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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팬하우어 Oct 02. 2023

#09. 행복

  나는 지금 행복한 것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행복이 정확히 무엇인지조차 잘 모릅니다. 그냥 기분이 좋다, 신이 난다와 같은 이 정도의 감정으로는 설명이 안 될 것 같은데, 어찌 됐든 저는 요즘 기분이 좋지도, 신이 나지도 않습니다. 행복 근처에도 못 간 셈이 아닐까요?


  행복할 줄만 알았던 신혼 생활이 그리 행복하지만은 않네요. 저는 이제 결혼한지 갓 3달이 지난 새신랑입니다. 많은 새신랑들이 그런 것처럼 아내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어야 할 것만 같은데, 벌써 이혼 걱정을 하고 있다니.... 참으로 암울합니다.

  아내는 결혼을 막상 해보니 자신은 결혼과 잘 맞지 않는 것 같다며, 혼자 사는 삶이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합니다. 물론 여기에는 제가 평일에 아내 곁은 지켜주지 못한 점이 제일 크겠지요. 이유야 어찌되었든 간에 아내는 지금 결혼 생활이 행복이 아닌 불행 쪽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아내가 행복해야 저도 행복한데, 그렇다면 아내를 놓아주어야 저도 행복해지는 논리인데, 정작 아내를 자유롭게 놓아주면 저는 오히려 불행해질 것 같습니다. 평생 마음에 상처를 지고 살아가야겠죠.

  요즘 이혼은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 그냥 주위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일이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냥 컴퓨터 전원을 껐다가 켜는 것처럼 새로운 인생을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간의 추억들이 저를 공허하게 만들겠죠. 무엇을 하더라도 저는 더이상 행복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나가는 연인들을 보면서, 친구들로부터 오는 결혼 소식으로부터 저는 또 이혼의 상처에 대해 생각해야만 겠지요. 세월이 지난다고 해서 이 상처와 기억들이 무뎌질까요? 저는 솔직히 감당하기가 벅찹니다.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아직 혼인신고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별다른 절차 없이 간단(?)하게 이혼할 수 있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제 마음은 그리 간단하지 않네요. 긴 시간 연애한 것은 아니지만, 2년 6개월 정도 함께 쌓아온 많은 추억들과, 함께 헤쳐나갔던 난관들, 서로 사랑으로 보낸 시간들을 생각하면 저는 이혼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가 끝까지 이혼을 원한다면 저는 그 의견을 존중해야 하는 걸까요? 지금껏 아내의 모든 의견까지는 아니더라도 최대한 많은 의견을 존중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쉽사리 존중해줄 수 없는 게 지금의 저의 마음입니다.


  정말 행복과 불행은 종이 한 장 만큼의 차이도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불과 3개월 전 결혼식장에서 함께 행진하며 영원한 사랑을 약속할 때만 해도 행복이 흘러 넘쳤는데, 3개월이 지난 지금은 그 결정을 돌이켜보고 있으니 말입니다. 드라마나 영화, 주위 사람들의 이혼 소식이 남의 일인 줄만 알았습니다. 저에게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그런 일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자만한 것이죠. 인생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이죠. 결국 그들의 인생과 저의 인생은 다를 바가 없었던 겁니다. 왜냐하면 저도 그냥 그 사람들처럼 한낱 사람의 일부이니까요. 지금 아내는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갖겠다며 외출을 했습니다. 저도 외출을 할까 하다가, 선선한 바람이 마음을 더 시리게 할 것 같아 컴퓨터를 켜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사실 친한 친구나 부모님에게도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잖아요. 이 이혼이라는 주제가. 그것도 결혼을 한 지 3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부부의 이혼 이야기라니. 딱 남들의 가십거리가 되기 좋은 주제이죠. 혼자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갑자기 이혼을 통보하는 아내를 속으로 원망도 많이 했습니다. 자꾸만 시련이 주어지는 제 인생을 원망했습니다. 이렇게 혼자 속에만 묻어두다가는 화병으로 세상을 하직할 것 같아,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글이라도 써보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글로써 하소연한다고 이 상황이 달라질지, 아니면 제 마음이 어떻게 변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글을 적으면서도, 지금 우리 부부에게 일어나고 있는 이 일들이 나중에 돌이켜보면서 함께 웃고 추억할 수 있는 하나의 작은 에피소드가 되길 간절하게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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