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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운드밸런스 May 02. 2023

바이오 스타트업 주간일지 2주차

미국출장편 - 볼더

로키 산맥이 보이는 Boulder

LA에서 덴버로 2시간 반 가량 국내선을 타고 도착했다. 덴버에 도착하니 LA와는 아예 다른 새로운 세상이 나를 맞이한다. 엄청난 칼바람과 추위 그리고 알 수 없는 냄새. LA에서는 후드 하나 입으면 딱 좋은 날씨였는데, 이곳은 패딩을 입어야 할 날씨이다. 부랴부랴 렌터카를 찾아 공항에서 차로 한 시간 반 거리의 볼더로 향한다. 


볼더에는 우리 의약품을 대량생산해줄 후보군 업체가 있다. 업체 평가를 하기 위해 이 먼 길까지 온 것이다. 최첨단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도대체 왜 이런 도시에 지었나 하는 의문과 함께 이곳을 정의해 본다. 마치 한국의 설악산 근처 홍천이라고 해야 할까. 거대한 로키산맥을 배경으로 한 아기자기한 도시이다. 아마도 미국사람들도 이곳에 관광을 하러 오는 것 같다. 동양인이라고는 주변에서 찾아볼 수가 없다. 


출장의 매력은 이러하다. 개인적인 여행이었다면 나는 볼더라는 곳에 왔었을까? 아마도 아니었겠지. 우리는 이렇게 자의가 아닌 여정에서 늘 새로운 세상을 만나곤 한다. 가고 싶지 않은 학교를 통해 아이들이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듯, 가고 싶지 않은 회사를 통해 직장인들은 새로운 세상을 맞이한다. 

미팅 전 찍어본 회의실 전경
눈 내리는 4월 볼더의 밤

줌(화상회의)으로만 봤던 사람들을 실제로 만나 대화하고, 이들이 일하는 장소에서 대화하고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은 매우 특별한 일이다. 이해하기 어려웠던 그들의 방식을 온전히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며, 함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다짐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이들과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의약품을 함께 만들어낸다는 것은 힘들지만 꽤나 로맨틱한 일이다. 


이곳은 지금 눈이 온다. 4월 말임에도 거짓말처럼 눈이 펄펄 온다. 어른이 돼버린, 아저씨가 돼버린 나에게 마치 작년 크리스마스 선물을 늦게라도 챙겨주는 것처럼. 볼더라는 도시에서 나는 잊지 못할 밤을 선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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