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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사라 Jul 05. 2024

한번 해보자! 자연치유(2)

자연스럽게 먹기

 자연스럽게 먹는다. 자연이 이 계절, 이 시기에 무엇을 먹을지 알려준다. 배우지 않았는데도 보기에 가장 먹음직스럽고 가장 건강해 보인다. 그럼 그때 수확하고 먹으면 된다. 

 처음 강원도 생활을 한 건 6월이었다. 시기적으로 수확이 할 일에 8할인 때이다. 빈 진열대에 재고를 제때 알아서 채워주는 부지런한 알바생처럼 한 주씩 깻잎을 이만큼 따먹으면 그 자리에 다시 잎이 이만큼 무성하게 났다. 

 상추를 몇 장 뜯어먹으면 질 세라 두 배는 더 많이 잎을 내주었다. 라즈베리 따 먹었던 것도 기억난다. 항상 마트에서 냉동 라즈베리를 사서 요거트에 넣어 먹거나 건조 동결한 라즈베리를 견과류와 함께 먹었다. 하지만 평창에서는 라즈베리 나무에 차고 넘치게 열린 싱싱한 열매를 양껏 따먹을 수 있다. 


 

 암(癌)이라는 한자에는 입 구(口) 자가 세 개나 들어있다. 그만큼 먹는 것으로 병을 얻기도 하고 먹는 것으로 병이 낫기도 한다는 것이다. 처음 자연치유를 시작했을 때 가장 신경 썼던 것은 바로 어떻게 자연스럽게 먹을 것인가였다. 암에 걸리기 전 나는 보통 아침은 거르거나 간단한 과일이나 두유, 시리얼 정도로 대체했다. 영업 일 특성상 점심시간에 맞춰 끼니를 챙기기 힘들었다. 항상 늦은 점심을 먹을 때가 많았는데 대부분 식당은 브레이크 타임이 있어 못 먹고 거를 때가 자주 있었고, 브레이크 타임이 없는 패스트푸드점을 이용하곤 했다. 저녁때는 퇴근하고 돌아와 힘들다는 핑계로 외식이 잦았고, 고생한 나에게 주는 선물로 달디단 디저트를 먹었다. 

 전형적인 현대인의 식습관이라고 보면 된다. 


 여성 암의 제1원인인 ‘서구화된 식습관’을 고치는 것이 급선무였다. 자연치유식을 위해 채소 위주의 식단을 짰다. 고기를 완전히 끊지는 않았다. 고기를 너무 좋아해서 차마 끊을 수 없던 마음 절반, 단백질 부족이 염려되는 마음 절반이었다. 대신 먹는 양을 기존에 10분의 1 정도로 줄이고, 조리법을 바꿨다. 직화에 굽거나 기름에 튀긴 것은 피했다. 

 소고기, 돼지고기와 같은 붉은 고기는 피하는 편이다. 고기가 무진장 먹고 싶은 날에는 주로 가금류인 닭, 오리로 섭취한다. 내 식단의 주 단백질원은 생선과 해산물이다. 여전히 고기는 너무 맛있지만 한 번 먹기 시작하면 자제가 안 될 때가 있다. 먹고 나면 다이어트에 실패한 사람처럼 후회와 죄책감에 괴로운 지경에도 이른다. 여전히 자연식으로 먹는 것은 어렵고 힘들다. 

 

 매일 삼시세끼 나를 위해 밥을 차리는 일이 그렇게 수고로울 수 없다.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을 먹는 것만큼 대충 물에 밥 말아 먹는 것 또한 내 몸에 죄를 짓는 일이다. 항상 5대 영양소인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무기질, 비타민에 맞춰 식사 준비를 하려고 노력한다. 지방은 유방암을 만들어내는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을 과다 분비시킨다. 그래서 유방암 환자들에게 비만은 절대 금물인 것이다. 그래서 체지방을 줄이고 근육을 많이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유난히 단백질에 집착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렇게 먹는 끼니마다 영양소를 따지며 식사 준비를 하고, 제품을 살 때마다 뒷면 영양 성분표를 꼼꼼히 보는 나를 발견할 때면 정말 암이 무섭긴 무서운가 보다 하고 느낀다. 다시는 아플까 겁내 하는 스스로가 조금 짠하기도 하지만 쉬이 가질 수 없는 좋은 습관을 갖게 된 것 같아 되레 뿌듯하다.


 바꾼 식습관 중 또 하나는 밀가루 음식 멀리하기다. 고기를 몇 점 먹고 속이 안 좋았던 적은 없었는데 밀가루는 한 번씩 먹으면 소화가 안되고 속이 더부룩해지는 게 몸이 그만 넣으라고 신호를 보낸다. 정제 탄수화물인 밀가루는 혈당을 빠르게 높인다. 

 높은 혈당은 호르몬을 자극해 유방암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사실 밀가루를 못 먹는 것이 가장 힘들긴 하지만 가장 피해야 하는 것도 맞다. 그래서 대체 식품으로 현미 국수와 현미 떡을 찾아냈다. 먹고 싶은 걸 마음껏 못 먹으니 짜증이 밀려와 대체 왜 이러고 살아야 하나 자괴감이 들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몸매 관리를 위해 평생 초코파이 하나를 다 먹어본 적 없다는 여배우의 말이 위로가 된다. 먹고 살기 위해 먹지 않아야 하는 사람처럼 나도 살기 위해선 먹지 않아야 한다. 요즘에는 채식주의자들이 점점 많아지는 추세라 고기 대체식품도 상당히 많다. 가격이 조금 더 나가긴 하지만 가끔 먹어주면 나만 아는 특식 같아서 재미도 있고 어느 정도 해소가 된다. 


 운 좋게도 이렇게 좋은 시대에 암에 걸려 대체 식품도 비건 식당도 이렇게나 많고, 레시피와 영양 정보도 쉽게 알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아무리 감사할 일이 저 밑에 숨어 있어도 뒤적뒤적 주변을 살펴보면 언제나 보물처럼 발견되는 법이다.


 나는 영양전문가도 아니고 의사도 아니다.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공부하며 때로는 스스로와 타협해 가며 먹으면 좋을 음식과 피하면 좋을 것들을 정한다. 좀 더 입맛에 맞는 채소를 키우고 다양한 조리법을 찾는다. 전날 잠자리에 들 때 다음 날 먹을 음식을 생각해 놓는 게 습관이 되었다. 잠자기 전 머릿속으로 냉장고 속 재료들을 생각하며 영양소에 맞춰 식탁을 정성스럽게 차려본다. 다양한 색깔이 있을수록 다양한 영양소가 있을 확률이 높다. 색도 식감도 모양도 다른 식재료들이 정성스러운 음식이 되어 식탁에 소박하게 차려진다.

 이만큼 기분 좋은 상상이 있을까? 그렇게 행복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든다. 


 덕분에 나의 동거인인 남편도 덩달아 건강해지는 것 같아 좋다. 가끔 혼자 치킨을 시켜 먹을 때면 미안해하며 한 입 먹을래 묻는 남편 얼굴이 생각나서 웃음이 삐져나온다. 아픈 와이프 덕분에 당신은 장수할 거예요. 조금만 더 같이 고생해 줘.


 딱 이 타이밍에 따뜻한 라떼 한 잔과 달달한 케이크 한 조각이 너무나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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