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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호 Jun 27. 2024

저는 사실 호흡이 제일 어렵습니다

Day 68


요가를 하는 중 처음부터 끝까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 바로 ‘호흡’이 아닐까 싶다. 요가원에서도, 즐겨 보는 요가 관련 유튜브 채널에서도 늘 ‘호흡하세요’라는 말은 빠짐없이 나오니까.


‘동작은 완벽하게 하지 못해도 호흡은 늘 유지하려 노력하세요.’

라는 말. 요가를 배워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꼭 들어봤을 거라 생각한다.


내가 다니는 요가원에서는 본격적인 요가에 들어가기 전에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명상 및 호흡으로 수업을 시작하곤 한다. 시작 시에 불어넣은 그 호흡 그대로 수업 끝까지 자신의 요가를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 나의 호흡이 어떤 형식과 리듬으로 이루어지는지 인식하고 느끼는 거다. 그런데. 그런데. 강사님의 말에 귀 기울여 그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되는 이 시간이 나에게는 은근히 고역이 될 때가 있다.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내게 맞게 자연스러운 호흡을 하면 되는 건데 이게 왜 이렇게 어려운 건지 도통 이유를 모르겠다. 심리적인 걸까?


오늘 같은 경우도 그렇다. ‘들이마시고 내쉬세요. 들이마신 호흡과 내쉬는 호흡을 비슷하게 유지하세요.’라고 하시는데 어디까지가 내가 들이마실 수 있는 호흡인지 잘 모르겠는 거다.

내쉬는 것도 어디까지 내가 내쉴 수 있는 호흡인지 잘 모르겠다.


호흡이 짧은 탓일까?

아니면 내가 너무 호흡을 해야 한다는 의식에 사로잡혀서 그런 걸까?

자연스레 해본다면 어떨까?


나의 경우엔, 호흡을 들이마시는 게 내쉬는 것보다 더 힘들게 느껴진다.

잘 모르겠지만 내 생각엔 폐활량이 적어서 그런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다른 회원님들의 속도에 맞추거나 선생님의 속도에 맞춰 들이마시면 금방 숨이 차 헉헉거리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호흡의 그릇이 남들보다 작은 걸까. 그래서 나는 그냥 내 방식대로 한다. 호흡이 짧으면 짧은 대로 남들보다 같은 시간에 좀 더 자주, 많이 하는 게 차라리 자연스럽고 편한 것 같아서 그냥 내 속도대로 하고는 있는데 이게 맞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요가가 애초에 정답은 없다지만 그래도 차분하게 호흡을 가다듬은 채로 동작들을 하고 싶은데 호흡부터 조급한 느낌이라 교정해나가고 싶은 마음도 든다.


하다 보면 또 자연스레 되겠지?


그래도 다행인 건 짧은 호흡이지만 동작중엔 되도록이면 잊지 않고 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란 거다. 이제는 그래도 조금 익숙해진 아쉬탕가 같은 경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호흡을 놓지 않으려고 나름 노력 중이고 절반 이상은 호흡에 신경 써가며 하고 있는 것 같다. 들이마시고 내쉴 때 좀 더 구부리고, 좀 더 내려가고, 좀 더 유연해진다는 기분으로 호흡을 원하는 부위에 불어넣어 준다  생각하면 어딘가 모르게 동작이 더 잘되는 것도 같고 가뿐한 기분도 든다.




‘호흡’

경직된 몸을 조금 더 풀어주어 몸을 가볍게 향상해 주는 좋은 도구. 살아있음을 의식적으로 깨닫게 하여 지금에 머물게 해주는 좋은 명상의 재료. 아니면 명상 그 자체일까? 아직 초보인 내가 느끼는 요가에서의 ‘호흡’이란 런 의미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솔직하게 말하자면, 최근의 나는, 호흡을 하고 싶어서 요가를 간다.


삶에 긴장도라든지 스트레스가 많으면 나도 모르게 숨을 쉬는 법을 잊는다거나 얕은 호흡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런 것들이 지속되어 두통, 치통, 소화불량 등 각종 스트레스나 긴장성 통증이 따라오는 일들이 자주 있었다. 일상에서 늘 감정이나 스트레스를 폭발하듯 표출시킬 수는 없고 그렇다고 힘들 때마다 자유롭게 엉엉 울어 풀 수도 없으니 의식하여 호흡을 하려고 노력하는데 이마저도 시간을 내어한다는 게 쉽지가 않더라. 물론 시간이 없다는 건 핑계일 수도 있지만.


하여, 나도 모르게 몰아쉬던 숨을 요가원에 가서 충분히 호흡해 주고 어루만져 주며 내게 맞는 리듬을 찾아 새로 순환시키고 돌아와 또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평소에도 시간을 내어 명상 및 호흡을 의식적으로 해주면 좋겠지만 왜 이게 아직까진 쉽지 않은지 모르겠다. 여전히 아등바등 살고 있다는 의미겠지? 뭐. 그러면 또 어떠랴. 숨 쉬는 법을 잊을만할 때 요가원에 가면 되는 거다. 짧든 길든 나만의 호흡으로 몸을 깨워 여러 요가 동작들과 함께 그때그때의 명상에 다다른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우스꽝스럽고 조잡한 호흡이라도 내게 맞는 방법을 찾아 다양한 시도도 해보고 좌절도 해보고 인정도 해보면서 꾸준히 다니다 보면 언젠간 일상에서도 외부의 자극에 바짝 움츠러들지 않고 적당히 자신의 호흡을 유지할 수 있는 법을 알게 될 거라 믿는다.


아.


마음 편하려고 요가를 다니는구나, 나는.


아무렴 어떠냐. 괴롭지 않다면 행복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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