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운드밸런스 May 02. 2023

바이오 스타트업 주간일지 1주차

미국 출장편 - LA

Earth Bean 카페에서의 잠깐의 여유

나는 지금 LA에 있는 Earth Bean이라는 작은 카페에 혼자 와있다. 출장을 와서 잠시 여유가 생겼다. 스타트업의 속도와 육아로부터 잠시 벗어날 수 있는 어쩌면 영원히 오지 않을 것같은 이 여유 속에, 나는 그간의 일들과 앞으로 일들을 글로 남겨보자 결심했다.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며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 시작은 출장 이야기로 써볼까 한다. 


나는 바이오 신약개발 스타트업에 1년 전 조인했다. 우리 회사는 미국 임상 진입을 준비하고 있고, 나는 임상용 의약품을 생산해줄 CMO업체를 둘러보고자미국에 왔다. 약 10일간의 미국 일정은 매우 타이트하면서도 여유롭다. 일정은 타이트하지만 한국에서의 삶과 비교해보면 비교적 여유롭다고 할 수 있겠다. 이번 출장은 LA로 들어와 1박, 덴버에서 3박, 휴스턴에서 2박 마지막으로 워싱턴 dc 3박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간다. 미국 서부, 중부, 남부, 동부까지.. 영어도 못하는데 미국을 이렇게나 다양하게 찍고 간다. 삼성 시절, 다녔던 출장과는 사뭇 다르다. 유연하면서도 고밀도로 짜여진 일정들.. 이런 유연성과 빡빡함은 스타트업의 매력이 아닐까. (물론 이 일정도 내가 짰다.) 


LA Hoxton Hotel 엘리베이터의 문구

스타트업에서는 하루하루가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이를 대처해 나가야 한다. 대기업과 다른 점은 이러한 일들 중 작은 것도 회사의 생존과 밀접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압박은 내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유연하게 사고하고, 빠르게 대처하도록 만들었다. 이번 출장만 해도 그렇다. 이미 정해져 있던 출장일정을 대통령 행사 참여라는 예기치 못했던 상황으로 수없이 업체들에게 양해하며 바꿔야만 했다. 쏟아지는 변수들을 유연하고 빠르게 대처하다보면 하루가 사라져있다. 이러한 하루가 쌓이고 돌이켜보면 정말 빡빡하게 살았구나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느낌이 나쁘진 않다. 

그럼에도 LA에서의 잠깐의 여유가 이렇게 행복한 것은 나에게도 여유로움이 필요했나보다. 불평할 수 없는 이 날씨와 여유로움 속에 나는 필요한 정비 시간을 가져본다. 앞으로 나에게 다시 닥칠 일들과 이를 용감하게 헤쳐 나갈 나를 상상하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