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OND B는 동명으로 이름 붙인 메모 폴더에서 시작됐습니다. 두 번째 책과 관련한 내용만 모으려고 만든 거죠. 하나둘 모이다 보니 문득 '이걸 연재하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얘기할 거리가 적지 않은 듯했거든요. 투고를 진행하던 8월 중순에 연재할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여기저기 흩어진 자료를 모으고, 중복되지 않게 정리하고, 필요한 사진을 찾거나 만들고, 첨부할 파일을 골랐습니다. 이미 주 4회 연재를 하던 상황이며 다른 할 일도 여럿 있었기에, 하나 더 추가해서 주 5회 연재할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원고를 작성하듯 미리 완성'하기로 마음먹었죠. 틈틈이 작업하고 종일 붙들기도 하다 보니 총 14화의 글로 정리됐습니다. THE SECOND B(BOOK & BEGINNING)은 그렇게 나왔습니다.
두 번째 책을 준비하다 불현듯 떠오른 생각을 메모해 둔 게 있습니다.
'무엇을 해야 후회하지 않을까'라는 고민에서 'THE SECOND B'가 시작됐고, THE SECOND B의 끄트머리에서 'THE THIRD B'가 싹텄습니다. CLASS101에서 수강한 '라이프 워크'에서 들은 말이 떠오릅니다. "실행해 볼 때 다음 길이 열린다." 정말 하다 보니 여러 길이 열린다는 걸 온몸으로 실감합니다.
조금 벗어난 얘기이지만, 에세이와 함께 저와 떼어 놓을 수 없는 게 있습니다. 시입니다. '시인이 될 수 없다. 시적 깊이가 부족한 까닭이다. 시를 짓듯 글을 적고 싶다. 다만 그런 바람을 한편에 품는다.'로 시작하는 글을 첫 책의 서문에 적었습니다.
고교 시절에 괜히 시집 코너에 기웃거렸던 게 기억납니다. 이훤 시인의 "네가 버리지 못하는 유일한 문장이 되고 싶다"에 반해서 시에 확 꽂혔고, 진은영 시인의 시집을 추천받은 뒤로 시를 본격적으로 읽었습니다.
시인이 강연하러 왔을 때 뒤풀이까지 따라가서 제가 쓴 글을 낭독하고, 우연히 만난 시인들에게 시집을 선물 받고, 시를 필사한 노트에 사인을 받았습니다. 시집을 읽다 멈추기를 몇 차례 반복하고. 시를 잘 알고 싶어 시론집을 여러 권 구매해서 읽고. 어쩌다 보니 시인이 쓴 에세이를 사랑하게 되고. 이처럼 시를 짝사랑했으며 감사하게도 시인과 적잖은 인연이 있었습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십 년 넘게 '장르를 정해야 한다'는 고민을 하던 제게 행운이 찾아왔습니다. 시인 한 분과 연락하게 된 일입니다. 얼마 전에 시인이 초대해 주셔서 낭독회에 다녀왔습니다. 또, 올해 8월 말부터는 시 창작 수업을 듣습니다. 투고를 절반 넘게 진행한 시점이었죠. 지금은 젊은 시인의 시집과 거장 시인의 시집을 잔뜩 사서 번갈아 가며 읽기도 합니다.
이처럼 에세이와 시가 겹친 삶을 사는 중입니다. 앞서 '조금 벗어난 얘기'라고 말씀드렸으나 경계를 나누기 어렵다는 생각도 듭니다. 약간 뒤섞인 듯하기도 하고요. 에세이와 시. 혹은 시와 에세이. 시나브로 시로 기울어진 건 아닐까요.
14화가 그동안 준비한 글의 마지막입니다. 그러나 투고하는 데 성공해서 15화와 16화로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출판사 미팅을 하고. 몇 개월에 걸쳐 제본된 형태로 책이 나오고. 이런 과정을 마저 다룰 수 있기를 바랍니다.
THE SECOND B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요?
THE THIRD B는 언제쯤 시작하게 될까요?
시를 읽는 사람에서 쓰는 사람이 되려는 전 어떤 시를 쓰게 될까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그저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씩 해 나가려 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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