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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사라 Jun 27. 2024

항암치료VS자연치료

항암치료VS자연치료


가장 무서운 부작용은 조기폐경이었다. 아직 출산 전인 나에게 호르몬치료 시 조기폐경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은 정말 사형선고처럼 들렸다.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표적치료 약물은 심장 질환을 야기할 수 있어서 매해 심장 검사가 추가된다고 했다. 암이란 놈을 이기기 위해선 암보다 더 센 약물이 필요하고, 그에 따라 모든 치료에는 무시무시한 부작용도 함께 온다. 암이라는 나쁜 한 놈을 잡기 위해 나머지 착한 세포들이 모조리 죽을 위기에 처해 있게 된 것이다. 그런 희생이 있더라도 암을 잡아야만 하니까 의학계 표준치료는 항암치료를 권고하는 것이다. 모든 의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재발과 전이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와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의 싸움이었다. ‘결정은 환자 본인이 하십시오’가 종양내과 교수의 최종 소견이었다.


이야기를 듣고 나서 항암치료를 받지 않는 쪽으로 마음이 많이 기울었다. 그럼에도 무엇이 득이고 무엇이 실일지 모르는 상황에 불안함은 여전했다. 무식한 생각에 혼자 빠져 있는 건 아닐까? 항암치료는 수술 직후 시작해야만 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생각할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 장고 끝에 악수 둔다고 했던가? 결국, 나는 자연치유를 선택했다.


사실 이렇게 결정하는 데에는 나보다 먼저 유방암을 겪고, 자연치유에 성공한 엄마의 선례가 큰 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이다. 12년 전 유방암 2기 수술을 받은 뒤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거부하고 자연치유를 선택했지만 완전관해(암 치료 후 검사에서 암이 있다는 증거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 즉, 완치 판정을 받았다. 그 당시만 해도 암은 곧 죽을병이었고 항암을 하지 않는 건 자살행위와 다름없는 분위기였다.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엄마를 설득하려고 했지만 결국 본인이 자연치유를 선택했고 결국 성공했다.


엄마와 똑같은 암 아형이 아닌데 나도 성공할 수 있을까? 엄마처럼 자신을 절제하면서 식단과 운동, 멘탈 관리 이 모든 걸 다 잘 해낼 수 있을까? 나이, 출산 경험, 암 유형, 기수 등 많은 조건이 다른 우리 둘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게 맞는 걸까? 끊임없이 밀려오는 두려움과 불안 때문에 결정에 대한 의심과 반문이 물밀듯 덮쳐오는 날도 있었다. 하지만 그 어떤 걸 선택한대도 미래는 알 수 없다. 결정했으면 믿고 밀어붙이자.


결국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며 자연치유에 집중해 보기로 했다. 수술받은 병원인 K병원 주치의에게 이 사실을 말했고 앞으로 정기검진만 받고 싶다고 하자 입에 담을 수 없는 막말이 쏟아져 나왔다. 재발할 것이다, 암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른다, 내 가족이었으면 내쫓았다, 다신 자기 볼 생각 하지 마라. 의사로서 도저히 할 수도, 해서도 안 되는 말들이 비수처럼 날아왔다. 그런데 타고난 반골 기질이 거기서 갑자기 발현될 게 뭐람?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씩씩하게 진료실을 나와 종양내과 진료를 받았던 S병원으로 전원을 신청했다. 전원한 병원 외과 교수에게 나의 상황을 말했고, 역시나 표준치료에서 벗어난 나의 결정에 대해 지지하진 않았지만 이해는 해주었다. 


자연치유를 선택한 것에 후회는 없다. 그러나 두려움은 여전히 있다. 그건 병원에서 권고한 모든 사후 치료를 받았다 해도 매한가지였을 것이다. 나의 생명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은 의사도 엄마도 아닌 바로 ‘나’이다. 

이제 나의 병을 알고 또 알아야 한다. 

그리고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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