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영 Mar 13. 2024

나의 일, 커뮤니티 매니저를 3년째 하고 있습니다.

나의 일에 대해 설명할 수 있나요?

나의 일, 커뮤니티 매니저


커뮤니티 매니저라고 불리는 일을 3년째 하고 있습니다. 일을 하면서 느낀 건, 커뮤니티 매니저가 하는 일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모두가 다른 대답을 한다는 점입니다. 공통된 개념을 공유하고 있지 않은 직업이라고 해야 할까요.


커뮤니티란 사람들의 집합으로 하나의 사회를 이루고 있습니다. 사회는 유기체입니다. 살아 있지요. 한 개인들이 모여 이룬 몸집이 커진 사회이자 공동체, 커뮤니티에는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커뮤니티 공간을 운영하는 것을 커뮤니티 매니저의 일이라고 말했고, 누군가는 커뮤니티를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것으로 커뮤니티 매니저의 일을 표현했고, 또 혹자는 커뮤니티에 속한 멤버의 총체적인 경험을 모두 관리하는 역할을 커뮤니티 매니저의 일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다채로운 커뮤니티 매니저의 일을 지난 3년 간 조금씩 경험하며, 제가 속한 조직에서 커뮤니티 매니저라는 직무에 부여한 일의 절반 가량을 경험했습니다. 커뮤니티 체크인 설계, 커뮤니티 프로그램 기획과 운영, 커뮤니티 공간 현장 운영과 관리, 신규 서비스 기획과 운영, 세일즈 등. 그럼에도 여전히 경험해보지 못한 영역이 남아 있다니 커뮤니티 매니저의 일이란 다시 한번 방대함을 깨닫습니다.


다시 돌아가, 커뮤니티 매니저의 일이 무엇인가요?라고 물었을 때 여전히 통일된 답을 찾기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나의 직업에 대해 오랜 시간 탐구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성경에 나오는 공동체의 역할에서 내가 속한 커뮤니티 매니저의 일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힌트를 얻게 됩니다.


커뮤니티 매니저의 일이란, 멤버들의 안부를 묻고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위 문장은 제가 정의한 커뮤니티 매니저의 일이고, 현장에서 꾸준히 스스로 되뇌이며 일과시간 동안 제 행동의 결과를 결정하는 방향키가 되곤 합니다. 제가 기획하는 모든 현장 프로그램과 운영에는 내가 커뮤니티 매니저로서 멤버들의 안부를 살피고 있는지, 그들이 처한 다양한 범위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도울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고려한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멤버들에게 안부를 묻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주 단순한 방법을 하나 알려드릴게요. 이 방법은 저의 선배님이 커뮤니티 매니저의 가장 주요한 자질이라고 뽑은 것이기도 하고, 제가 그 선배에게 배운 가장 훌륭한 커뮤니티 매니징 스킬이기도 합니다.


바로 Say hello!

멤버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는 스킬입니다. 이렇게 말이죠.


안녕하세요, 잘 지내고 계신가요?
 여기 오신 지 얼마나 되셨어요?

필요한 건 없으신가요?
불편한 게 있다면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그 부분은 제가 지금 바로 도와드리긴 어렵지만
상황을 살펴 보고 연락드릴게요.
 
그때 그 일은 어떻게 되셨어요?
이후로 소식을 듣고 싶었는데 만나 뵙지 못해서 늘 기다리고 있었어요.
 
아! 그렇군요. 오 좋아요!



커뮤니티를 만드는 사람에게 중요한 건, 그 커뮤니티로 사람들을 초대하는 일이기에 인사를 건네는 건 아주 중요하고 기본적인 일입니다. 초대가 없이는 커뮤니티가 형성되지 않아요. 그리고 초대란 당신이 그곳에 있음을 알아봐 주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오 당신 거기에 있었군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우리 커뮤니티 와주셔서 감사해요. 이러한 알아차림을 통해서 사람들은 눈짓으로 설렁 보았던 우리 커뮤니티에 발을 들이고 마음을 나누기 시작합니다.


눈길이 가면 발길이 가고, 발길이 가면 손길이 가고, 손길이 가면 마음길이 따라간다는 말을 들어 보셨나요? 바로 이 문장에 힌트가 있습니다. 멤버들의 눈길이 커뮤니티로 돌아올 수 있도록 Say hello! 를 외쳐 보세요. 혹여나 누군가 당신의 Say hello! 를 무시하고 지나가는 순간이 있어도 상처받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한 사람을 우리 커뮤니티로 모시고 오는데 삼고초려는 기본이고, 나의 일이 Say hello!라고 생각한다면, 누가 받아주지 않을 때에도 나는 내 일을 묵묵히 하면 됩니다.


더 나아가볼까요?

멤버들의 안부를 묻고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커뮤니티 매니저의 시선은 주로 외부로 향해야 합니다. 나 이외의 타인을 향한 꾸준한 관심과 애정이 커뮤니티의 온도를 올립니다. 그 꾸준한 관심과 시선이 이어지면, 자연히 커뮤니티 안에 풀어야 할 문제가 보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모이며 거대한 덩어리와 덩어리가 만나는 것이고 그 사이에는 자연히 틈이 생기곤 합니다. 그 틈 사이로 갈등이나 고립이 생기는 것은 너무 쉽고 빠르게 전개되는 일입니다.


그러니 커뮤니티 매니저는 그 틈 사이사이를 잘 알아보는 예민함과 센스를 가져야 합니다. 지금 이 커뮤니티 안에서 누가 소외되었는지, 무엇이 불편한 분위기를 만드는지, 어느 곳이 오버하고 있는지를 살피고 이를 적절히 중재할 수 있는 스킬이 있어야 합니다. 그 스킬이란 경청이라고 저는 자주 생각합니다. 커뮤니티 안에 불편 요소가 있다면 그 주위로 경청하듯 다가가면 됩니다. 불편 요소를 만든 환경과 상황을 살펴보며, 서로가 다른 생각과 이익 추구에서 대립하고 있는 모양을 여러 각도에서 뜯어보면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물론 때에 따라 불편을 야기한 '다름'이 우리 커뮤니티가 지향하는 본질의 가치와 극명하게 차이를 보인다면, 그때는 정성스레 자신에게 더 적합한 커뮤니티를 찾으실 수 있도록 멤버를 떠나보내야 하기도 합니다. 떠나보낼 때 필요한 것이 끝까지 경청하는 자세와 그의 마음을 읽는 예민함입니다.


글이 길어졌습니다. 오늘은 여기에서 마무리해 볼게요. 저는 제 일을 좋아하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일에 대해 쓸 수 있어서 기쁩니다. 설령 제 이야기가 독자 분의 생각과 다른 부분이 있을지라도 너그러이 읽어 주시고, 자신의 의견을 편히 댓글에 남겨 주세요. 브런치에서도 Say hello 할 일이 늘어나기를 바라봅니다.

작가의 이전글 다시 서울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은 무엇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