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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와 인형

by 유꼭또

『변신』 (1915)과 『심판』 (1924)의 작가로 체코의 프라하에서 유대계 부모의 장남으로 탄생한 프란즈 카프카 (1883-1924). 그는 죽기 일 년 전인 1923년 독일 발틱해 연안의 그랄 뮤리츠에 위치한 유대계 난민 어린이를 위한 캠프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게 됩니다. 나이 40 가까이 된 그는 이곳에서 같은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던 유대계 폴란드인인 25세의 여성 도라 디아만트를 만나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집니다. 아버지가 강요하는 결혼을 피해 폴란드에서 독일로 도망쳤던 도라. 늘 돈이 우선인 세일즈맨이자 가정의 폭군인 아버지 밑에서 사랑보다는 억압받고 무시당하며 성장한 카프카. 늘 아버지를 두려워하며 부친의 그늘에서 벗어나려 애를 썼던 카프카가 결핵에 걸린 채 무려 20년 연하의 도라를 만나 사랑하게 된 이유 뒤에 서로의 비슷한 가정환경이 자리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젊지만 당찬 여성 도라는 아버지의 습관적인 언어폭력과 고성으로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카프카로 하여금 “아버지로부터 탈출”을 권합니다. 병약한 카프카가 늘 생각만 하고 있었던 프라하에서 벗어날 용기를 준겁니다. 도라는 카프카가 처음으로 사랑하고 동거까지 하게 된 유일한 여자였습니다. 그는 1923년 가을에 도라가 살고 있던 베를린으로 왔으며 그다음 해 봄에 결핵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카프카 인생의 마지막 6개월은 육체는 고통스러웠지만 정신적으로는 가장 행복한 시기였습니다.

베를린에서 동거를 시작한 카프카와 도라. “카프카와 인형이야기”는 이때 있었던 에피소드이며 이는 카프카 사후 도라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이후 이 이야기는 여러 가지 다른 버전으로 세상에 알려졌는데 우리는 라리사 튤의 2021년 판 어린이 그림책 “카프카와 인형이야기”를 요약하여 읽어봅니다.

어느 날 카프카는 베를린의 한 공원을 걷다가 울고 있는 꼬마 소녀를 만나게 됩니다. 왜 우냐고 묻자 그 소녀는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인형을 잃어버렸다고 울먹였습니다. 소녀와 카프카는 같이 인형을 찾아보았지만 허사였습니다.

카프카는 그 소녀에게 다음날 같은 장소에서 만나서 다시 한번 인형을 찾아보자고 말했습니다. 다음날 둘이 만나서 다시 인형 찾기를 시도했지만 실패하자 카프카는 소녀에게 인형이 보냈다며 편지를 건넸습니다. 편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제발 울지 마. 난 지금 세상을 구경하며 여행 중이거든.

내 모험에 대해 써서 보내줄게.”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카프카가 죽을 때까지 계속되었습니다. 둘은 만남을 지속하면서 카프카는 소녀에게 인형이 써서 보냈다는 이야기와 모험을 읽어주었습니다. 소녀는 그 이야기들을 너무 좋아했습니다. 마침내 카프카는 베를린으로 돌아온 (사실은 그가 구입한) 인형을 갖고 소녀에게 갔습니다. 소녀는 인형을 보자 “내 인형 같지 않아요”라고 말하자 카프카는 인형이 썼다며 또 다른 편지를 건넸습니다. 그 편지에는

“여행을 오래 하다 보니 내 모습이 변했어.”


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꼬마소녀는 그 새 인형을 꼭 안고 집으로 갔습니다.

그 후 카프카는 사망합니다. 꼬마 소녀는 세월이 흘러 성인이 되었고 어느 날 그 옛날 카프카에게서 받은 인형을 만지작거리다가 인형의 틈새에 숨어 있는 아주 작은 편지를 발견합니다. 거기에는 카프카의 사인과 함께 이렇게 쓰여 있었죠.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것이 아마 없어질 거야. 그러나 결국에는 사랑은

다른 식으로 돌아올 거야.” (Everything you love is very likely to be lost,

but in the end, love will return in a different way.)


사는 동안 누구에게나 슬픔과 상실을 경험합니다. 그 치유는 사랑으로 시작하며 사랑에 마음을 열면 그 사랑은 또 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다시 찾아온다는 이야기입니다. 울고 있던 꼬마 소녀에게 준 카프카의 따뜻한 마음. 그가 평생 아버지로부터 받고 싶었던 사랑이었습니다.


분노, 증오, 비방, 선동, 폭력이 난무하는 이 이상한 세상을 극복할 유일한 무기는 사랑입니다.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은 무적이 되리니. (월트 휘트먼)

Those who love each other shall become invincible. (Walt Whit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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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즈 카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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