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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립 Nov 02. 2024

ADHD이지만 치료제를 복용 안 할 수도 있나요?

"저요저요" 나 열정씨(29/M)의 사례

저희 원에서 ADHD  진단을 받은 분들 중 일부는 상의하에 약제를 중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약제 부작용이 견디기 어렵거나 효과가 없어서 중단하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방법으로 일상에 큰 지장이 생기지 않는 상태가 유지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 다른 방법이란 크게 다음과 같은 경우로 크게 분류됩니다.


1.  스케줄러, 멘토의 도움, 마음챙김, 상담을 통한 인식 개선 및 동기 부여 등의 비 약물적인 도움
2.   ADHD 진단 후 자신의 취약한 고리를 인식하게 되면서
취약함에 노출되지 않도록
생활 관리를 하거나 환경을 조절함
3.  항우울제를 통해 불안과 강박이 호전되는 것만으로
 ADHD로 인한 어려움이 감당할 만한 수준으로 줄어듬


1의 경우는 다양한 서적에서 소개되는 비약물치료인 인지행동치료, 마음챙김 명상, 동기 강화, 운동요법 등을 이용하는 것인데요. 너무나 광범위하기 때문에 다른 기회에 시리즈로 연재해 보겠습니다.


2, 3의 경우를 이해를 돕기 위해 사례를 통해 설명드리겠습니다.


평소 활기차고 의욕도 넘치는 나열정 (29세/남)씨는 직장에서 호감도 높고 일 잘하는 사람으로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대학 시절 어려운 과목에서 못 따라오는 동기들을 도와줄 정도로 학습 능력도 양호하고 학생회 임원과 동아리 회장까지 맡고 있어 OO학과 B반 팔방미남으로 통했습니다. 하지만 간혹 주변에서 이해가 안 되는 갑작스러운 슬럼프를 자주 겪었습니다. 가령, 한 두 달씩 우울한 상태가 찾아오면 아무것도 못 해내서 2학기 기말고사를 제대로 치르지도 못하여 여러 과목을 재수강을 들어야 할 상황을 겪거나 졸업논문을 제 때 제출하지 못해서 졸업이 늦어지기도 했습니다.


열정씨는 매사에 늘 열심이지만 다음 단계를 고려하지 않고 너무 많은 일을 벌이거나 도맡았습니다. 그러다가 그 업무 및 그에 대한 부담감이 자신의 임계치 이상이 될 때면 종일 마음이 쫓기고 과민해지고 실수가 잦아지면서 점차 모든 일들에서 상황이 꼬이게 되면  'ALL STOP' 을 발동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이 1~2년에 한 번은 되풀이되고 있지만 한참 열정 넘치게 여러 일들을 잘 수행해 나가는 시기에는 맡은 일을 줄이거나 적당히 거절하는 것을 할 줄 모르는 것이었지요.  


열정씨는 그저 자신이 매년 가을이 되면 반복적으로 겪는
슬럼프 또는 우울증이라고만 생각해 왔습니다.


열정씨는 직장생활 3년 차에 갑작스러운 무기력이 찾아오고 업무로 인한 불안을 견디지 못하자 일에 도무지 집중을 하지 못하고 생각지 않은 실수를 반복하게 됩니다. 결국 열정씨는 박 부장의 질책을 몇 번 듣고 난 후 사직을 신청합니다. 그리고 소식을 들은 오지라퍼 강 과장으로부터 생각지 않은 권유를 받게 됩니다.  


(오지라퍼 강보람 씨의 사례가 궁금하시면 클릭하세요)


강 과장: 나대리. 오해하지 말고 들었으면 좋겠어. 직장이야 너무 힘들면 그만둘 수도 있지. 나는 여기 계속 다니라고 설득하려는 것은 아니고..  음.. 나대리가 꼭 나 10년 전 모습 같이 느껴져서 그냥 말이라도 나눠보고 싶더라고.


나열정: 네. 감사합니다. 과장님.


강 과장: 음..  그러니까 말이야. 나도 한참 힘들 때 정신건강의학과에 다닌 적이 있거든.


나열정: 강 과장님이요?  강 과장님은 우울증 같은 거와 거리가 멀 것 같았..  죄송합니다. 제가 말을 너무.


강 과장: 아니야. 아니야. 속 마음은 아무도 모른다니까. 우울증은 아니고 다른 진단을 받긴 했는데. 음.. 아무튼 내가 갔던 정신건강의학과가 여기서 가깝기도 하고 잘하는 것 같아서 한번 가보면 좋겠는데. 혹시 소개해줄까? ㅎㅎ  


그리하여 나 열정씨가 마음별의원에 다닌 지 3개월 차 어느 날...


나열정: 저는 지금까지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늘 열심히 산다고 인정받을 때 가장 기분이 좋았고 당연히 그렇게 지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지금까지 저는 제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도 없었어요. 그리고 어떤 것을 잘하고 싶은지.. 또 왜 인정받고 싶은지.. 그런걸 생각해보지도 않고 무작정 맡은 것은 다 해야 한다고 살아왔던 것 같아요.


신원장: 물론 맡은 바 최선을 다하는 자세는 우리 사회의 미덕이기도 하고 인정받는 것도 성취감이라는 보상을 받는 일이지요. 그런데 그 욕구를 만족하기 위해 열정님이 자주 큰 괴로움을 겪기 때문에 어디까지 노력하고 내 에너지를 쏟을 것인가에 대해 이번에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어요.


나열정: 네. 이번에 저를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전에 힘들었던 때를 생각해 보니까 제가 굳이 꼭 할 필요가 없는 일들도 괜히 나섰던 것 같더라고요. 동아리 회장 할 때도 그때가  다른 일이 겹쳐서 가장 바쁠 때였거든요. 그런데 동아리 임원 선출 때 아무도 후보에 나서지 않으려고 해서 답답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신원장: 아. 그래서 동아리 회장을 맡았군요. 전에 말씀하실 때 그 해 말인가 우울증을 크게 겪었다고 했잖아요. 혹시 임원 선출 회의 때 말이죠. 좀 기다리다 보면 누가 나설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나열정: 하하. 그러니까요. 실은 그 전임 회장단 선배가 "너희 기수는 그렇게 책임 있는 사람이 없냐"고 말하는 순간 욱하는 마음이 들어서 제가 손을 들었거든요. 제가 그런 걸 잘 못 참는 것 같아요. 5분만 더 기다리다 보면 누가 지원할 수도 있고. 그날 총회 때 나서는 사람이 없으면 물밑 작업해서 다시 회의를 열어도 될 텐데요.


신원장: 그렇군요. (씨익 웃는다)  


나열정: 아 선생님. 제가 초등학교 때 별명이 "저요저요" 였어요. 선생님이 뭐 하라고 하면 늘 제가 손을 먼저 들었거든요. 반장 선거 때도 늘 자진해서 나갔구요. 고학년 때는 학기 초에 당연히 제가 반장이 될거라고 모두들 생각하더라구요.  


신원장: 하하. 고생길은 이미 그때 시작이 되었네요....  그래서 말인데요. 지난 달에 ADHD 설문지 검사를 하고 수치가 ADHD 진단 가능한 결과라고 했잖아요.


나열정: 네. 선생님. 그때  ADHD 가능성이 높지만 제 우울 증상이 좋아지는 것을 기다려보자고 하셨던 것 같아요.


신원장: 네. 잘 기억하시네요. 지금 우울함과 무기력이 좋아진 시점에서 업무 실수가 잦거나 해야 할 일을 못하지는 않다고 했죠?


나열정: 네.  해야 할 일들은 처리하고 있습니다. 물론 집에 오면 완전히 퍼지고 아무것도 안 하게 되지만 선생님께서 권하신 대로 밤에는 제 때 자려고 노력하고 있구요.


신원장: 네. 우울 증상이 좋아지면서 업무에 지장이 생기지 않고 의욕도 회복되는 것을 보니까 ADHD가 아닐 수도 있지만요. 지난번에 ADHD 설문에 체크한 항목들이 열정님의 성격과 같이 과거에 대한 이야기에서 지속적으로 반복된 것을 봐도 그렇고, 오늘 대화에서도 느껴지듯이 기다리지 못하고 앞에 나서는 경향이 오래전부터 쭉~ 이어진 것을 생각하면 ADHD가 맞다고 판단하고 있어요.


나열정: 아. 그렇군요. 제가 ADHD.... 맞군요.


신원장: ADHD의 본질은 지루한 것을 참지 못하고 기다리지 못하는 것과
새로운 것,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는 경향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진단과 치료를 위한 또 한 가지의 요건은  
그런 새로움을 추구하거나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는 경향을 조율할 수 있는
조절력이나 조직력의 문제거든요.


신원장: 열정님은 ADHD 기질에 해당되는 다양한 특성들이 있고 그 경향이 조절이 안 되어서 종종 문제 상황으로 이어지는 것도 해당이 돼요. 그런데 그 두 번째인 조절력이 통상의 상황에서는 잘 작동이 되는데 챙겨야 할 일들이 과부하가 되거나 감정적인 부담이 가중될 때에 한해서 고장이 나는 거죠. 


나열정:  아....


신원장: 그런데 열정님의 취약한 고리가 끊어지지 않도록 스스로 과부하 만드는 상황을 피하면 앞으로 지내기에 괜찮을 거에요. 아!  그 취약한 고리를 예방하는 것을 예를 들자면요. 우선 해야 일들 위주로 해나가고 당장 중요하지 않은 일은 미루기도 하면서 어느 정도 거절도 있는 능력을 익히는 거죠. 

물론 슬럼프를 또 겪을 수는 있더라도 이전같이 깊은 골짜기까지 빠지기 전에 벗어날 수 있을 거예요. 


나열정: 그러면 ADHD 치료제는 복용 안 해고 지금같이 우울증 약만 복용하면 될까요?


신원장: 네. 맞아요. 지금도 작은 일들이나 주변사람 평가에 신경을 많이 쓰면서 스트레스도 받고  잘해야 한다는 조급함이 있으시다고 했지만요. 음..  지금 드시는 약만으로도 이전처럼 과하게 걱정하고 일일이 신경 쓰는 경향이 줄었으니까 당분간은 지금 약만 복용하면서 지켜보기로 해요.


나열정씨는 1년이 더 지난 현재 설트랄린이라는 SSRI 계열의 항우울제만 꾸준히 복용 중이고 간혹 가벼운 우울 삽화를 겪을 때도 있지만 상담을 통한 스스로의 재정비 과정을 통해 고비를 극복해내면서 나름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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