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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칸타빌레 라이프 Apr 27. 2023

헤어질 결심, 살아갈 결심  그리고 두 음악

사랑과 죽음

"나는요, 완전히 붕괴됐어요"


영화 '헤어질 결심'에는  인상 깊은 두 음악이 등장한다.

하나는 정훈희의 '안개',  또 다른 하나는 '말러 교향곡 5번 4악장 Adagietto'.


'안개'는 1967년 그러니까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탄생한 곡이라고 하는데, 정훈희 씨가 17세 고등학교 때 부른 노래라고 하니 그 가사의 감정선을 어떻게 이해하고 불렀을까 감탄할 뿐이다. 영화 엔딩 이후엔 송창식 씨와 다시 부른 '안개'도 멋들어지게 짖게 깔린다.

https://www.youtube.com/watch?v=gpi6jrdgK3A


나 홀로 걸어가는 안개만이 자욱한 이 거리

그 언젠가 다정했던 그대의 그림자 하나

생각하면 무엇하나 지나간 추억

그래도 애타게 그리는 마음

아아아아 아아 아아아 

그 사람은 어디에 갔을까

안갯속에 외로이 하염없이

나는 간다



'말러 교향곡 5번 4악장 Adagietto'는 말러가 그 유명한 당대의 여인 안나 쉰들러에게 헌정하는 곡이어서 사실 사랑의 언어가 숨겨진 음악이다 (그래서 아주 느리지 않게 연주하는 지휘자도 있다). 그러나 이 곡이 케네디 대통령 추도 음악으로 사용된 후 죽음을 추도하는 음악으로 많이 사용된다는 것은 참 역설적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75YmlDR92UQ


사랑과 죽음!

                                                        ('헤어질 결심' 중에서 )


사랑과 죽음,  경계가  분명하지 않은 '안개'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이 사랑해서 태어나고, 살아가고 그리고 죽고, 헤어지고.


우리도 언젠 가는 이 세상과 '헤어질 결심'을 하고 살아야 하는 존재이다.
그러나 그전에 힘든 세상을 '살아갈 결심'이 필요하다.


Adagietto는 다른 악기들을 배제하고 하프와 현악기로 연주되는데, 그래서 끊이지 않고 계속 굽이치는 파도 같이, 때로는 강원도 산의 굴곡 같은 선율의 흐름이 우리 마음속을 잠잠이 뒤 흔든다. 


말러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 같다.


"당신은 삶을 사랑하며 매일 살아갈 결심을 하는가?"  

"당신은 언젠가 다가올 죽음을 준비하며, 헤어질 결심을 제대로 하고 살아 가는가?"


사랑과 죽음은 연결된 동지이며, 우리 모두가 대답해야 할 운명적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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