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시험이라니...
정기검진 검사를 마치고 결과를 듣기까지 딱 일주일. 그 일주일은 일단 주사위는 던져졌다는 마음에 마음이 제법 가볍다. 내가 의사에게 듣고 싶은 말은 딱 네 글자. ‘괜.찮.네.요.’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대기실 앞에서 내 차례를 기다린다. 하지만 슬프게도 문제가 발생했다. 췌장에 물혹이 보인다는 것이다.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물혹이 흔한 거냐는 물음에 의사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나중에 찾아보니 40대 미만 췌장 물혹 환자는 0.5%로 굉장히 드문 경우라는 걸 알았다.
주치의는 간담췌외과 진료를 보라고 연결해 주었으나 의료파업으로 초진 환자 예약을 받고 있지 않았다. 예약이 안된다는 전갈을 들고 다시 유방외과 진료실로 돌아오는데 눈물이 쏟아졌다. 제발 아무 일 없이 검진이 지나가길 그렇게 바랐건만 또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이 절망스러웠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진료 거부라니.
며칠 뒤 이른 아침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휴대폰에 예고 없이 병원 번호가 뜨는 건 정말이지 호환마마보다 무섭다. 유방외과 간호사였다. “교수님께서 유사라님이 우셔서 마음이 너무 안 좋으셨는지 개인적으로 부탁해서 간담췌외과 교수님이 초진을 봐 주기로 하셨어요. 그 전에 췌장 MRI 찍고 진료 보시죠.” 나를 이렇게 생각해 줬다는 감사의 마음과 또 추가 검사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동시에 들었다.
또 시험 보러 가야 하는구나.
복부 MRI를 찍는 시간 20여분.. 작은 통에 들어가 공사장 소리처럼 불규칙한 소음을 들으며 움직이지 않고 기다린다. 잠이 들지도, 움직일 수도 없는 그 곳에서 할 수 있는 건 오직 '생각' 뿐. 괜찮을거라고, 잘될거라고, 정말 만약에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이렇게 초기에 발견한게 얼마나 행운이냐고 긍정회로를 돌리며 20분을 보냈다.
그리고 또 일주일, 유방외과 앞집에 위치한 간담췌외과 진료실에 앉았다. 의사는 물혹으로 보인다고 했고 추적관찰을 하면서 지켜보자고 했다. 눈물이 찔끔 나왔지만 흘리진 않았다. 걱정말고 계획한 일들 하며 지내라고 했다. 또 계획이란 걸 할 수 있게 됨에 감사하다.
두근두근 성적표 받는 날은 심장이 터질 듯 조여온다. 이번엔 재시험까지 겹쳐 두 번이나 성적표를 받느라 살짝 미칠 지경이었지만 또 잘 해냈음에 스스로를 토닥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