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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칸타빌레 라이프 Apr 27. 2023

꽃밭에서 - 정훈희

Hymn to freedom, 님이 오시는지 - 님은 어디에 있을까?

내가 좋아하는 목소리는 미국의 카펜터스, 또 다른 한 사람 정훈희.

목소리가 옥구슬 같다는 표현은 진부한 것 같고, 

청량한 시냇물 느낌. 아, 이것도 좀 적확하지는 않다.


자료를 찾아보니 1979년 제20회 '칠레가요제'에  가수 정훈희는 작곡가 이봉조와 출전했다. 5만 명을 수용하는 칠레의 한 노천극장에서 가요 "꽃밭에서"를  스페인어로 번안한 <Un Día Hermoso Como Hoy, 오늘처럼 아름다운 날>을 불러 최우수 가수상을 수상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5HWnAKnPpi4


천재 작곡가 이봉조는 이 아름다운 노래를 어떻게 작곡했을까?

사실 재즈의 레전드인 Oscar Peterson이 연주한 Hymn to freedom을 표절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어 자세히 다시 들어봤다. 노래 앞부분의 진행이 좀 그렇다고 할 수 있으나, 천재들의 동시성 (synchrony) 현상으로 이해하고 싶다. 

https://www.youtube.com/watch?v=tCrrZ1NnCuM

(출처, 구글)


















꽃밭에서의 후렴부는 작은 오페라 아리아다.

점점 파도가 휘몰아치는 크레셴도... 나중에는 서서히 작아지는 디크레센도. 아름다운 꽃밭에서 만나고 싶은 님을 그리워하지만 결국 님과 함께 할 수 없는 운명을 수용해야 하는 시인은 더 이상 가사를 붙이지 못하고 신음한다. 


"루~루 루루루루 루~루루~  루~루 루루루루

루루루 루~ 루  루루루루 루루루~ 루루루루 루루루~"


정말 환상적이다. 눈물이 난다. 


좀 더 찾아보니 "꽃밭에서"의 가사는 세조 12년 강원도 관찰사를 지낸 최한경(崔漢卿)의  "화원(花園)" 이란 시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꽃밭에서, 나무위키) 


"화원(花園)"


坐中花園 (좌중화원)  꽃밭에 앉아서

膽波夭嶪 (담파요업)  꽃잎을 보네

兮兮美色 (혜혜미색)  고운 빛은

云河來矣 (운하래의)  어디에서 왔을까

灼灼基花 (작작기화)  아름다운 꽃이여

河彼矣   (하피의)    그리도 농염한지 


斯于吉日 (사우길일)  이렇게 좋은 날에

吉日于斯 (길일우사)  이렇게 좋은 날에

君子之來 (군자지래)  그 님이 오신다면

云何之樂 (운하지락)  얼마나 좋을까


臥彼東山 (와피동산)  동산에 누워

望基千   (망기천)    하늘을 보네

明兮靑兮 (명혜청혜)  청명한 빛은

云河來矣 (운하래의)  어디에서 왔을까

維靑盈昊 (유청영호)  푸른 하늘이여

河彼藍昊 (하피람의)  풀어놓은 쪽빛이네


吉日于斯 (길일우사)  이렇게 좋은 날에

斯于吉日 (사우길일)  이렇게 좋은 날에

君子之來 (군자지래)  그 님이 오신다면

美人之歸 (미인지귀)  그 님이 오신다면

云何之喜 (운하지희)  얼마나 좋을까



우리나라에서 '님'은 참 소중한 단어다.


또 하나의 좋아하는 가곡을 소개하면 '님이 오시는지 (박문호 작시, 김규환 작곡)'가 있다. 전에는 우리나라 가곡을 참 많이 불렀는데, 요즘 많이 들리지 않아 아쉽다.

 


물망초 꿈꾸는 강가를 돌아

달빛 먼 길 님이 오시는가

갈숲에 이는 바람 그대 발자췰까

흐르는 물소리 님의 노래인가

내 맘은 외로워 한없이 떠돌고

새벽이 오려는지 바람만 차오네


백합화 꿈꾸는 들녘을 지나

달빛 먼 길 내 님이 오시는가

풀물에 배인 치마 끌고 오는 소리

꽃향기 헤치고 님이 오시는가

내 맘은 떨리어 끝없이 헤매고

새벽이 오려는지 바람이 이네 바람이 이네



오래된 시조, 가곡, 그리고 만해의 '님의 침묵', '임을 위한 행진곡' 그리고 기독교 찬양 속에서 

님은 연인이기도, 조국이기도 하고, 때로는 자유와 해방이기도 하고, 신앙을 가진 사람들은 주님이기도 하고. 


우리의 님은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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