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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일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몸이야

by 휴지기

며칠 전 현장에서 물건을 옮기다가 삐끗한 허리가 계속 말썽인 것 같았다. 남편은 집에 도착한 날 아침부터 파스를 찾았다. 나는,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남편을 보며 한숨을 푹푹 쉬었다. 파스를 찾아 남편의 허리에 붙여주는 내 손길이 거칠었을 것이다. 남편이 말했다.


"자기야, 너무 구박하지 마."

"나 니 병수발은 안 해."

"알아. 만에 하나라도 내가 그런 지경에 이르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안락사시켜줘."

"그거 불법 아니야? 너 때문에 범죄자까지 되라구?"


남편은 그 허리로 사무실 정리를 했다. 몇 년간 썼던 사무실에서 짐을 뺀 거였다. 원래는 다른 사무실로 옮기려고 했는데 뭐가 잘 안 되었는지 옮겨갈 사무실이 없어졌다고 했다. 남편의 이야기를 듣고 속으로 '니가 그렇지 뭐'라고 비웃어줬다.


어젯밤에 사무실을 다 비워주고 저녁 7시쯤 들어온 남편은 나에게 뭐 먹고 싶은 게 있는지 물었다. 나는 아이와 저녁을 먹은 후였지만 부대찌개를 끓여달라고 했다. 집에 있는 재료로 부대찌개를 끓여 온 남편이 말했다.


"맛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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