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사라 Sep 11. 2024

난자 25개, 수정3개, 배아 0개

처참한 1차 시험관 결과

사실 브런치에 계속 써 온 글들은 '나의 유방암 치유 이야기'이다. 

하지만 얼마전부터 주제가 한 순간에 바껴버렸다. 

유방암 1년 검진을 마치고 시작한 시험관 시술 때문이다.

얼마전 1차 시험관 시술을 진행했다. 난자가 25개 나왔다는 소식에 너무 기대를 했던걸까...

적어도 10개 정도는 수정란이 될줄 알았고, 적어도 5개 정도는 배아가 나올줄 알았다. 

그런데 수정란 3개, 배아는 0개로 이식도 못한 채 1차 시술이 종결되었다.


'배아 발달 정지' 


병원 어플을 통해 미리 결과를 알 수 있는데 처음 봤을 땐 사실 내 눈을 의심했다. 

분명 나이도 젊은 편이고 교수님도 남편과 나 모두 다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했었다.

그런데 결과는 너무나 처참했다.

허무했다.


왜 나한테는 단 하나의 배아도 허락되지 않을까... 

이젠 자연임신은 바라지도 않는다. 제발 시험관 시술이라도 잘 되길 바랐는데 그것마저 허락 되지 않는다는 것에 절망스러웠다.


생각은 언제나 꼬리에 꼬리를 무니 임신에서 시작된 생각은 거슬러 올라 유방암까지 도달했다.

유방암도 걸리고 아기도 못 낳고 내 인생이 너무 불쌍해서 대체 어디서부터 꼬인걸까 생각했다.

그러다 생각을 고쳐먹기로 했다. 


도대체 말년에 얼마나 잘되려고 내 초년이 이렇게 다이내믹할까?


내 30대는 병원 다니는게 8할이다. 

지겹고 힘들지만 그럼에도 긍정회로를 돌릴 힘이 아직은 있다.


이 시험관 시술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것에 감사하다.

아직 나이가 젊은 것에 감사하다.

내가 많이 힘들 때 나를 꼭 안아주고 미안하다고 말해주는 사랑하는 남편이 있는 것에 감사하다.


'교수님, 대체 전 뭘 해야 하나요?'라고 묻는 질문에 의사는 답했다.


'마음 편히 가지세요. 사람은 긴장 상태나 스트레스 상태가 되면 혈류가 심장같은 곳으로 집중되지 생식기관 같은 곳에는 잘 가지 않아요. 마음을 편하게 갖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생식기관에 혈액순환이 잘 돼서 질 좋은 난자가 나옵니다. 한달 쉬고 다음달에 봅시다.'






진료 후 다음 날 아침,

끓여달라고 부탁해 받아온 엄마의 육개장을 담은 반찬 뚜껑이 아무리 안간힘을 써도 안 열리는 것이었다.

'엄마는 다 식히고 넣어야지..왜 이걸 그냥 넣어서....으어어엉......'

반찬 뚜껑이 안 열리는게 슬픈건지 그냥 울고 싶은데 마침 반찬통이 안 열린건지.

 

만만한게 엄마다. 

냉장고 속에서 그냥 압력이 높아져 열리지 않는 반찬통도 죄다 엄마탓이다.

세상에서 뺨맞아도 화풀이할 곳도 엄마다.

그런 존재가 되고 싶어서 나의 엄마에게 화풀이를 했다.


엄마, 엄마 되는 게 너무 힘들어요...


작가의 이전글 과거의 기대, 오늘의 실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