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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속휘 Sep 01. 2022

영혼 수사관

영혼 수사관 Ep. 1 - 미스터리 범죄 초자연 수사 스릴러 소설

“영혼 수사관 감공필 오늘도 미스터리 사건 현장을 찾아왔습니다.”

나는 사건 현장을 찾아다니며 고스트 헌팅을 하는 자칭 영혼 수사관 윱버다.


그날도 살인사건 현장의 피해자 영혼을 찾아보는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여러분 모두 알고 계시는 미궁에 빠진 그 사건!  논두렁 여대생 피살 미제사건 현장에 왔습니다.”

나는 여느 때와 같이 카메라 앞에 섰다.

“먼저 사건 현장 주변을 둘러볼게요.”

난 카메라를 이리저리 옮겨 가며 어두움을 밝히고 있었다.

그때였다. ‘퍽’ 무언가 묵직한 것이 논바닥에 떨어지며 내는 둔탁한 소리가 카메라 뒤쪽에서 들렸다.

깜짝 놀란 나는 잽싸게 카메라를 뒤로 돌렸다.

“아쒸! 깜짝이야! 뭐냐? 다들 들었지! 뭐가 뒤에서 떨어졌어!”

침묵 속에서 카메라를 적외선 모드로 변경한 채 모든 조명을 끄고 조심스레 다가갔다.

“뭐지? 아무것도 없어… 아까 그건 어디서 난 소리지?”

난 쉴 새 없이 오르는 채팅창을 흐뭇한 미소로 보았다.

“뭐냐! 그 소리 나만 들었어? 님들 다 못 들었어? 나중에 편집 본 업로드하면 다시 잘 들어 보시고!”


등에 메고 있던 백팩(Back Pack)을 내려놓으며 카메라를 향해 거수경례를 했다.

“자!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영혼 수사를 시작합니다!”

장비들이 들어있는 백팩을 열어 EMF(Electric and Magnetic Fields) 측정 장비를 꺼냈다.

“이 장비 다들 아시지? 이건 전자기장을 측정하는 장비야 좌우로 반응하면서 밑에는 디지털 계기판에 수치를 나타내 줘. 좌우로 표시되는 LED 불빛 화살표를 따라가는 거야 그러다 보면 수치가 100 맥스를 찍는 곳이 있어, 거기에 딱! 그 자리에 귀신이 있는 거라고 보면 되는 거지. Why? 영혼은 뭐 다? 그렇지! 파장 또는 전자기장 같은 거다. 믿거나 말거나~ 하하하. 자, 그럼 이제 슬슬 수사에 들어갑니다.”


장비의 버튼을 누르고 지시하는 방향으로 천천히 이동하며 방송을 진행했다.

“어… 어… 여긴가? 와! 미쳤다. 여기서 100 나오는데! 이거 레전드 각 아니냐?!”

내가 이 방송을 시작한 지도 6년 차에 접어들고 있었지만 이 장비가 100을 찍은 적이 이때가 처음이었다.


“그럼 여기서 파즘 카메라 (Phasm Camera) 진행해 봅니다!”

배낭끈에 달아 둔 파우치에서 정사각형의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이 놈은 적외선 나이트 비전 카메라지만 파즘 라이트의 풀 스펙트럼을 담아낼 수 있는 놈이라 심령사진을 찍을 수 있는 확률이 일반 적외선 카메라보다 높다고 보면 돼!”

모든 조명을 끄자 주변은 암흑의 공간이 되었고 난 EMF측정기가 100을 나타낸 방향을 향해 카메라의 셔터를 연신 눌렀다.

“사진은 방송 끝 무렵에 보기로 하고…” 다른 장비를 가방에서 꺼내 들었다.


“짜잔! 내 최애 장비! 이름하여 스피릿 박스 (Spirit Box), 이거 뭐에 쓰는 물건이에요?라고 물으신다면… 설명충 또 설명 들어갑니다! “

스피릿 박스를 화면 정중앙에 잘 보이도록 들고 설명을 시작했다.

“무선 주파수 스윕(Sweeps)을 사용해서 기존 FM 및 AM 라디오 대역에서 백색 잡음을 생성해줘 얘가. 그럼, 영혼이 원하는 에너지가 스피릿 박스의 주파수에서 발생을 하면 영혼이 의사소통을 시도한단 말이지 그때 발생하는 전파교란을 통해 들어오는 목소리나 소리를 이 장치가 우리에게 들려줘. 휴~, 이해하셨남? 형님들!”

채팅창에 ‘뭐래’부터 ‘뭔 소리인지 알 수가 없어’ 등등 줄지어 올랐다.

“그냥 헤드폰 쓰고 잘 들어 보면 알게 돼.”

난 스피릿 박스의 전원을 켰다.

‘츠츠츠’ 라디오 잡음이 들려왔다.

스피릿 박스를 천천히 조심스레 움직이며 말했다.

“여기 계신 가요?”

‘츠츠츠츠츠’ 잡음만이 흘러나올 뿐이었다.

“여기 있는 거 알아요. 하고 싶은 말 있으면 지금 하세요. “

‘츠츠 츠 츠츠츠 츠’ 잡음이 불규칙하게 흘렀다.

“이게 어쩌면 당신의 마지막 기회일지 몰라요. 당신을 죽인 살인범은 아직도 못 잡고 있어요. 그거 알아요?”

‘츠 츠 츠 치츠 츠 츠 츠츠’ 무언가 튀는 듯한 잡음이 이어졌다.

“당신을 죽게 한 그 범죄자를 벌해야 하지 않겠어요?”

‘삐익~ 츠 츠 츠 치츠 츠 삐 삐익~’ 괴상한 소리가 스피릿 박스의 스피커에서 들렸다.

예전과는 사뭇 다른 반응을 보이는 스피릿 박스 때문에 난 온몸에 소름이 돋아나는 것을 참으며 방송을 계속 진행했다.

“좋아요. 잘하고 있어요! 이제 그놈에 대해 말해 주세요. 제가 도와 드릴 게요!”

‘여츠 삐이~ 츠츠 아~츠츠 삐익 츠츠’

스피릿 박스에서 흘러나오는 기괴한 소리에 온몸의 털이 솟구치며 한기가 느껴졌다.

‘옆집 츠츠츠’

“얘들아! 들었어! 옆집!”

‘츠 삐 츠츠 아츠 처츠츠 시이 츠츠’

“뭔지 알아들은 사람 있어?”

채팅창에 쏟아지는 글들 중 눈에 들어오는 단어 하나가 있었다.

“아저씨! 옆집 아저씨? 뭐냐? 원빈!”

‘츠츠츠츠 츠 츷’ 갑자기 스피릿 박스가 꺼졌다.

꺼진 스피릿 박스의 전원을 연신 눌러봤지만 먹통이었다.

“아니, 방송 바로 전에 풀로 충전했는데 10분도 안돼서 방전! 이거 실화냐?”

충전기용 배터리에 스피릿 박스를 연결해서 전원을 올렸다.

그러자 바로 스피커에서 들려온 선명한 여자의 음성.

‘무서워’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 없었다.

‘도와줘’

또다시 들려오는 선명한 목소리.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옆집 삐익 아저 츠츠츠츠츠’

채팅창에서 터지는 후원 메시지에 흐려지는 정신을 가다듬었다.

“쫄았냐고? 야~ 왜 그래~ 나야 감공필! 나 프로야! 이거 6년 차 수사관! 후원 터지니까 바로 고맙쮜! 하하”

버프 뒤에서 웃고 있는 얼굴의 모든 털들은 이미 곤두설 대로 곤두서 있었다.

두려웠지만 난 속으로 생각했다. ‘이거 찐 레전드다.’ 그렇게 쾌재를 부르며 방송을 한동안 이어갔다.

더 이상 아무런 반응도 없었지만, 후원금은 댐이 터져 쏟아져 내리는 물처럼 쏟아졌다.

그렇게 그날의 방송은 '레전드! 영혼의 목소리'라는 타이틀로 마무리 짓고 기분 좋게 그 자리를 떴다.


숙소에 도착한 난 바닥에 주저앉아 멍하니 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으로 터진 대박의 기쁨도 느낄 수 없이 머릿속이 복잡했다.

“진짠가? 진짜 피해자 영가가 말을 해 준 건가?”

너무 놀란 나머지 잊고 있던 파즘 카메라를 꺼내 찍은 사진들을 보았다.

특별히 심령사진처럼 보이는 것은 없었다.

어느덧 날이 밝았고 장비들을 챙겨 체크 아웃을 하고는 그 미제사건의 관내 경찰서로 향했다.


경찰서에 도착한 난, 처음 사건을 맡았던 담당 형사를 주변의 경찰들에게 물어가며 어렵게 찾을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인터넷 방송을 하는 감공필이라는 영혼 수사관입니다.”

“네? 수사관이예요?”

“아니요… 영혼 수사관…, 뭐랄까…, 고스트 버스터즈 같은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근데예?”

“관내에 있었던 그… 논두렁 여대생 살인 사건, 왜… 그… 미제사건 제보하려고요.”

“제보예? 그거 끝난 지가 언젠데…”

“네? 이 사건 아직 안 끝난 거 아닌가요? 미제 사건인데…, 이거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뭔데예?” 짜증 난 표정의 형사가 나를 올려다봤다.

앉아 있는 형사가 입은 명품 브랜드 골프 셔츠의 커다란 브랜드 로고가 형사의 불뚝 튀어나온 배와 겹치며 강조돼 보였다.  

“이거 한번 봐주세요” 나는 그 형사의 책상 위에 노트북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녹화된 어제의 방송을 켰다.

“잠시만요. 이 부분을 보셔야 합니다” 노트북에서 재생되고있는 영상의 시간 바를 앞으로 당겨 그 목소리가 녹화된 부분으로 돌렸다.

무성의하게 들여다보던 형사가 나를 보며 인상을 쓴다.

“뭐 하자는 거예요?”

“네? 아니… 여기 그 피해자 여성의 영혼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리잖아요. 다시 들어 보시겠어요?”

한숨을 내쉬며 노트북을 닫아 버리는 형사의 매서운 눈동자가 나를 노려봤다.

“바빠예. 내가 아~주 많이 바빠… 휴~”

형사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막내야~, 이 분 정문까지 안내해 드리래이”하며 자리를 떠났다.

“아니… 형사님… 이거 찐텐인데! 형사님?”

“아저씨,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날렵해 보이는 젊은 형사가 나를 제지했다.

“그만 가시죠!” 노트북을 내 가슴에 안겨줬다.

끌려 나가다시피 하며 난 그 젊은 형사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네. 네. 그러시구나. 네~ 알겠습니다. 네~”

그 젊은 형사가 나를 경찰서 밖으로 밀쳐내며 “안녕히 가세요” 하고는 문을 닫아 버렸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다.

그러다 이번 현장은 시간을 들여 좀 더 파헤쳐 보기로 했다.


정황만 가지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에 피해자의 영혼과 함께 증거를 찾아보기로 했다.

어제의 그 현상들이 진짜라면 반드시 범인을 검거하고 미제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만 된다면, 고스트 헌팅 방송 역사에 길이 남게 될 첫 번째 레전드 방송이 될 거라고 굳게 믿었다. 그리고 그 피해자의 영혼도 편안히 안식을 취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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