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두 번째 에세이는 묻어 두기로 했습니다

by 안다훈



《미안(未安)》은 잠시 접어야 할 것 같습니다. 엎어진 게 아니라 덮어 둔 거라고 치고 싶네요.


'1,000곳에 투고하기'와 같은 도전을 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539라는 숫자도 기록하는 습관 때문에 아는 것일 뿐이죠. 징글징글하게 검색하고 고민했습니다. 12만 자나 되는 본문을 네다섯 번 넘게 교정 보는 일도 만만찮은 일입니다. 잠시 텍스트 울렁증이 생기려고도 했죠. 내 글에 내가 책임지기가 간단치 않습니다.


기획 출판은 어려울 것 같고, 독립 출판으로 내 주겠다고 하셨던 분한테 연락 오는 게 관건입니다. 안 오면 반기획 출판으로 300만 원을 내고 출판하려 했지만 관뒀습니다. 무리해서 낼 필요가 없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인정하기 어려웠죠. 그래서 지인에게 물어보고 시를 가르쳐 주시는 분께 여쭤봤습니다. 결론은 하나였죠. 원고를 묵혀라. 그렇게까지 하지 말고 몇 년이 됐든 원고를 묵혀 둬라.


말려 줄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책을 내는 게 끝이 아니지만, 두 번째 에세이 출판이 전부인 건 아니지만.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견적서와 출판 계약서를 받고. 주식을 팔까 고민하고. 그러면서도 '이건 아닌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죠. 또다시 조급해졌고 제 힘으로 멈추기 어렵기에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고집을 그만 부려야겠습니다. 작가로서 입지가 생겼을 때 다시 해 보든. 여유가 생기면 그때 가서 내든. 이게 맞겠죠.


《미안(未安)》은 여기까지가 적당합니다. 부족한 채로 완성됐습니다. 기획이든 무엇이든 그런 건 다음 에세이 때 적용하면 됩니다.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았기에 두 번째 에세이는 이 상태에서 어떻게 할 여력이 없습니다.


아프고 나서 내가 뭘 해야 후회가 없을까 고민하니 에세이 출판이 떠올랐고, 2024년 7월부터 쭉 달렸습니다. 안 풀리는 일 투성이기에 여기에서라도 희망을 얻고 싶기도 했죠. 속상하지만 언제까지고 붙잡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아무튼 에세이 원고를 기약 없이 묵혀 두기로 했습니다. 나중에라도 연락이 오면 진행을 하는 거고요. 아니면 여유가 생기거나 작가로서 이름이 알려질 때까지 기다리는 거죠. 어쩌면 《미안(未安)》보다 세 번째 에세이가 먼저 나올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요즘 시 창작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그동안 습작 시를 8편 완성했습니다.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지만, 등단과 시집 출판을 목표로 열심히 쓰고 읽고 사유하며 시간을 보내려 합니다. 지금은 시에 집중하고, 에세이는 나중에 때가 되면 방법을 찾아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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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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