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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팬하우어 May 14. 2024

#16. 이서원, <오십, 나는 재미있게 살기로 했다>

행복한 인생 2막을 위한 열쇠



"인생의 황혼기가 아니라, 새로운 동틀녘으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시선을 바꿔주는 책."


  독자 여러분은 50살이라고 하면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 은퇴, 노화, 노후걱정, 노후대비 등과 같이 뭔가 저물어가고, 시들어가는 이미지에 대한 생각이 떠오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신체적으로 보면 모든 신체기능이 저하되고, 체력이 떨어지는 게 하루하루 느껴지고, 회사에서는 이제 퇴직을 앞둔 성가신 꼰대이며, 집에서도 점점 소외되어지는 느낌을 받는 나이이다. 하지만 100세 이상의 삶을 기대하는 요즘 50살은 너무 젊은 나이이다. 예전에 할머니께 들은 말인데, 요즘 60~70대가 노인정에 가면 막내 수준의 나이밖에 되지 않아 모든 허드렛일을 다 해야 한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만큼 요즘 사람들은 장수하는 편이다. 그렇기에 50대는 너무너무 젊은 나이, 새로운 청춘일 수밖에 없다.

  새로운 청춘인 50대를 어떻게 살아갈지는 개인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저물어가는 인생의 내리막길이라 생각하게 되는 사람들은 한없이 우울한 인생의 마지막 장을 써나가게 될 것이고, 관점을 바꿔 이제 더 이상 사회적 속박에 얽매이지 않고 진정한 나로 살아갈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인생 2막이 열릴 것이다.

  실제로 약 한 달 전에 우리 아빠가 30년 정도의 회사 생활을 끝으로 60세에 퇴직을 했다. 30년동안 온갖 사회적 책임을 어깨에 짊어지고 살았을 아빠가 느끼는 자유로움은 이루 말할 수 없겠지만, 한편으로 한순간에 그 모든 짐을 내려놓았을 때의 허전함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요즘 아빠는 평소 취미 생활이었던 등산을 본격적으로 하는 것 같다. 지난주에는 거의 2주동안 산에 살다 싶이 했다는 말을 들었다. 산의 좋은 공기도 마시고, 나물도 캐고, 캔 나물로 담금주와 장아찌도 담그고... 완전 자연인이 되어버렸다. 퇴직한 아빠가 삶의 무게에서 자유로워져 이제는 나의 아빠, 어떤 회사의 어떤 직급으로서의 삶이 아닌 자신만의 삶을 지금처럼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p.8
"사람의 일생은 고통과의 싸움이다. 고통이 선생되지 않는 즐거움은 진정한 즐거움이 아니었다. 이런 고통을 즐거움으로 바꾸려면 자신만의 인생 공식이 필요하다."

  -예전에 읽은 쇼펜하우어 관련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말이 떠오른다. "인생은 고통과 권태의 시계추 사이에 있다." 라는 말이다. 인간은 한없이 고통스러운 순간을 겪다가도 어느 순간이 되면 한없이 권태로운 순간을 겪기도 하는 시기가 찾아온다. 하지만 권태도 어떻게 보면 고통이다. 권태 자체가 지겨워서 미쳐버릴 지경의 고통이라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인생은 고통과 고통 사이의 어딘가의 지점을 항상 통과하고 있는 셈이니, 저자의 말과 상통한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러므로 이런 고통의 어느 지점을 항상 통과하는 우리 삶에서 중요한 것은 고통을 이겨내는 나름의 '노하우'이다. 어떤 사람은 고통에 잠식당해 하루하루를 허우적대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어떤 사람은 자신만의 노하우로 그 고통을 즐기고 극복해내는 사람이 있다. 당연히 삶에 대한 만족도는 후자가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고통을 이겨내는 나름의 노하우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삶에 주어진 고통을 직면하고 맞서 싸울 때 경험치가 쌓이듯 하나, 둘 생기게 되는 것이다.
고통과 고통 사이의 어느 지점을 항상 달려가고 있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결국 고통을 직면할 수 있는 용기, 고통을 극복해나가고자 하는 의지일 것이다. 이런 경험이 결국 우리에게 삶의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 믿는다. 오늘도 고통의 여러 지점을 지나가고 있는 당신도, 슬기롭게 경험치를 쌓아나가길 바란다. 물론 나 자신도.


※p.76
"트라우마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옅어지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트라우마는 있다. 트라우마라고 해서 거창한 것일 필요는 없다. 그냥 기억하기 싫은 어떤 일, 또는 정말 힘들었던 과거이기도 하다. 나에게 있어서 가장 큰 트라우마는 역시 군대 생활이었던 것 같다. 2014년에 입대했기 때문에 병영 부조리가 많이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감정으로 내리갈굼을 하거나, 신체적 특징을 가지고 온갖 놀림을 당하기도 하는 등 온갖 말도 안되는 부조리와 상명하복의 경직된 조직 문화를 21개월 동안 겪다 보니 정신적 내상이 깊었나보다. 군을 제대한 지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스트레스가 심한 날이면 종종 재입대를 하거나, 아니면 힘들었던 그 시기의 장면이 불현듯 꿈에 등장한다. 정말 너무 생생하게 꿈을 꾸게 되어서 현실인지 꿈인지 도무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이다. 나에게 이 정도로 군대라는 장소와 그곳에서 있었던 사건들은 지독한 트라우마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트라우마는 절대 지울 수 없다는 절망적인 메시지가 등장한다. 하지만 그 순간을 기차가 지나가는 건널목에 차단기가 내려온 상황이라고 생각하자고 저자는 말한다. 즉 지나갈 수 없는 그 순간에 잠시 기차가 지나가니, 그 상황을 객관적이고 담담하게 마주하자는 의미이다. 지울 수 없는 기억이라면 애써 지우려 노력하는 것은 바보같은 일이다. 담담하게, 담백하게 응시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리고 나에게 그 트라우마적인 사건이 담담하게 와 닿을 수 있도록 세월이라는 물이 희석시켜주길 기다리는 수밖에...


※p.92
"가족을 떠안느라 자기 삶이 없는 이들이 있다. 가족에 대한 의무와 책임만 있을 뿐 자유와 즐거움이 없다."

  -우리 세대의 엄마, 아빠들의 삶은 주로 '누구누구 엄마, 누구누구 아빠' 또는 자신의 회사에서 맡고 있는 직급으로 불린다. 자신의 이름이 없다. 오로지 사회적 책임으로만 불리고, 자신의 삶이 없다. 이렇게 평생을 자신의 삶 없이 사회적 책임 속에서 허우적대던 사람들이 갑자기 50~60대에 퇴직을 하면 급격히 우울해진다. 평소에 사회적 책임 속의 삶이 아닌 '나'로서의 삶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p.96
"살다가 어려운 문제에 처하면 어려움에 매몰되어 자기에게 있는 힘이나 자원을 보지 못한다."

  -어려움에 직면하면 사람들은 생존본능이 깨어나 시야가 그 어려움으로만 한정되고 좁아진다. 주변에 조금만 시야를 돌리면 나를 도와줄 사람, 이용할 수 있는 자원이 풍부한데도 말이다. 때로는 그 어려움에서 한 발자국 물러나와 조금 시간을 두며 객관적으로 문제를 조망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래야만 문제 전체의 형태와 본질을 볼 수 있고, 최적화된 해결 방안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이런 객관적인 시각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힘을 잘 사용하지 못한다. 

그리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힘이나 자원보다 항상 내 옆에는 누군가 나의 문제를 도와줄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세상을 홀로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아무리 일평생을 홀로 자라왔다 할 지라도, 우리 주위에는 분명 나의 문제에 마음 아파해주는 마음 따뜻한 이웃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니 혼자 너무 머리를 싸매고 끙끙거리지 말고, 한 발자국 물러나서 차가운 시선으로 문제를 바라보자.


(이 글은 책키라웃과 나무사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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