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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연 Dec 05. 2021

인테리어

삶을 꾸미는 방식

최근에 새로운 불만족이 생겼다. 내 안락함을 제공해야 할 이 집에 대한 불만족이다. 결혼 전 혼자 살았던 브랜드 27평의 신축 아파트는 단지 내 커뮤니티, 자재, 마감, 공간감 등 모든 것들이 만족스러웠는데 사실 지금은 그렇진 않다.

나름 이 지역에서는 신축 아파트에 속하면서도 날림공사의 흔적이 역력한 벽지, 저렴한 자재, 협소한 커뮤니티 공간, 실외기조차 설치가 힘들어 에어컨 없이 여름을 지새게 한 주제에 거실에 보란 듯이 튀어나와있는 에어컨 배관 등 사랑하는 남편과 공존하는 공간이라는 심리적 안정감 외에 '거주공간'으로써의 매력은 전혀 없다.

호박에 줄 긋는 심정으로 인테리어 소품들을 하나둘씩 사들였다. 수박은 못 돼도 줄 그은 호박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어서다. 못 본 척 화분으로 대충 가려놓았던 거실 에어컨 배관을 가릴 콘솔, 분위기 있는 조명으로 바꿔 단 식탁등, 따뜻한 느낌을 위한 원목 소품들과 팬트리 안을 정리할 수납장도 샀다. 창고에 그냥 쌓아둔 물건들 정리도 했다. 보이지 않는 곳이라고 마음대로 쌓아뒀지만 눈에 보이지 않아도 내가 알고 있기 때문에 그것들을 정리하는 것은 내 마음 정리에도 꽤 도움이 되었다.

인테리어 소품들을 사들이면서 다른 사람들의 인테리어도 구경했다. 화이트/우드로 깔끔하고 따뜻함을 추구한 인테리어, 블랙/다크 우드로 단정하면서도 무거운 느낌을 낸 인테리어, 낮은 천장, 엔틱 느낌의 소품들로 어수선하지만 다채로우면서도 조화롭게 꾸민 인테리어 등 다양한 모습의 집들을 구경하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비록 내 취향은 아니지만 이것도 나름대로 예쁘고, 저것도 나름대로 매력이 있다. 그러므로 틀린 인테리어는 없다.

사람의 삶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남편의 후배분이 집에 놀러 와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그분이 나와는 꽤나 다른 성향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불편했다기보다는, 낯설었다.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추구하는 인생의 가치와 방향은 크게 특별할 것 없이 비슷비슷하다. 안정감, 발전, 성장, 사랑. 뭐 이런 것들. 하지만 간혹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당장의 안락함을 포기하고 모험을 즐기는 것. 또 다른 가치도 있다. 안락을 누릴 수 있는 위치에서도 그것을 포기하고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삶이 그것이다.

어떤 가치가 더 우월하다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냥 '가장 우선시하는 것' 이 다를 뿐이다. 마치 인테리어 같이 자신의 삶을 자신만의 색깔과 디자인과 감각으로 꾸민다. 디퓨져 하나를 골라도 각자의 발향이 다르다. 때문에 수많은 가전 가구의 배치, 인테리어 소품, 색상, 디자인 등이 모 그 사람만의 독특한 인테리어가 되는 것이다.

틀린 인테리어는 없다.

틀린 가치도 없다.

틀린 삶도 없다.

우리는 모두 다르게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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