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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준수 Nov 04. 2023

한국계라서 오히려 좋아!

애니메이션 읽기: 엘리멘탈

재미교포 2세가 미국 대중문화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소설 파진코의 성공은 신호탄이었다. 그 이후 피터 손 감독의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이 흥행에 성공했다. 재미교포 2세의 역량을 보여주었다. 미국에서 소수자인 한국인의 정서가 미국인의 공감을 얻었고, 세계인과 소통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 엎드려 절하는 전통, 동족과 교류, 타민족에 배타적 성향, 동족 공동체 문화 등 한국적 특성이 어색하지 않았다.

엘리멘탈의 성공에는 역사와 사실의 힘이 컸다. 영화 줄거리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었다. 손감독의 부모가 식료품점을 운영했던 사실과 손감독이 지켜본 부모의 삶에 대한 진솔한 표현을 예로 들 수 있다. 미국의 이민 역사도 작품에 사실성을 부여했다.

사실의 힘이 작용했어도 작품의 성공은 손감독의 창의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가 살았던 뉴욕, 여행을 다녔던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 등 여러 지역이 작품의 배경으로 녹아들었다. 그는 자신의 방식으로 새로운 세상을 아름답고 환상적으로 시각화했다. 사 원소를 참조하여 네 종류의 캐릭터를 개발한 아이디어도 감독의 상상력이 있어 가능했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다른 인종, 민족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해 주었다. 사실 그가 살아온 삶이 이미 답이었고, 작품에도 동일하게 적용했다. 본인은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인으로 살지만, 외모가 동양인이란 이유로 ‘영어 할 줄 알아요?‘, ’ 미국인이세요?’라는 미국인 신분을 확인받으며 살았다. 그 과정은 자신을 객체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생각하게 만드는 경험을 강요했다. 그 과정에서 편견의 피해의식을 갖고 주류에 진입할 수 없다는 자기 암시를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계란 사실을 드러냈다. 편견이 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자신이 한국계 미국인이란 사실을 편하게 알렸다. 그렇게 자신에 대한 주저하는 시선을 거두게 했다.

뉴욕은 전 세계에서 모여든 젊은이로 가득하다. 이들 중 예술에 종사하는 경우, 자신의 민족과 국가를 자산으로 활용한다. 남과 다른, 차별적인 생각과 표현은 자신이 습득한 문화를 통해 발현되기 때문이다. 전 세계의 젊은이가 자신의 문화적 배경을 공유하면서 창조적인 예술 성과를 보이며 활동하고 있다. 남과 다른 점을 부각하는 창조 행위를 할 때, 한국계라는 사실은 차별적 강점으로 작용한다.

손 감독은 물, 불, 공기, 흙, 사 원소 중에서 한국인의 성향을 불의 종족으로 설정했다. 열정이 강하지만 쉽게 식기도 하는 특징은 한국인의 일면과 닮았다. 본인은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뿌리가 한국인 부모를 보며 살았다. 우리 민족에게 불다운 면모가 있음을 보면서 체득했던 것이다. 그는 한국 문화와 가치도 자연스럽게 습득했다. 그런 점이 미국에서 활동하는 다른 예술가와 큰 차이를 만들어냈다. 다행히 한국 문화가 세계인에게 주목을 끌고 있는 환경도 보탬이 되었다. 음악, 드라마, 영화 등 한국 대중문화가 전 세계에서 유행하고 각종 시상식에서 수상을 하는 뉴스가 자주 보도되었다. 한류 열풍으로 손 감독의 횡보도 긍정적 도움을 받았다.

이민자의 나라로 정의되는 미국이기에 여러 민족과 인종이 교류하고 화합하는 이야기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했던 것일까? 이미 한국도 여러 나라에서 온 민족과 인종이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데 우리는 어떤가? 우리 사회는 그들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지는 않은가? 만일 그렇다면 과거의 패턴을 버리고, 공존하는 방식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여러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한국에서는 한국인이 다수이며 주류이므로 인식할 수 없는 것이 한국계란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을 벗어나면, 전 세계 어디에서나 우리는 소수의 한국계란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 소수자의 입장에 선 적이 있다면, 글로벌 세상에서 소수자의 인권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다만 귀국하여 주류가 되면 잊어버린다. 소수자를 존중하는 문화가 우리 사회에도 자리 잡을 필요가 있다. 소수자인 한국계가 전 세계에서 멋진 성과를 보이기 바란다면, 우리 사회에서 다른 민족성과 인종을 가진 사람이 문화와 예술계에서 성공하는 일도 받아들여야 공평한다.

애니메이션의 주된 시청자가 어린이란 점을 감안할 때, 엘리멘탈의 문화에 대한 인식과 영향은 장기간 유지되고 편견 없는 세상으로 한 발 더 나아갈 거란 기대를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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