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은 나란히 붙어 있는 “두 개의 집”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집”은 벽 혹은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죽음의 집”이 붙어 있습니다. 죽음은 산자의 숙명입니다. 우리 모두 예외 없이 시간차이는 있지만 죽음의 집으로 건너가기 전 혹은 직전입니다. 오늘은 죽음에 관한 시를 읽어 보며 임종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죽음에 대해서 유난히 많은 시를 쓴 시인이 있습니다. 뉴욕 시립대학교 리먼 칼리지의 특훈 교수였으며 2001년부터 2003년까지 미국 계관시인으로 선정된 빌리 콜린스입니다. 그중 제가 선택한 시는 「임종을 앞두고」 (“Death Beds”)입니다. (번역은 제가 했는데 오역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임종을 앞두고
빌리 콜린스
옛날 사람들은 죽을 때 말들이 많았어.
상대할 중개인들이 너무 많은 탓이었지.
세계 7 대 문을 관장하는
이승 출발 담당 신들
부드러운 노에 기댄 사공들
영원한 조종사들, 불멸의 호송자들
그런데 이건 단지 운송일 뿐이야.
일본 중들은 때로는 벼루하고 붓과 함께
서판을 요구한다고 하지.
그래야 죽기 전에 붓으로 쓴
짧은 시 한 편 남길 수가 있잖아.
노란 잎에 떨어진 비 한 방울,
누군가는 백만 마일의 여행을 떠나는
달과 밤의 구름에 대해 묘사하겠지.
글을 읽을 줄 아는 중세의 기독교도들은
죽음의 주제에 관한 글, 죽는 기술에 대한
안내서를 읽으려 할 거야.
침대에서 해야 할 행동 가이드,
마음가짐을 올바르게 하는 법,
영혼을 하늘로 향하게 하는 법,
그리고 자신의 호흡으로 하는 기도를 듣는 법에 관해서 말이지.
결핵으로 고통받는 창백한 빅토리아 인들은
거울을 갖다 달라고 할 거야.
그래서 열로 인해 얼굴에 생긴
천상의 빛을 볼 수 있을 테니까.
누군가는 사진사들을 부르기도 하지
병실에서 삼각대를 펼치도록
그리고 무거운 검은색 천속으로 사라지지
피사체도 어느 정도는 같은 행동을 하잖아.
그런데 재치 있는 사람들도 있어
그들의 마지막 숨으로 내뱉는 시 한 줄
치명적인 끝맺음, 마치 사람들로
북적이는 커다란 전시실 같은 세계에서
지금이 기다란 스카프를 두르고 떠나야 할
시간이라는 듯, 문을 닫는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맡겨두고 말이지.
누구는 몇 달 동안 누워만 있지
천장만 바라보면서
누구는 한 번 구르고는 가버리지
누구는 목사님을 불러달라고 소리 지르고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고백을 하지
그리고 너와 나도 마찬가지로 누워있을지 모르지
둥그렇게 둘러앉아 자지 않고 지키고 있는 가족들과 함께
우리의 손을 잡고 있는 야간 간호사들과 함께
어둠 속에서 혹은 홀로
잉크도 없고, 거울도, 라틴 책도 없을지 몰라
벽지는 맛이 없을지라도
너는 신화에 들어간다고 느낄 수도 있어.
난 창문을 원할 거야
일반적으로 하는 생각들이잖아
맑은 하늘 혹은 높게 뜬 옅은 구름들
풍부한 햇빛, 차가운 베개
그리고 난 마지막에 기대해 보고 싶은 게 있어
순수한 인식의 순간을
매트리스 아래에 있는 단 하나의 콩을 느낄 수 있을 때
파란 하늘에서 사라지는 매의 점 하나를 발견할 수 있을 테니.
서양이나 동양의 신화를 보면 저승은 또 하나의 세상입니다.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강(The Styx river)도 있으며 7 개의 문도 있습니다. 죽은 자가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사공과 배 삯을 흥정을 해야 하고 7 개의 문 중 한 곳을 배정받기 위해서는 문지기의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생전에 지은 죄에 따라 등급(1-7등급)이 결정되니 조금이라도 더 좋은 등급을 받으려면 망자는 자신의 죄를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방어해야 합니다. 저승으로 떠나는 사람들은 이러한 중개인들을 상대해야 하니 말이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시에서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있는 이들을 조종사, 호송자라 표현했지만 결국 하는 일은 죽은 자들을 최종 목적지로 보내는 운송(택배)입니다.
일본 중들은 죽기 전 단시(하이쿠) 한 편을 남기고 갑니다. 인생은 “노랗게 물든 낙엽 위에 떨어진 빗물 한 방울”이며 저승길은 “달과 밤의 구름이 떠나는 백만 마일의 긴 여행”입니다. 중세 시대의 기독교도들은 “잘 죽는 법”을 정독하고 죽을 준비를 합니다. 이 시기 가장 중요한 건 마음가짐, 영혼이 제대로 하늘나라로 향하느냐의 여부, 그리고 기도입니다. 빅토리아 여왕이 통치했던 19세기 영국은 조금 기괴합니다. 19세기 유럽 사망의 25%를 차지한 결핵. 같은 시기 영국은 7명 중 1명이 결핵으로 사망했습니다. 그러나 빅토리아 인들은 결핵으로 인한 죽음에서 하나님이 보내는 천상의 신호를 찾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거울이 필요했던 겁니다. 평균 수명이 30세 정도에 불과했던 이 시기 사람들은 사진 한 장 없이 너무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나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따라서 가족이 죽으면 망자를 추모하고 기억하기 위해서 사진사를 불러다 죽는 (혹은 죽어가는) 사람을 찍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이 시에서는 피사체가 죽기 직전의 장면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사진사가 사진을 찍기 위해 빛을 완전히 차단시키는 두꺼운 검은색 천으로 사라지는 순간 망자도 어둠 속의 세상으로 떠납니다.
이제 시는 현대세계의 임종 순간을 포착합니다. 임종을 앞둔 이가 내쉬는 마지막 숨은 자신의 삶을 닫는 한 마디입니다. 곧 먼 길을 떠날 사람이 살았던 세상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전시실. 인생은 자신의 일(작품)을 남(관객)에게 평생 보여주고 평생 평가받다 끝납니다. 시인은 임종의 시간을 기다란 스카프를 두르고 떠나야 할 시간이라 표현하고 있으니 전시실을 떠날 이가 여성으로 추측됩니다. 미국에서는 망자의 시신에 정장을 입힌 후 관에 눕혀 추모객들이 보게끔 하는 문화를 고려해 볼 때 스카프를 이용해서 사자의 패션을 마무리한다는 의미가 아닌 가 추측해 봅니다. 몇 달 동안 침대 위에서 천장만 공부하는 사람들도 있고 목사님을 불러달라고 소리치는 사람도 있고 가족과 함께 간호사와 함께 있는 사람도 있고 홀로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벽지는 맛이 없을지라도”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벽은 이승과 저승을 갈라놓는 경계의 역할로 추측해 봅니다. “맛없는 벽지”란 말은 망자의 영혼이 그 벽을 통과하여 저승길로 떠나는데 그 과정이 그리 즐겁지 않다는 말로 이해해 봅니다. 그 벽을 지나는 일은 신화로 들어가는 일. 이제 죽음은 살아 있는 사람의 상상일 뿐입니다.
마지막 연은 시인이 원하는 임종의 순간입니다. 창문을 염두에 두고 있는 시인. 죽기 직전에는 누구나 창문을 찾습니다. 창밖을 바라보며 날씨는 맑았으면 그리고 구름도 별로 없는 높은 하늘에 그리고 따뜻한 햇볕이 가득하기를 원합니다. 차가운 베개는 정신만은 차갑고 냉정하게 유지하고 싶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그리곤 시인은 매트리스 아래에 있는 콩을 느낄 정도의 예민한 인식을 원한다고 말합니다. 예술가는 안데르센 동화의 공주처럼 12개의 매트리스 아래에 놓인 콩 때문에 불편해서 잠을 못 잘 정도의 예민함을 끝까지 유지하고 싶다는 말이겠지요. 그래야 푸른 하늘에 높이 떠있다 사라지는 매의 점을 손가락으로 가리킬 수 있습니다.
죽음을 상상하는 일은 불편한 일입니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찾아오는 죽음이기에 시인처럼 정신이 맑을 때 미리 생각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임종에 대한 준비는 결국 남은 생을 잘 살기 위함입니다.
다음은 나의 임종을 준비하며 써 본 글입니다.
임종을 준비하며 유꼭또
내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일요일을 맞이합니다.
칠십 년 만에 딱 한 번 찾아오는 평균 10년 정도의 휴일이지만
이 시간도 하루짜리 일요일처럼 순식간이라는 걸 알기에
매 순간순간이 귀하고 소중합니다.
여태까지 채우는 낙으로 살았다면
지금부터는 비우는 낙으로 살고자 합니다.
임종을 맞이하기 전
제 자신 완전히 비우기를 희망하기 때문입니다.
사느라 무거워진 마음의 무게부터 줄이고자 합니다.
별의별 돌들이 다 쌓여 있어 늘 마음이 천근만근입니다.
영광의 돌은 적고 부끄러운 오욕의 돌들이 더 많은 탓인가요?
하지만 그 어떤 돌이든 시간이 지나면 다 보석이 됩니다.
이제 그 돌들을 하나씩 꺼내 반짝반짝하게 닦은 후
누구에겐가 주고자 합니다.
그 돌을 보고 미소를 지을지 어떨지 과연 가져갈지
궁금해하면서 하면서 말이죠.
그렇게 내 마음을 완전히 비운 후
새처럼 가볍게 하늘로 향하고 싶습니다.
오늘도 부지런히 마음속을 뒤져 돌을 찾아야 합니다.
인생 마지막 휴일은 하루짜리 일요일과 달라 언제 끝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인터넷 오픈 소스에 있는 빌리 콜린스의 시 원문을 첨부합니다.
Death Beds by Billy Collins
The ancients were talkative on theirs,
so many agencies needed to be addressed:
the gods of departure who controlled
the seven portals of the world,
the ferrymen leaning on their smooth oars.
the eternal pilots, immortal conductors,
and that was just the transportation.
Japanese monks would motion for a tablet,
sometimes, an inkwell and a brush
so they could leave behind the dark,
wet strokes of a short poem-
a drop of rain on a yellow leaf.
One described the nigh clouds
and the moon making its million-mile journey.
Medieval Christians who could read
could read a treatise on the subject:
De Arte Moriendi, On the Art of Dying,
pages of instruction on what to do in bed,
how to set the heart right
how to point the soul upward
and listen to the prayer of one’s own breathing.
Some pale Victorians in their tubercular
throes would ask for a looking glass
so they could behold the seraphic glow
the dry fever brought to their faces.
A few even had a photographer summoned
to open his tripod in the sickroom
and disappear under the heavy black cloth
as the subject, more or less, was doing the same.
Then there were the wits,
using their last breath to exhale a line,
a devastating capper, as if the world
were simply a large gallery buzzing with people,
and now it was time to throw on a long scarf
and make the exit, leaving
it to someone else to close the door.
Some lie on their backs for months,
students of the ceiling.
others roll over once and are gone.
Some bellow for a priest
and make the one confession no one doubts.
And you, and I, too, may lie on ours,
the vigilant family in a semicircle,
or the night nurse holding our hand
in the dark, or alone.
there will be no ink, mirror, or Latin book,
though the wallpaper may be tasteless
and you may feel yourself entering a myth.
I would hope for a window,
the usual frame of reference,
a clear sky, or thin high clouds,
and abundance of sun, a cool pillow.
And I would expect just at the end
a moment of pure awareness
when I could feel the solitary pea under the matt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