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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사라 Jul 08. 2024

한번 해보자! 자연치유(4)

자연스럽게 생각하기

 나는 어렸을 적부터 예민했다. 예민한 사람의 특징인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캐치해내는 눈썰미가 나에게도 있다. 직업적으로 이걸 잘 이용만 한다면 너무 좋은 특성이지만 사실 정신건강에는 그다지 좋지 않다. 다른 사람들은 생각하지 못하는 것까지 생각하느라 머리가 쉴 틈이 없기 때문이다. 

 내 지인 중에는 술, 담배를 다 하면서도 건강한 사람들이 참 많다. 반면에 술, 담배도 전혀 하지 않던 내가 왜 암에 걸렸을까 생각했다. 그 첫 번째 요인으로 스트레스 관리 실패를 꼽을 수 있다. 애주가이자 애연가인 내 지인들은 하루 스트레스를 그날 술을 먹으면서 잊고 훌훌 털어버린다. 

 낮에 스트레스를 받은 건 받은 거고, 어찌 됐든 밤에는 항상 기분 좋게 잠드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술, 담배를 하라는 건 절대 아니다. 그만큼 자기 전 정신을 OFF하고 스트레스 스위치를 꺼버리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연치유를 시작하면서 정신의학과란 곳을 처음 가 보았다. 내 암의 제1원인은 스트레스라고 셀프 진단 내렸기 때문에 정신건강을 위한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싶었다. 암 발현 직전 3년 정도 개인적으로 정말 힘든 일이 있었다. 마음이 크게 다쳐 3년 내내 미움과 서운함을 안고 살았다. 섭섭함과 서러움을 매일 곱씹고 또 곱씹었다. 아무도 없다는 외로움, 버려졌다는 괴로움이 나를 지배하게 마음을 방치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이런 부정적인 감정을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지 몰랐고, 그냥 시간이 지나서 무뎌지기만을 기다렸던 것 같다. 그런데 그 슬픔이 마음속에서 3년간 나를 조용히 공격하고 있었고, 내 신체 중 가장 약한 부분인 유방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정신과 의사에게 내 과거의 일과 자연치유를 결정한 지금까지의 일을 모두 털어놨다. 어느 정도 해소는 됐지만 약을 처방받지 않은 채 상담만 계속하기에 병원의 5분 진료 시스템은 충분하지 않았다. 그래서 의사는 심리상담센터를 추천해 주었고 상담을 시작했다. 여러 가지 성인 검사를 통해 나라는 사람에 대해 정말 많이 알게 됐다. 

 어떤 상황에서 신경이 곤두서는지, 왜 슬픈지 알게 됐다. 그걸 아는 것만으로도 풀리지 않던 의문점들이 해소되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인데 그걸 못하고 있으니 병이 나죠.”라는 상담사의 말이 떠오른다. 욕심이 많고 늘 뭔가 하고 싶은 게 많은, 말 그대로 욕구가 강한 사람인데 항상 절제된 생활과 나를 속여야 하는 환경 속에서 아주 힘들었다. 


 기질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상황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암 환자라면 정신건강 관리 역시 매우 중요하다. 우울증이 암의 재발을 일으킨다는 연구도 있을 만큼 암은 마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심인성 질환이기 때문이다. 정신의학과 역시 중증 환자 의료비 할인이 적용되어 진료비의 5%만 지불하면 된다. 암 투병은 긴 싸움이다. 정신건강을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꼭 방문해 보길 추천한다. 


 상담 후 내 욕심 많은 기질과 성향에 따라 하고 싶은 모든 걸 다 하며 살기로 결심했다. 신기하게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나면 바로 또 다른 하고 싶은 일이 생긴다. 친구들은 이런 나를 보며 자기가 아는 백수 중에 제일 바쁜 사람이라고 놀란다. 나도 정말 백수 과로사할 지경이라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일이 101가지쯤은 되는 것 같다. 지난 1년간 한 일도 많다.

 블로그 다시 시작, 유튜브 채널 개설, 테니스 배우기, 마라톤, 소설 쓰기, 문예 공모전 참여하기, 혼자 여행 가기 등. 다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일인데도 불구하고 지난 32년간 시작하지 못했다. 아프고 나서야 시간은 날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고 당장 시작할 수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반대로 무언가를 하면 어떤 일이든 일어난다는 뜻이 된다. 유방암 자연치유 과정을 기록한 내 블로그 포스팅을 보고 SBS 생방송 투데이 제작진에게 섭외 전화가 왔다. 자연인으로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아프고 나서는 할지 말지 고민될 땐 하는 걸 택하는 능동적인 사람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바로 촬영을 허락했다. 10분 정도 나가는 짧은 코너였지만 다신 돌아오질 않을 유방암 2년 차 때의 모습을 기록할 수 있어 행복했다. 무엇보다 너무 즐거워하셨던 동네 분들과 시부모님에게 좋은 추억이 된 것 같아 기쁘다.


https://youtu.be/ROOzKN0TNJ0?si=c7mYeeYBKVXgG5T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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