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함은 나를 닮았을거야
세수 안한 얼굴을 모자와 마스크로 야무지게 가리고 아이들 등굣길에 함께 집을 나섰다.
엘리베이터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머리에 모자를 얹어 놓은 듯한 모습.
이런. 허수아비가 따로 없다.
"아~ 모자가 잘 어울렸으면 좋겠는데.. 안 그래도 큰 머리가 갈수록 더 커지는 것 같네. 어쩌면 좋지. 머리에도 살이 찌나."
혼잣말 같지 않은 혼잣말에 아이들은 나를 빤히 바라봤다.
괜찮아, 괜찮아하는 큰아이 옆에서 열심히 눈을 굴리던 작은 아이가 한마디 했다.
"엄마. 엄마 머릿속엔 생각이 많아서 그래. 그래서 그런 거야."
아하!
정말 그런가 보다!
생각이 많아서 머리가 점점 커지고(?) 있나 보다.
이유를 알고 나니 나의 큰 머리도 봐줄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자 쓴 모습도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것 같고 말이다.
횡단보도를 건너 학교로 향하는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하루와 함께 힘차게 아침 산책을 시작했다.
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