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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속휘 Sep 02. 2022

대화

영혼 수사관 Ep. 2 - 미스터리 범죄 초자연 수사 스릴러 소설

“저 영혼 수사관 감공필! 어제 그 레전드 현장을 다시 찾아왔습니다.”

새벽 1시 정각.

라이브 방송시간이었다.

아무도 없는 어두운 공간에 홀로 카메라 앞에 섰다.


“어제 난리도 아니었지! 진짜 완전 레전드 방송 아니었냐?”

빠르게 변하는 채팅창을 뒤로한 채 어제의 그 자리를 서치라이트로 비춰 봤다.

어제의 그 서늘한 느낌이 그대로 재현되는 것 같았다.

채팅창에는 ‘형님 멋져요’, ‘힘내세요’, ‘역시 공필이형’ 등등의 응원 메시지들뿐만 아니라 ‘주작이네 ‘, ‘사기 치지 마라’ 등등의 메시지들도 올라오자 두 편으로 갈리며 분위기가 살벌해졌다.

“주작! 내 방송에 주작하는 것 한 번이라도 본 사람 있어? 암튼, 그만들 싸우고 이제 수사 들어간다!”

가방에서 EMF 측정기를 꺼내 어제의 그 장소로 갔다.

“아…, 여러분 진짜 왜들 그래! 그만 싸우시고들! 여기가 레전드 찍었던 바로 그곳이야!”

EMF측정기를 가져가자 좌우 방향 지시 등이 모두 켜지며 디지털 계기판에 숫자 100이 찍혔다.

“봐! 여기 진짜야! 이틀 연속 같은 자리에서 100 터진 적 있어? 없어! 나 6년 차 영혼 수사관! 방송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야 여러분이 증인들이잖아! 안 그래?”

난 확신했다. 진짜 영혼은 있다고…


그전까지는 방송을 하면서 귀신같은 건 없다고 생각했다.

장비들이 반응을 보일 때면 어쩌다 우연히 또는 장비의 오류가 발생해서라고 생각했다.

물론 육감적인 느낌들은 간혹 있었지만 그것 또한 두려운 마음이 만들어낸 허상이라 믿었다.

그렇기 때문에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 방송을 계속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라이브 방송은 달랐다.


“혹시, 지금 이 장비가 오류를 일으켜서 그럴 수 있으니까, 다른 EMF 꺼내 볼게.”

손에 들고 있던 EMF장비를 반응하는 위치에 내려 두었다.

그리고 예전에 사용하던 구형 EMF측정기를 꺼내 전원을 눌렀다.

초록색부터 빨간색까지 작은 LED 전구가 박혀 있는 장비인데 전자기장의 세기가 강할수록 빨간색 쪽으로 불이 들어오는 그런 장비였다.

측정기를 가져가자 단숨에 빨간색의 불이 들어왔다.

“봐봐! 여기 미쳤다니까! 장비가 보여 주잖아.”

구형 EMF측정기를 가방에 넣고 풋스텝 트랙커 (Footstep Tracker)를 꺼냈다.

“이 장비가 여기선 딱 일 것 같아. 바로 일명 발걸음 추적기! 자~, 설명충 설명 들어 갈게! 이 장비는 지진 감지 센서를 이용해서 지표면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진동을 감지해줘. 여기 보이는 흰색 막대기에 노란색부터 오렌지 그리고 붉은색으로 LED조명이 진동의 세기를 알려주는 거야.”

난 발걸음 추적기를 100을 나타내고 있는 EMF 측정기 옆에 내려놓았다.

“이제 지켜보자고.”

아무런 멘트도 하지 않은 채 카메라 뒤로 가 쪼그려 앉아 추적기를 주시하고 있었다.

주변이 모두 논이라 극한으로 어두웠고 지나다니는 개미 한 마리조차 없는 듯 조용했다.

물끄러미 올라가는 채팅창을 바라보고 있었다.

‘띠띠’

발걸음 추적기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추적기에서 붉은빛이 일정한 리듬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어… 뭔가 추적기 가까이서 움직이나 봐…”

입안이 바짝 말라왔다.

파즘 카메라를 꺼내 연사로 셔터를 눌렀다.

추적기의 조명이 더 이상 요동치지 않았다.

장비들을 그대로 둔 채 스피릿 박스를 꺼냈다.

“이제 스박 할꺼니까 잘 들어봐 줘. 알았지!”

‘츠츠츠츠’

스피릿 박스의 라디오 잡음이 들려왔다.

그렇게 한참을 들고 있어도 아무런 반응이 일어나지 않았다.

채팅창은 또다시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채팅창에선 어제의 그 현상은 장비의 오류였다가 기정사실화 되어갈 무렵.

‘누구’ 선명한 어제의 그 여자 영가 목소리가 허공에 울렸다.

순간 채팅창도 나의 몸뚱어리도 모두 얼어 버렸다.

‘츠츠츠츠츠’

무슨 말이라도 해야 방송 사고를 면할 텐데 빌어먹을 입술이 움직이질 않았고 머릿속은 새하얗게 되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냥 무서웠다.

그리고 스피릿 박스에서 라디오 소음 중간중간 단어들이 나열되며 들려왔다.

‘옆집’

‘범인’

‘어디’

‘아저씨’

‘츠츠츠츠 츠 츠 삐익 츠츠츠 삑삐 츠츠’

그때였다.

후원 메시지가 미친 듯이 터졌다.


난 감당하기 어려운 공포에 실신하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겨우겨우 있는 힘을 다해 정신 줄을 잡아야만 했다. 왜냐하면 이 일이 나에게 있어서 마지막 선택지였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강제로 떠밀려 밑바닥까지 곤두박질친 난 어떡해서 든 살아남아야 했다. 그래서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팔아 장비를 구입했고 그렇게 방송을 시작했다. 처음 몇 년은 시청자도 없고 구독자도 없었다. 운 좋게도 그땐 구독자 제한 같은 건 없어서 라이브 방송을 할 수 있었다. 데이터 요금을 내기 위해 친구 녀석들의 도움도 받아 가며 어렵게 이어온 채널이었다.

이제 나에게도 기회가 온 것이었다. 절대로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나는 말문을 어렵게 열었다.

“안… 안녕하세요.” 바보 같은 말이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억울하게 살해당한 영혼한테 안녕하세요라니…

빠르게 다른 멘트를 날렸다.

“증거가 필요해요.”

‘츠 츠 츠 츠츠츠 츠’

스피릿 박스에선 라디오 소음만이 들려왔다.

“어제 처음 이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을 만났는데 미친놈 취급받았어요.”

‘츠츠츠 츠 츠 삐 츠 삐익 츠 츠츠’

“듣고 있어요?”

‘츠 츠 츠 삐 츠 응 츠 삐익’

채팅창이 또다시 폭주하기 시작했다.

“들었지! 응 소리…, 증거가 필요해요.”

‘츠 츠 츠 츠 삐 츠 삐삑 츠츠’

“옆집 아저씨 쉐끼가 살인범이란 증거가 필요해요. 어떡하죠?”

‘증거’

스피릿 박스에서 또렷하게 들려왔다.

“네, 증거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대화를 이어갔다.

‘츠 츠 츠 츠츠츠 츠’

“어떤 증거라도 좋은데…”

‘츠 츠 츠 츠 츠 츠츠츠츠츠’

발걸음 추적기에서 붉은빛이 일정한 패턴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영가가 사건 현장에 묶여 있구나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사건 현장을 벗어나지 못하는 건가요?”

발걸음 추적기의 LED 불빛이 꺼졌다.

‘어’ 뒤 끝이 높아지는 의문형 같은 소리가 스피릿 박스에서 들려왔다.

“거기에 묶여 있는 거냐고요?”

‘츠 츠 츠 츠츠 츠 츠 츠츠츠’

난 가만히 기다렸다.

‘삐익 츠츠 그런가 츠츠 츠 츠’

“그렇다고요? 아니면 모르는 건가요?”

‘츠 츠 츠츠 츠 츠츠츠 츠’

난 가방에서 4방향 열추적기를 꺼냈다. 이 장비는 X축과 Y 축으로 4방향을 적외선 열감지기를 사용하여 주변 공기의 차갑고 뜨거운 온도가 변화하는 방향을 LED 불빛으로 알려주는 장비이다. 뜨거운 경우 붉은색으로 차가운 경우 파란색으로 알려준다.

4방향 열추적기를 카메라에 잘 잡힐 수 있도록 렌즈 바로 아래 높이로 맞추어 놓은 받침대 위에 올려놓았다.

“카메라 쪽으로 와 보세요.”

‘츠츠츠츠츠츠’ 스피릿 박스와 다른 장비들 모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여기로 와 보세요.”

힘주어 다시 소리쳤다.

발걸음 추적기에서 노란색 빛이 깜빡인다.

‘츠츠츠츠 어디 츠츠츠’

어디? 이건 또 무슨 소리지? 의아했다.

“여기 카메라로 와 보세요.”

‘츠츠 츠 삐익 치츠 어디 츠츠츠’

잠시 후, 발걸음 추적기의 LED 표시등이 붉은색으로 변하며 스피릿 박스의 자그마한 스피커를 찢을 듯 커다란 비명소리가 울렸다.

‘아 아아아~’

난 두 귀를 양손으로 틀어막았다.

채팅창은 얼어버렸고 라이브 방송의 데이터 송수신이 끊기며 방송도 터져 버렸다.

모든 장비의 배터리는 모조리 방전되어 더 이상 방송은 불가능했다.

방송 사고였지만 또 다른 레전드 방송이 될 거라는 건 자명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방송이 터지자 엄청난 공포감이 밀려왔다.


손전등의 배터리마저 방전된 상황에서 가로등조차 없는 논두렁의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살인 현장, 그리고 방금 전까지 유령의 기괴한 비명 소리를 들었던 바로 그 자리에 나만 혼자 덩그러니 남겨졌다는 현실을 자각하자 어쩌면 죽을 수도 있겠단 두려움에 사로 잡혔다.

모든 걸 털어 구입한 고가의 장비들을 모두 내팽개친 채 추수가 끝나 울퉁불퉁한 논 위를 내달리기 시작했다. 등골에 전해지는 서늘한 느낌에 미친 듯이 앞으로 달렸다. 푹 하고 발이 논 속으로 빨려 들어가며 그대로 넘어졌다. 넘어지며 손이 무언가에 베이는 듯한 아픔이 전해졌다. 아픔도 살필 새도 없이 난 벌떡 일어나 다시 달렸다. 달리던 발이 어딘가에 부딪치며 다시 꼬꾸라졌다. 살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나를 벌떡 일으켜 세웠고 다시 달렸다. 주머니에서 자동차 키를 꺼내 아무 버튼이나 눌렀다. 위치를 파악해야 했기 때문이다. ‘삐삑’ 젠장 서슬 퍼런 냉기가 뿜어져 오는 등 뒤에서 자동차의 신호음이 들렸다. 나는 찰나의 순간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그대로 달려가느냐 뒤돌아 자동차로 달려가느냐. 나는 멈춰 섰고 그대로 뒤로 돌아 차가 있는 방향으로 달려 나갔다. 그때였다. 아주 얇은 차가운 쉬폰천 같은 것이 내 온몸을 감싸며 흩고 지나갔다. 난 모든 감각을 무시한 채 내달려 자동차에 간신히 올랐다. 정신없이 시동을 걸고 무작정 차를 몰았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 보니 온몸 여기저기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핸들을  움켜 잡은 손에선 피가 흐르고 있었고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신발이 벗겨진 왼쪽 발에는 진흙이 잔뜩 묻어 있었으며 찢긴 청바지 위로 튀어나온 무릎에선 피가 흘러 무릎 아래쪽 청바지가 진흙과 피로 엉망이 되어있었다.  차를 도로변에 멈추고 가장 가까운 응급실을 네비로 찾았다.


응급실에 들어선 나를 본 간호사가 놀라 다가왔다.

간호사에게 안내받은 침상에 걸터앉아 왼쪽 양말을 조심스레 벗었다. 양말과 함께 엄지발톱이 빠지며 피가 흘러 병실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엄청난 고통이 안도감과 함께 밀려왔다.

그러자, 나도 모르게 엉엉 소리 내 울고 말았다. 놀란 간호사가 쳐 놓은 커튼을 열고 들어섰다.

“어머! 의사 선생님 모셔 올게요” 하고는 의사를 찾는 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후 젊은 의사가 들어왔다. 나의 상태를 확인하더니 상처부위를 드레싱 하며 물었다.

어쩌다  상처를 입으신 건지요?”

“논에서 달리다 넘어졌어요.”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지경이 될 때까지… 경찰 불러 드릴까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근데 너무 아프네요…”

진통제 바로  드릴 거고요. 깨끗하게 소독하신 후에 X-Ray 찍으셔야   같습니다. 왼발이랑 무릎 그리고 손도요. 파상풍 주사는 언제 맞으셨나요?”

“아마…, 군대 훈련소에서…”

“파상풍 주사도 맞으세요. 이번에 맞고 10년 후에 다시 맞으셔야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나의 왼쪽 엄지발가락 뼈는 골절 상을 입었고 다행히 왼손과 왼쪽 무릎은 열상과 타박상에 그쳤다. 손과 무릎은 꿰매고 왼쪽 발은 기브스를   병상에 누워 라이브 방송을 다시 켰다.

여러분,  병원에 오늘 하루 입원했어. 방송 터지고 차로 달려가다가 그만발꼬락 뼈가   부러져 버렸네요. 하하하걱정하지 마시라고 급하게 근황 라이브 방송 켰습니다.”

그 후로 5주를 방 침대에 누워 뇌피셜 토크 방송으로 이어 갈 수밖에 없었다.


논에 버리고 온 장비들은 초딩때부터 친구였던 원시인 녀석이 바로 주워다 주었다. 그 녀석 이름이 고원시라 잘생긴 얼굴에 키도 크지만 초딩때부터 줄곧 원시인이란 별명을 달고 산 놈이다.

퇴원하면 한우 쏘라고 단단히 다짐을 받고 해준 일이지만 그래도 늘 옆에서 큰 힘이 되어주는 고마운 친구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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