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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준수 Sep 23. 2023

청춘답게 살며 짓다.

도서 읽기: Tadao Ando, Youth

복싱을 하던 선수가 운동을 그만두었다.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했다. 마침내 건축가가 되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뿐만 아니라, 자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건축가의 반열에 올랐다. 일본 전국에 그가 만든 건축물이 있으며, 지역 사회의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공간이 되었다. 이런 믿기지 않은 이야기가 모두 사실이었다.

원주에 있는 뮤지엄 산(SAN)에서 안도 타다오-청춘 전시회를 했다. 제목이 청춘인 그의 작품 도록을 구입했다. 책에는 그를 잘 아는 지인이 쓴 인생과 열정에 대한 글이 실려있었다. 유명 평론가는 그의 건축 세계가 어떤지, 그의 건축이 역사적으로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논평했다. 이 책은 글도 좋지만, 더 큰 매력은 사진이었다. 전 세계에 지어놓은 그의 건물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Tadao Ando - Youth


그는 건축가가 되었을 때, 시작부터 승승장구하며 성공가도를 달린 것은 아니었다. 1969년 사무소를 열었고, 오사카에 있는 작은 구옥을 재건축하기까지 7년의 시간을 견뎌냈다. 그 일은 데뷔 같은 것이다. 데뷔한 아이돌 그룹이 곧바로 스타가 되지 않듯, 그도 그랬다. 세상의 주목을 받는 건축물을 맡기까지는 더 많은 기다림의 시간을 견뎌야 했다.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원하는 일을 하면서 성공을 하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긴 마찬가지다.

안도 타다오는 남들과 다른 시각으로 공간을 바라보았다. 건물이 들어설 자리의 주변 공간을 먼저 고려했다. 다음은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을 건축 재료로 선택했다. 건물이 들어설 환경과 재료를 살피고, 그곳에 적합한 건물을 설계했다고 보는 편이 맞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건물과 건축에 대한 그의 관점이 특별한 것은 아니다. 우리 조상은 한옥을 지을 때, 이미 그런 관점을 적용했고,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전국의 명산에 자리 잡은 사찰을 예로 들 수 있다. 사찰을 지었던 대목수는 건축물이 들어앉게 될 터의 무늬를 보면서 넓이와 모양을 생각하고 주변 지형과 경관에 어울리는 높이와 길이를 감안하면서 사찰을 설계했다. 어떤 건축물이 들어설 때, 가장 멋진 조화를 이룰지 이미 생각하며 건축 일을 했던 것이다.


건물 자체가 두드러지고, 랜드마크가 되도록 높고 크게 짓는 방식이 보편적인 건축법이라 한다면, 안도 타다오의 방식은 그 틀에서 벗어나 있었다. 건물 자체가 돋보이는 접근이 아니라, 주변 환경에 건물이 묻히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가 70~90년대에 건축했던 많은 건물은 지상보다 지하에 더 넓은 공간을 갖고 있었다.

또한 당시에는 내외장재로 콘크리트를 덮어서 마감을 했는데, 그의 방법은 달랐다. 콘크리트를 노출시켰다. 노출 콘크리트의 특징은 매끈한 표면이다. 이를 위해 특별한 거푸집을 제작해서 더 많은 공을 들이며 콘크리트 건물을 만들었다. 그 결과는 탁월했다. 건물의 단순한 형태와 잘 어울려, 기하학적 특징이 부각되었다.  


전시와 도록의 제목인 청춘은 그가 좋아하는 작가의 글에서 가져온 것이다. 사무엘 울만이 70대의 나이에 쓴 글이었다. 청춘이란 생물학적으로 특정 시기를 지칭하는 용어가 아니라, 인생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갖고 살아가는지 마음 상태를 지칭하는 개념이다. 그가 생물학적으로 청춘이 아님을 역설적으로 드러내지만, 마음만은 분명 청춘의 특성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그는 글이 아닌 이미지로, 자신만의 청춘을 차별적으로 형상화했다. 바로 청사과였다. 청사과 오브제는 그가 건축한 주요 건물에 놓여있는데, 얼마 전 뮤지엄 산에도 출입구 한편에 진열되었다.

풋사과로도 지칭되는 사과는 맛과 식감이 빨간 사과와 다르다. 사과인지 아닌지 모호한 맛이지만, 담백함을 갖고 있어 물리지 않는 특징도 있다. 마치 평양냉면처럼 담백해서 계속 생각나는 맛과 유사하다. 안도 타다오는 식지 않는 열정으로 건축을 했고 할 테지만, 그가 만든 건물은 풋사과처럼 사람에게 물리지 않는 존재로 남아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열정적으로  찾아가기보다는 오랫동안 두고두고 찾아가고 싶은 건물이 되기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끝으로 국내에 있는 그의 건축물을 소개하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방문해서 건축물이 주는 멋을 직접 체험하기 바란다.


[안도 타다오의 국내 건축물]

2008년 한화인재경영원, 경기 가평

2008년 유민미술관, 제주

2008년 글라스하우스, 제주

2012년 본태박물관, 제주

2012년 뮤지엄 산, 강원 원주

2014년 페럼 클럽, 경기 여주

2014년 JCC 크리에이티브센터, 서울

2015년 마음의 교회, 경기 여주

2022년 마곡 LG 아트센터, 서울

진행 중 한옥 게스트하우스, 경기 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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