먹는 동안 반 이상이 없어졌고, 하나 더 먹으려고 했을 땐 이미 서로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이들에게 남아 있는 피자들을 양보하고, Sue와 나는 컵라면을 끓여 먹었다.

라면은 역시 OOO.

제일 밑에 28인치 피자 Yelp(Photo by Jimmy L.)


2010년 6월, 미국 스타벅스 방문


한가로운 일요일 오후.

날씨도 덥고.. 아이들은 저 마다 할 일로 바쁘고..

LK: 더운데 스타벅스가서 커피나 한잔 할까?
Sue: 그래, 샘한테 태워다 달라고 하자.

한국에 있을 때만 해도 샘이 운전해주는 차를 탈 것이라는 상상을 해보기라도 했을까?

미국에 오기 전에 국제 운전 면허증을 받아서, 운전을 할 수는 있었지만, 샘을 믿어 보기로 했다.

스타벅스는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었지만, 며칠 전 버거킹을 걸어가면서 경험했던 일로 인해, 산책로가 아닌 이상 걸어 다니지 않기로 하였다.

무사히? 스타벅스 앞에 도착하였다.

커피를 마시지 않는 아이들은 같은 몰에 있는 프로즌 요구르트를 사주는 것으로 대신하였다. 

샘이 주문을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커피정도는 주문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고 Sue와 둘이 들어갔다.

커피 주문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대신, 무엇을 먹을지 멀리서 미리 확인한 후 간단한 주문 연습을 하면, 아~ 주~ 자연스럽게 주문을 할 수 있다. 일단, 결정을 하였으면, 원하는 커피와 사이즈만 얘기하면 된다.

만약, 미리 연습을 하지 않고 사람들 뒤에 서있다 갑자기 내 차례가 돌아와 주문을 해야 하면, 또다시 영어 울렁증으로 인해, 음.. 엄.. 엄... 을 난발할 수도 있으니, 미리 뭘 마실지 정해두면 마음이 편안하다.

내가 원하는 메뉴를 몇 번 주문하다 보면, 커피 주문할 때만큼은 원어민 부럽지 않다.

자 한번 따라 해 볼까요? '캔아이 해브 어 아이스 와이트 초콜릿 모카? 앤드 노 윕 크림 플리즈' 이 주문 문구는 자다가도 바로 외울 수 있을 정도록 머리에 입력을 해 놓았다. 

부작용으로는 오늘은 다른 걸 먹어야겠다 싶어서 다른 메뉴를 생각해 뒀는데, 막상 주문할 때는 나도 모르게 저장되어 있는 메뉴를 또다시 주문하는 오류가 발생할 때가 아주 아주 아주 가끔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리스타가 이름을 부르며 주문한 커피를 준비해 준다.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서 자리에 앉아 커피와 함께 그 시간을 즐긴다.

편안하고 좋다.

누가 날 알아보지도 못하고,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도 못 알아듣고?, 다른 사람들도 우리의 대화를 못 알아듣고, 내가 뭘 마시든, 뭘 입고 있든, 무슨 대화를 하든, 누구랑 있든, 나도 관심 없고, 주변 사람들도 그렇다.

너무 편안한 이 느낌.. 마치 새로운 자유를 얻은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러다 보니 시시콜콜한 얘기를 해도 하하호호 재밌고 행복하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평안함인지.. 감사할 일들이 여기저기 생겨난다.

Sue랑 정신없이 수다 삼매경에 빠져서 있는 동안 샘이 픽업 오기로 약속이 되었는지 밖에 주차를 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제는 나가야 할 시간이다. 

우리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사진 한컷 찍었다.

지금은 Coffee 문구가 빠지고 새로운 디자인으로 바뀐 스타벅스 로고. 캬~ 라테는 저랬는데~

Sue
LK: 아이스크림 잘 먹었어?
Sam: 네, 형. 형이랑 누나도 다음에 한번 가보세요.
LK: 그래, 천천히 다 가볼 거야. 전부 다~  

3개월을 신혼여행을 생각했을 때 시간이 많아서 가서 뭘 해야 하는지 걱정했는데, 일주일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부터 시간이 얼마 없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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