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럽게 움직이기
자연스럽게 움직이기
자연스럽게 사는 법 두 번째는 운동이다. 당최 살려고 운동하는지 운동하려고 사는지 모를 정도로 운동을 열심히 한다. 요가, 테니스, 등산, 달리기, 헬스를 돌아가면서 하고 있다.
퇴원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빨리 건강해지고 싶은 마음에 공원을 만보 걸었다. 그러고 바로 겨드랑이에 물이 차서 딴딴해진 겨드랑이를 붙잡고 울며 병원에 간 적이 있다. 겨우 만보 걷고 겨드랑이가 팅팅 부었을 때 어찌나 서러운지 엉엉 울었다.
수술 전 예약해 둔 여행을 혼자만 가지 못하고 영상통화로 친구들에게 재밌게 놀라고 말하는 신세가 서러웠던 것도 눈물에 살짝 포함된다. 아무리 외면하려 해도 몸이 아프다는 현실을 마주했을 때면 나사 빠진 책상다리처럼 자꾸만 주저앉게 된다.
얼마 전 마라톤 10km 대회를 나갔는데 결승점에 도착하자 그때 생각이 났다. 겨우 만보 걷고 겨드랑이에 물이 차서 서러워 울던 내가 이렇게 건강해져서 10km를 쉬지 않고 뛰어왔구나. 잘 회복하고 있는 자신이 기특하고 대견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에 벅차올랐다. 항상 어제보다 오늘이 더 건강하고 더 힘이 있다.
아프기 전에는 땀 흘리며 운동한 적이 거의 없었다. 버스 놓쳤을 때 빼고는 뛰어본 적이 없고, 유년 시절에도 체육 시간을 정말 싫어했다. 오히려 지금보다 마른 편이었지만 체지방률이 32%가 넘는 전형적인 마른 비만이었다. 유방암 진단 직전 1년 동안은 특히 많이 먹지 않는데도 살이 찌고 어디 아프냐는 말을 자주 들었다. 체력이 없어서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침대에 누워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저 출퇴근 거리가 멀어져 힘들어 그런 것이겠지 생각했는데 모두 유방암 전조 증상이었던 것 같다.
자연이 움직이는 시간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것이 자연스럽게 사는 방법이다. 해가 뜨면 눈을 뜨고 새들처럼 움직인다. 벌레처럼 부지런히 먹을거리를 나르고 다음 계절을 준비한다. 산에 오를 때는 맨발로 흙길을 걸으며 땅의 기운을 받고 좀 더 자연과 가까워진다.
예전에는 산에서 뒤로 손뼉 치면서 걷거나 나무에 등을 퉁퉁 부딪치는 사람들을 보면 대체 얼마나 오래 사시려고 저러나 유난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랬던 내가 오래 한 번 살아보겠다고 돌이며 나뭇가지며 온갖 것들이 굴러다니는 산길을 맨발로 뚜벅뚜벅 걷는다. 처음엔 부끄러워서 신발 벗는 게 어려웠다. 건강에 집착하는 유난스러운 인간 같아 보이는 것도 싫고 발바닥도 아프고 더러워지는 것도 싫었다. 평생을 매끄러운 방바닥과 신발 바닥만 딛고 살아가는 인간은 점점 발 근육과 뼈가 약해지도록 진화한다. 거친 땅을 밟는 것만으로 혈액순환이 되고, 발바닥 모든 면의 신경을 자극하며 맨발로 걸을수록 다리 근육도 발달한다.
최근 맨발 걷기가 항산화, 항암 작용으로 거의 만병통치약처럼 여겨지는데 사실 나는 그런 효과 때문에 한다기보다 그저 자연과 가장 가깝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이라 자주 한다. 천천히 흙길을 밟으며 매번 달라져있는 숲을 바라보면 심신이 안정되고 행복하다. 맨발 걷기 유행 덕분에 온 동네 맨발로 걷기 좋은 곳들이 생겨나고, 지자체에서도 흙길 공원을 조성해 주는 등 혼자 맨발로 다녀도 민망하지 않은 좋은 환경이 되었다. 인터넷에는 맨발 걷기 성지 정보가 넘쳐난다.
역시나 좋은 세상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며 감사할 또 한 가지를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