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OND B 14화를 올리고 두 달 가까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제목을 바꿨고, 마지막 교정을 봤고, 수십 군데에 추가로 투고했습니다.
작년 11월인가 12월에 마지막으로 교정을 봤습니다. 화면으로 보고 제본해서 보고 했는데도 고칠 게 한가득 있더군요. 교정에는 끝이 없는가 봅니다.
교정을 끝내고 제본을 하려는데 제목이 신경 쓰였습니다. '조금 더 긴 나날들'이라는 가제가 갑자기 거슬리더군요. 불현듯 '미안'이라는 명사가 떠올랐고, 한자를 병기해 '미안(未安)'이라고 쓰니 그럴듯해 보였습니다. 그냥.. 미안한 게 많아서, 제가 편하지 않고 저를 대하는 사람들이 편하지 않은 것 같아서 이렇게 정했습니다.
그리고 투고 결과를 11월까지 기다리려 했던 전 '12월이 끝날 때까지만 기다려 보자' 하고 자체 마감일을 늦췄습니다. 그러던 중에 우연히 출판사 리스트 520개가 있는 파일을 발견했고, 잠시 고민했습니다. '더 해...? 아니면 말아...?' 어차피 연락 오는 곳도 없고 해서 한 번만 더 해 보자는 심정으로 파일을 내려받았습니다.
그런 뒤에 목록을 추리려고 아래와 같은 과정을 거쳤습니다.
1. 출판사 520개에서 중복되는 목록 삭제
2. 남은 110여 곳을 일일이 교보문고에 검색
· 방향이 안 맞거나 최근 몇 년 동안 출간하지 않은 출판사 삭제
3. 출판사 이메일 주소 수집
· 내려받은 파일에 있긴 하지만, 번거롭더라도 직접 찾는 편입니다.
4. 투고용 메일 템플릿을 활용해서 한 곳씩 투고
60곳에 투고하려 했던 전 지금까지 535곳에 투고했습니다. 더는 할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어쩌다 보니 1월 1일부터 또 투고 메일을 보내고 있었죠. 처음부터 이렇게 하라고 했으면 엄두를 못 냈을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만 해 보자.' '이것까지만 하자.' '그래도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 봐야지.' '이번이 마지막. 진짜 마지막.' 그러다 보니 500곳 넘게 투고하게 됐네요. 쉽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책을 내겠다는 집념이 담긴 듯합니다.
2024년 6월쯤에 썼던 계획표입니다. 벌써 2026년 1월이 됐고, '출판사에 투고하기' 단계에서 멈췄습니다.
작년 6월에 처음 투고할 땐 설렜습니다. '60곳에 메일을 다 보내기 전에 출간 제의가 오면 어쩌지?' '두 군데에서 연락이 오면 어떡하지? 어떤 기준으로 출판사를 고르지?' 김칫국을 많이도 마셨죠. 어느새 반년 넘게 지나 해가 바뀌었습니다.
여태 500곳 넘게 투고하고 나니 알 것 같습니다. 작년에 들은 조언이 정확합니다. 제 글은 독립 출판(자비 출판)에 어울립니다. 너무나 깊이 깨닫습니다. 몇 곳에 더 투고하든 몇 달을 더 기다리든 달라지는 게 있을까 싶네요. 비관적으로 보는 게 아니라 현실이 그렇다는 뜻입니다. 더는 미룰 수 없어 이제야 마주합니다.
현 상황에서 출판 플랜은 세 가지입니다.
PLAN A: 기획 출판
· 535곳 투고, 60곳 회신, 10곳 편집 회의 상정, 모든 곳에서 거절당함.
· 이 이상 투고해 봤자 의미 없는 듯함. 더 기다린다고 달라질 것도 없을 것 같음.
PLAN B: 자비 출판(독립 출판)
· 나에게는 돈을 안 받겠다고 하셨던 분한테 자비 출판으로 진행하기(그분은 독립 출판이라 하셨지만 자비 출판이 올바른 용어).
· 차선책인 셈. 다만 보름 넘게 이메일을 안 읽으셔서 지금으로선 불투명한 상황. 이메일을 한 번 더 보냈고 인스타그램으로 DM까지 보냈다. 그래도 연락이 없으면 포기하거나 마지막으로 문자를 보낸 뒤에 마음을 접을 예정.
PLAN C: 반기획 출판
· 바른북스에서 반기획 출판으로 진행하기.
· 또 다른 자비 출판사 목록으로는 좋은땅, 한비출판사, 패스트북, 부크크, 나무와바다, 리퍼블릭미디어, 모던북스가 있음.
PLAN A는 물 건너간 것처럼 보입니다. PLAN B가 지금으로서는 최선이겠죠. 이마저 어그러지면 PLAN C로 진행하려 합니다. PLAN D.....는 없습니다.
시를 가르쳐 주시는 분께선 그럴 거면 원고를 묵히라고, 제 돈을 들여 내지는 말라고 하셨지만, 제가 느끼는 바로는 어떻게든 바로 내는 게 나을 듯합니다. 대학생 때 자비 출판을 고민할 때 철학과 교수님이 말리셨던 적이 있습니다. 몇 년 지나 《안의 시선》이 나왔을 땐 그때 교수님 말씀을 듣기 잘했다고 절감했죠. 《미안(未安)》은 다르지 않을까요. 예전에는 조급함에 밑도 끝도 없이 '졸업을 기념으로 책을 내야지' 하며 원고도 쓰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이번에는 여러 면에서 다르며 '이쯤 했으면 됐다. 두 번째 에세이는 이제 털고 가야겠다.'라고 느낍니다.
열흘쯤 기다려 보고 PLAN B의 그분께 마지막으로 문자를 보내려 합니다. 그러고도 답장이 없으면 '약속이 유효하지 않구나' 하고 마음을 접어야죠. 더는 미룰 수 없으니 반기획 출판으로라도 책을 내려고 합니다. 책 내는 일이 정말 쉽지 않네요.
장황한 푸념으로 점철된 근황은 여기까지입니다. 새로운 소식과 함께 16화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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