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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칸타빌레 라이프 Apr 27. 2023

천사 놀이

그 옛날 만원 버스 속 천사들 이야기

응답하라 1988 중에서


오랜만에  버스를 탔다.

몇 사람 없는 게 생소하다.

"그 옛날 그 많던 사람들과 천사들 다 어디 갔을까?"




오래전 학교 다닐 때는 복잡한 버스가 싫었다.

요즘에는 다음 버스가 언제 올지 미리 예측할 수 있는 디지컬 시대이지만 그때는 다음 버스가 언제 올지 몰라 마냥 기다려야 했었다.

그래서 자주 걸어 다녔다. 홍대 앞 서교동에서 중학교가 있었던 아현동 굴레방 다리까지도.


그래도 무거운 가방을 든 날이나, 지친 몸을 어딘 가에 기대고 싶을 때는 버스를 타야 했다.

그때는 항상 버스에 사람이 많았다.

좌석에 몸을 맡기기는커녕 이리 치이고 저리 쏠리는 상황.


그때 천사가 먼저 자리에 앉아 있다가 내 가방을 받아주고 내 어깨를 가볍게 해 주었다.

나도 운이 좋아 가끔 앉아서 가는 날이면 내 바지가 더러워져도 기꺼이 천사 놀이를 했었다.




아쉽지만 지금은... 버스에서 천사 놀이를  수 없다.


가끔,


그 옛날 만원 버스 속에서 내 어깨를 가볍게 해 준 천사들과

날 천사로 만들어준 그 사람들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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