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선물이란 것을 고르는 것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 누군가를 위해 상대의 관심사를 생각하며 좋아할 만한 무언가를 고민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명절이나 생일이 돌아오면 선물보다 용돈봉투를 사들고 은행에 가서 현금을 인출한다. 선물은 주는 것만으로도 족할진대. 그것마저 이젠 생략하고 있다.
생일이 돌아오면 어떤 선물을 할 것인지 미리부터 생각했던 물품을 어디에서 살 것인지 결정하고 사러 가고 '짠'하고 내보이며 좋아하는 모습에 같이 기뻐했던 적이 언제였던지.
우리 집 세탁기 옆에는 둥글게 말아놓은 가방이 있다. 세탁물이 들어있는 가방은 한참이 지났지만 아직도 처음 가져올 때 그대로인 상태로 있다. 빨아야 할지 버려야 할지 고민하다가 내려놓은 채로. 버리지 못하고 있다.
가끔 아빠한테 가면 여기저기 치울 것을 살펴보고 정리도 했다. 한 해가 지날 때마다 아빠의 깔끔함은 늘어가는 연세와 반비례했다. 그날도 다른 날과 다름없었다. 아빠의 옷을 정리하며 낡은 내의를 꺼내었다. 소매가 다 해지고 목이 늘어져서 입을 수 없었다. 너무 낡아서 따뜻한 온기로 몸을 데워줄 수도 이젠 없어 보였다.
"이거 이제 못 입겠어요."
"아직 괜찮어. 입을 만 해. 그냥 거기다 놔 둬."
"여기 봐요. 다 해져서 늘어졌는데요?"
"그래도 그냥 거기다 놔두라면 놔둬."
거역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이걸 어쩌나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내놓은 대안이었다.
"그럼, 내가 가져가서 빨아올게요."
"그려, 그렇게 해봐."
아빠는 그제야 안심한 듯 내의를 나에게 허락했다. 그 뒤로 이어지는 아빠의 얘기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그 옷은 니 엄마가 나한테 선물한 거여. 그때 시내 나갔다가 아빠 생일이라고 이 내복을 사 와서 나한테 준거여."
엄마가 사준 것이라며 버리지 못하고 그대로 보관하고 있었다. 그게 언제 적인데. 벌써 20년도 더 지난 일인데. 이걸 아직까지 간직하고 있다니. 얼마나 그리웠을까. 보고 싶었을까. 뭉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