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미안'과 끝없는 투고

by 안다훈



THE SECOND B 14화를 올리고 두 달 가까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제목을 바꿨고, 마지막 교정을 봤고, 수십 군데에 추가로 투고했습니다.



《조금 더 긴 나날들》(가제)에서 《미안(未安)》으로 제목을 바꿨습니다.



작년 11월인가 12월에 마지막으로 교정을 봤습니다. 화면으로 보고 제본해서 보고 했는데도 고칠 게 한가득 있더군요. 교정에는 끝이 없는가 봅니다.


교정을 끝내고 제본을 하려는데 제목이 신경 쓰였습니다. '조금 더 긴 나날들'이라는 가제가 갑자기 거슬리더군요. 불현듯 '미안'이라는 명사가 떠올랐고, 한자를 병기해 '미안(未安)'이라고 쓰니 그럴듯해 보였습니다. 그냥.. 미안한 게 많아서, 제가 편하지 않고 저를 대하는 사람들이 편하지 않은 것 같아서 이렇게 정했습니다.


그리고 투고 결과를 11월까지 기다리려 했던 전 '12월이 끝날 때까지만 기다려 보자' 하고 자체 마감일을 늦췄습니다. 그러던 중에 우연히 출판사 리스트 520개가 있는 파일을 발견했고, 잠시 고민했습니다. '더 해...? 아니면 말아...?' 어차피 연락 오는 곳도 없고 해서 한 번만 더 해 보자는 심정으로 파일을 내려받았습니다.


그런 뒤에 목록을 추리려고 아래와 같은 과정을 거쳤습니다.


1. 출판사 520개에서 중복되는 목록 삭제

2. 남은 110여 곳을 일일이 교보문고에 검색

· 방향이 안 맞거나 최근 몇 년 동안 출간하지 않은 출판사 삭제

3. 출판사 이메일 주소 수집

· 내려받은 파일에 있긴 하지만, 번거롭더라도 직접 찾는 편입니다.

4. 투고용 메일 템플릿을 활용해서 한 곳씩 투고


60곳에 투고하려 했던 전 지금까지 535곳에 투고했습니다. 더는 할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어쩌다 보니 1월 1일부터 또 투고 메일을 보내고 있었죠. 처음부터 이렇게 하라고 했으면 엄두를 못 냈을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만 해 보자.' '이것까지만 하자.' '그래도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 봐야지.' '이번이 마지막. 진짜 마지막.' 그러다 보니 500곳 넘게 투고하게 됐네요. 쉽지 않습니다.



최근에 90곳 가까이 추가로 투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도 몇 곳에 더 투고했습니다.


어떻게든 책을 내겠다는 집념이 담긴 듯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일단 쓰고 봤던 계획표입니다.



2024년 6월쯤에 썼던 계획표입니다. 벌써 2026년 1월이 됐고, '출판사에 투고하기' 단계에서 멈췄습니다.


작년 6월에 처음 투고할 땐 설렜습니다. '60곳에 메일을 다 보내기 전에 출간 제의가 오면 어쩌지?' '두 군데에서 연락이 오면 어떡하지? 어떤 기준으로 출판사를 고르지?' 김칫국을 많이도 마셨죠. 어느새 반년 넘게 지나 해가 바뀌었습니다.


여태 500곳 넘게 투고하고 나니 알 것 같습니다. 작년에 들은 조언이 정확합니다. 제 글은 독립 출판(자비 출판)에 어울립니다. 너무나 깊이 깨닫습니다. 몇 곳에 더 투고하든 몇 달을 더 기다리든 달라지는 게 있을까 싶네요. 비관적으로 보는 게 아니라 현실이 그렇다는 뜻입니다. 더는 미룰 수 없어 이제야 마주합니다.





60번째로 받은 회신입니다. 이따금 이런 답장을 받을 때마다 비록 거절이긴 하지만 감사합니다.





현 상황에서 출판 플랜은 세 가지입니다.


PLAN A: 기획 출판

· 535곳 투고, 60곳 회신, 10곳 편집 회의 상정, 모든 곳에서 거절당함.

· 이 이상 투고해 봤자 의미 없는 듯함. 더 기다린다고 달라질 것도 없을 것 같음.


PLAN B: 자비 출판(독립 출판)

· 나에게는 돈을 안 받겠다고 하셨던 분한테 자비 출판으로 진행하기(그분은 독립 출판이라 하셨지만 자비 출판이 올바른 용어).

· 차선책인 셈. 다만 보름 넘게 이메일을 안 읽으셔서 지금으로선 불투명한 상황. 이메일을 한 번 더 보냈고 인스타그램으로 DM까지 보냈다. 그래도 연락이 없으면 포기하거나 마지막으로 문자를 보낸 뒤에 마음을 접을 예정.


PLAN C: 반기획 출판

· 바른북스에서 반기획 출판으로 진행하기.

· 또 다른 자비 출판사 목록으로는 좋은땅, 한비출판사, 패스트북, 부크크, 나무와바다, 리퍼블릭미디어, 모던북스가 있음.


PLAN A는 물 건너간 것처럼 보입니다. PLAN B가 지금으로서는 최선이겠죠. 이마저 어그러지면 PLAN C로 진행하려 합니다. PLAN D.....는 없습니다.




시를 가르쳐 주시는 분께선 그럴 거면 원고를 묵히라고, 제 돈을 들여 내지는 말라고 하셨지만, 제가 느끼는 바로는 어떻게든 바로 내는 게 나을 듯합니다. 대학생 때 자비 출판을 고민할 때 철학과 교수님이 말리셨던 적이 있습니다. 몇 년 지나 《안의 시선》이 나왔을 땐 그때 교수님 말씀을 듣기 잘했다고 절감했죠. 《미안(未安)》은 다르지 않을까요. 예전에는 조급함에 밑도 끝도 없이 '졸업을 기념으로 책을 내야지' 하며 원고도 쓰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이번에는 여러 면에서 다르며 '이쯤 했으면 됐다. 두 번째 에세이는 이제 털고 가야겠다.'라고 느낍니다.









열흘쯤 기다려 보고 PLAN B의 그분께 마지막으로 문자를 보내려 합니다. 그러고도 답장이 없으면 '약속이 유효하지 않구나' 하고 마음을 접어야죠. 더는 미룰 수 없으니 반기획 출판으로라도 책을 내려고 합니다. 책 내는 일이 정말 쉽지 않네요.



장황한 푸념으로 점철된 근황은 여기까지입니다. 새로운 소식과 함께 16화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스타그램: anda.hun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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