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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라떼 Sep 22. 2023

아이들이 내 우울증을 알게 됐습니다.

내가 괜찮아져야 하는 이유

-왜 병원에 간 건데?


-엄마가 행복하지 않아서, 행복해지려고 병원에 간 거야.


-왜 안 행복한데? 요즘에 나랑 계속 다퉈서 나 때문에 힘들어서 그런 거야?


-아니. 꼭 너 때문이 아니라.. 여러 가지로 엄마 마음이 힘들어서 간 거야. 감기에 걸리면 내과에 가고 이가 아프면 치과에 가잖아. 너 다리 다쳤을 땐 정형외과에 갔었고. 그것처럼.. 마음이 아파도 병원에 가는 거야.


-그게 무슨 병원인데?


-음.. 정신건강의학과. 너도 알다시피 아빠랑도 그동안 많이 싸우면서 살았고, 그러면서 엄마 마음이 많이 힘들었거든. 외할머니랑도 사이가 좋지 않고.. 그리고 요즘 들어 엄마가 자꾸 너랑 부딪히고 화내게 돼서.. 엄마는 그러고 싶지 않거든. 외할머니가 엄마한테 많이 화내고 소리 지르고 그러셨었는데.. 엄마는 너희에게 그렇게 하고 싶지가 않아. 근데 그게 생각보다 어렵더라. 너도 사춘기가 처음이라 당황스러운 것처럼..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힘들고 버거운 것들이 많아. 그래서 도움받고 지금보다 나아지고 싶어서 다니는 거야.


-어디로 다니는데? 언제부터 간 건데?


-멀지 않은 곳으로 다니고 있고, 다닌 지는 얼마 안 됐어. 심각한 거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안 그래도 엄마 요즘 잘 웃지도 않고 기운이 없는 것 같아서 신경 쓰였었어. 치료받고 나면 엄마가 많이 웃었으면 좋겠어.


-그래. 엄마가 노력할게. 화내서 미안해.


-엄마. 나도 잘못했어요.


-엄마가 부탁을 좀 할게. 아빠한테도 부탁했거든. 엄마 좀 도와달라고. 엄마가 좋아질 수 있게 엄마도 노력할 테니까 너희도 엄마 좀 도와줘. 스스로 할 일 잘하고 엄마가 여러 번 말하지 않게 해줘. 그리고 엄마가 얘기할 때 뭐든 잔소리로 받아들이지 말고.. 얼굴 찌푸리지 않았으면 좋겠어. 


-응. 알았어요.




아이들에게는 비밀로 하고 싶었는데.. 들키고 말았다. 그런데 어쩌면 더 좋은 기회가 된 걸지도 모른다. 내가 괜찮아져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생겼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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