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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사 취득, 3년 후의 나의 모습

드라마틱하지 않으니 각오하세요.

by 유니버스

지금 이 글을 읽기 위해 어떤 경로든 타고 들어오신 분들은 아마 대부분이 기술사를 준비하시는 분들일 것이고, 그 중에 일부는 기술사를 취득한 후 3년 이상이 되신 분들일 것이다. 일부는 분명 기술사를 취득했지만, 신상의 변화가 드라마틱하지 않아 실망하신 분들도 있으실 것 같다.


모두가 기술사를 꿈꾸고 도전했지만, 아직 합격에 대한 동기부여가 안되었거나, 합격을 목전에 두고 있지만 시간을 조절해 가면서 공부를 더하고 싶다거나, 합격을 분명할 수 있는데 굳이해야 하는지라는 생각이 든다던지, 업무가 많아서 이번 생애에는 관심을 안두기로 했다는 등의 이유로 기술사를 취득하지 못한, 아닌 안한 분들이 많을 것이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바이고, 지금이라도 당장 그만두고 싶은 마음도 십분 이해하는 바이다.

하지만, 마음을 정리하지 않고는 다들 더 나아가기 힘들기도 하기 때문에 한번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대부분의 마음은 이렇게 정리가 되곤 한다.

'이 시험을 꼭 봐야 하는건가?', '나한테 무슨 도움이 되는건지 잘 모르겠는데, 합격은 하고 싶어.', '합격하면 연봉이 올라가나?', '일단 좋은데 이직도 가능하겠지?'


아, 가장 중요한 것 하나, '이 자격증을 따면 노후가 보장되는거겠지?'

노후를 위해 시작하시는 분들도 많고, 전문성을 더 인정받고 싶어하시는 분들도 많다. 지금 당장의 성공을 위해서 기술사에 도전하시는 분들도 많다. 기술사는 워낙 종류가 다양하고, 가장 값비싼 기술사는 편안한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기도 하니 말이다.


그럼, 기술사만 있으면 정말 든든해 지고, 노후가 걱정없어지는게 맞던가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이에 대한 답은, 나도 아직 모른다는 것이다.

이렇게 글이 끝나버리면, 다들 '내 이럴 줄 알았다'면서 글을 다 내려보지도 않고 훅 나가버릴 것이 뻔하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소회와 경험의 보따리를 하나씩 좀 풀어 도움이 되어 보려고 한다.


3년이 지나가는 시점에 그토록 바라고 바래서 가정과 업무를 내팽개치고 불철주야 주경야독으로 공부해서 취득한 자격증이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었는지를 알려드려야 그나마 마음의 정리가 조금은 되지 않을까라는 일종의 사명감이 들어서 글을 써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마음대로 사명감이라니....)






기술사를 시작하면서 가장 관심이 많았던 건 역시 경제적 부분에서의 도움이 될까였다.


결론부터 얘기해 보자면, 일단 경제적인 도움이 안된 건 아니지만, 드라마틱하게 큰 도움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기술사를 취득한 나이가 젊다면 이직이나 승진, 또는 개인사업 등으로 연봉상승에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만, 대부분 경력이 있는 분들이 기술사에 도전하다보니, 감리원으로 전향한다거나 평가위원을 하는 등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하나의 선택지가 늘어난다는 것이 오히려 맞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학원에서 강사를 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시간이 허락하지 않거나 본인의 성향과 맞지 않다면 경제적인 도움이 있더라도 쉽게 결정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정확히 학원강사를 통해 얼마나 더 경제적인 도움을 받는지는 직접 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으나 월 200만원 정도는 되지 않을까 예상을 해본다. 물론, 정확하지 않으니 먼저 양해의 말씀을 드리고 설명을 이어가야 겠다.


대신, 평가위원이나 책을 쓰면서 일부 경제적인 부분에 도움을 받기도 했다. 평가위원은 취득 후 3년이 지나야 자격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보니, 3년동안 나름의 기회를 통해 도움을 받은 규모는 약 200만원 선이 되는 것 같고, 책의 경우도 거의 200만원 선이 되는 것 같다. 총 400만원 정도가 지금까지 추가로 받은 경제적 지원이라고 할 수 있으니 그리 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기존의 본업을 이어가면서 하는 부가적인 부분이다 보니 시간적, 육체적인 한계가 있기 마련이라, 조금 더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된다면 더 큰 수입을 보장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것이 경험에서 얘기드릴 수 있는 조언이다.


감리원 자격을 같이 취득할 수 있어 감리원으로도 활동할 수 있었지만, 이 또한 시간적인 여유가 되지 않아 경험이 비어있는 상태다. 감리를 하게 되면 1주에서 2주동안 풀타임으로 자리를 비워야만 하는 경우가 생기지만, 만약 시간이 된다면 1주 기준으로 150만원에서 180만원 정도의 수입을 얻을 수 있다. 만약 2주간 하게 된다면, 250만원 이상은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시간이 되고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충분히 좋은 경제적 바탕이 될 것임은 틀림없다.


분명한 것은, 뭔가를 할 수 있는 자격을 이미 확보한 상황이기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수입을 올 수 있는 기회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고, '선택'을 받아야만 일할 수 있는 기본적인 취업시장에서는 엄청나게 큰 경쟁력이 아닐 수 없다. 평가위원에 참여해 달라고 먼저 전화나 메일이 오는 걸 보면, 분명 이 시장에서 '선택과 결정'은 나의 권한 임에는 확실한 것 같다.


각종 국가과제를 수행 해야 하는 사람입장이라면, 훨씬 더 유리한 입장에서 수행할 수 있고, 과제에 선정될 수 있는 조건, 크고 작은 사업을 수행할 때에도 전문가에 대한 필요성을 충족시켜 줄 수 있어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이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이를 통해 더 인정받고 기회를 얻을 수 있어, 미래에 개인적인 사업을 작게 하더라도 충분히 가능성을 갖고 생활해 나갈 수 있다는 것도 점점 커지는 확신이다.






경제적인 것은 본인의 노력과 시간에 따라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경제적인 부분 이외에 달라진 것에 대해 언급해 보고자 한다.


기술사 자격증을 취득한다는 것은 내가 전문가라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하나의 증명서이긴 하지만, 내가 전문가라는 것을 확신하게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즉, 자격증이 있다고 해서 해박한 전문가, 해결사인 것이 아니라, 시험을 잘 치러서 합격한 합격생일 뿐이고, 이제부터가 시작인 것이다.


굳이 이렇게까지 얘기를 하는 이유는, 기술사가 있다고 해서 내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더 겸손하게 더 배워나가야 하는 출발점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기술사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얘기들을 하는데, 처음에는 전혀 와닿지 않았다. 기술자격증의 끝판왕이라고 얘기하는 기술사를 취득했는데,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절망적인 말을 처음 들었을 때에는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하지만, 실제로 취득을 하고 보니 그 말이 너무나 와닿았다. 완전히 기술을 습득해서 넘쳐흘러내리는 상태에서 시험을 합격하지는 않기 때문에, 여전히 모르는 것도 많고 부족한 것 투성이다. 그 이후에 어떤 부분을 더 공부해서 그 영역의 전문성을 쌓아나갈 건지를 결정하고 심도있게 공부하는 것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이다.


기술사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IT 관련 기술사는 스페셜리스트(Specialist)가 아니라, 조금 스페셜한 제너널리스트(Generalist)일 뿐이라 'T자형' 인재가 되기위해서는 제너럴에서 스페셜로 더 깊게 파고 들어가야 한다. 이것도 개인마다 차이가 있고 글을 쓰고 있는 나에 해당하는 말이니, 실제 전문성이 충분하신 기술사분들은 그냥 웃고 넘기면 서로에게 편안한 관계가 될 것 같아 조심스럽다.


한가지 달라진 점은, 내가 하는 말과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고, 더 신중해 지기 때문에 오히려 공부를 더 많이 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만하지 않고, 더 기술적인 공부를 더해 기여를 할 수 있겠다는 자신과 함께 사명감 비슷한 것이 피어오르기도 하기 때문에, 내면적으로도 조금 더 성장했다고 할 수 있다.






경제적인 면, 자기 자신의 성장 외에 또 달라진 부분은 바로, 노후준비에 대한 걱정 하나가 사라졌다는 막연한 기대다. 왜 확실한 준비가 막연한 기대라고 밖에 표현하지 못할까에 대해서는 다시 설명하도록 하겠다.


노후, 즉 은퇴 후 생활은 아직 나에게 오지 않은 미지의 세계일 수 밖에 없고, 경험해 보지 못한 미래라 지금은 당장 막연하다고 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 하지만, 그 막연하다고 생각하는 미래에, 나는 뭔가를 이어나갈 수 있는 조건을 하나 갖추고 있기 때문에 '내가 원할 때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할 수 있다.


앞서 얘기했던 경제적인 부분은 나이에 상관없이 도전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고, 경험까지 해 본 상태다. 평가위원, 컨설팅, 감리, 책쓰기 등 많은 부분에 대한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막연히가 아닌 당당함'으로 맞이해 나갈 수 있다는 오만함까지도 생긴다.


예상하지 못할 미래에 대한 준비는 아무리 많이 해놓더라도 충분하지는 않기에 또 다른 준비들을 하고는 있지만, 그 과정에서 기술사를 취득하면서 쏟아본 열정으로 뭐든지 해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해 진다. 개인적으로는 심사원 자격을 준비 중인데, 기술사보다는 수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시험은 모두 어렵긴 마찬가지이지만, 가능성에 대한 부분을 예상할 수 있다는 건 기술사라는 어려운 시험을 합격해 봤기 때문이다.


회사로 부터 나와 막연히 부딪혀야 하는 현실에서, 내가 언제든 할 수 있는 '준비된 미래'가 있다면 충분히 도전해봐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선택은 개인이 하는 것이고, 가성비를 따지게도 되지만, 이런 고민의 끝은 항상 '하던가와 말던가'이지 '하다가 말던가'라는 것은 성립하지 않는다. 가성비를 따지는 건 당연하겠지만, 단순히 가성비를 뛰어넘는 의미와 가치들을 생각한다면, 당장 경제적인 부분에서 투자를 해야 한다고 하더라도 도전하는게 맞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다시 한번 더 강조하지만, 드라마틱하게 부자를 만들어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엄청난 전문가를 만들어주는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인정'과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기회', 앞으로 일어날 것만 같은 '새로운 미래', 다른 사람과 달리 조금 덜 걱정해도 되는 '노후나 은퇴생활'을 고려해서 잘 결정하면 된다.


고민해서 노력했고 합격을 해서 지금까지 왔지만, 여전히 시작을 안하고 고민만 하고 있었다면 인터넷을 돌면서 가성비를 따지는 글을 읽어야 하고, 핑계들을 만들어야 하고, 다이어리가 바뀌면 항상 똑같은 목표를 적어넣어야 했을 것이다. 그냥 했고, 지금 3년이 지난 것이고, 지금 내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합격 후 제대로 활동을 못한 것이고, 지금 내가 만족스럽다면 그 '선택된 조건과 자격'을 원없이 이용하고, 더 성장시켰던 이유일 것이다.


도전과 만족, 다 본인의 선택이고 고민의 결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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