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오늘은 나의 생일이다.
어제, 내일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오늘인데, 우리는 생일에 왜 이렇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걸까.
나 스스로, 그리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축하를 받다 보면, 나의 생명이,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삶이 축복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것만으로도 내 삶은 충만해지고 감사할 만한 것이고 의미가 있는 것이 된다.
생일날의 기분으로 매일을 살아가게 되면, 하루하루를 이런 충만함과 감사함과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으로 채우게 된다면, 얼마나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까. 하지만 우리는 생일이 지나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원래의 생활과 감정으로 돌아오게 된다.
가족들, 연인, 친구들의 축하를 받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애정어린 표현을 받는 것이다. 생일 축하한다는 말 속에는 '나는 너를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 '너의 탄생을, 삶을 축복해'라는 메세지가 들어있기 때문에 내 존재를 인정해주는 다정함이 담겨 있다. 이런 다정한 표현을 하루종일 받는 하루이니 행복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그리고 생일은 일반적으로 나 스스로도 나 자신에게 다정한 하루이기도 하다. 내가 먹고싶은 음식을 먹고, 내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내가 갖고 싶었던 것을 스스로에게 선물하기도 한다. 나 스스로를 대접하려고 조금이라도 노력하는 하루인 것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는 조건은 정말 멀리 있는 게 아닐 수 있다. 조금이라도 나 스스로를 돌보며 존중해주고, 다른 사람과 존중과 친절함이 담긴 말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아니 어쩌면 그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전부일 수도 있다.
생일이라는 이유로 가족들과 친구들로부터 고마운 축하 인사를 받고, 생일을 핑계로 오랜만에 연락해준 친구와 그동안의 안부를 묻고, 하루 연차를 내고 엄마와 맛있는 점심을 먹고, 혼자 카페에 여유롭게 앉아 이렇게 글을 쓰고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충만하고 행복한 하루가 되었다. 휴가를 매일 낼 수는 없지만, 식사든, 산책이든, 일기 쓰기든 하루에 적어도 한 가지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스스로에게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누군가가 나에게 해주길 원하는 따뜻한 그 한 마디들을 내가 상대방에게 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내 소중한 하루하루의 틈 사이에 설레는 다정함이 켜켜이 쌓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