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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렉싱턴 Sep 19. 2015

뜨거웠던 시간의, 차가운 기록

금태섭,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

  제목을 정하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렸습니다. 뭔가 강한 표현을 쓰고 싶었는데 이때까지 강한 표현을 써 본 적이 없어서 망설여졌습니다. 처음 이 책을 살 때도 시간이 걸렸습니다. 저자에게는 호기심이 있었는데 정치 이야기라니, 여기에 돈을 지불하기엔 아깝다고 생각했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뉴스에, 라디오에, 인터넷에서 노이즈로 느껴질 정도로 들려오는 한국 정치 이야기를 책으로 사서 보다니요. 제목도 그렇습니다. ‘이기는 야당이 갖고 싶다’. 야당이 이기는(이기고 싶은) 방법을 쭉 써놓은 모양입니다. 국민의 정치 의식 수준이 낮다, 국민의 정치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필요하다면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이런 내용이 있을까봐 벌써 피곤함을 느꼈었습니다. 하지만 오로지 저자에 대한 관심으로, 한번 속아 보자는 생각으로 샀습니다. 저자가 누구길래?


  책을 쓴 사람은 금태섭 변호사입니다. 2012년 대선 때 안철수 현 국회의원의 선거캠프에서 활동했습니다. 그 때는 사실 잘 모르는 사람이었습니다만,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던 분이라 알고는 있었습니다. 2006년, 검찰에 몸담고 있을 때 한겨레신문에 기고한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이라는 글로 주목을 제대로 받은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 땐 흥미가는 내용도 아니었고 해서 저자도, 글 내용도 기억에 남진 않았습니다.


  역시 저는 글 잘 쓰는 사람들을 좋아하는데요, 저자에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저자의 SNS를 탐독하면서 부터였습니다. 특히 이명재 전 검찰총장이 현 정부의 민정특보로 임명되었을 때 쓴 글이 기억에 남는군요. 제가 이런 지나간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합니다. 정치 현안이나 법률 이야기를 SNS에 가끔 올렸고, 그것을 읽는 것은 꽤 기다려지는 일이었습니다. 이 책도 SNS에 책 냈다는 소식을 전해서 빨리 접할 수 있었지요. 리뷰를 올리는 이 시점엔 책이 나온 지가 꽤 되었습니다만.


  맘에 들지 않는 제목의 책을 샀으니 독서목록 우선순위에서는 밀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책 내용마저 모르고 있었으니, 목차조차 펴보지 않은 겝니다. 목차라도 읽었으면 아마 계속 읽었을텐데. 책의 내용을 어렴풋하게나마 알게 된 것은 책 출간 후에 저자가 열심히 홍보를 한 덕택이었겠지요. 뉴스에서, 팟캐스트에서 이 책의 내용을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아, 2012년 대선 준비하면서 남긴 기록이더군요. 그제서야 호기심이 가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한국 정치 지형에서, 현 야당은 질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책 제목을 처음 봤을 때도, ‘지니까 야당이지, 이기면 여당이게?’ 바로 삐딱하게 바라볼 정도로요. 하지만 저자는 그 문장이 어쩌면 현 야당에게 면죄부를 주는 게 아닌가? 라는 의문을 던집니다. 이것저것 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들어 봐도, 그것은 지기 때문에 지는 것이다, 라는 말 밖에 되지 않는다. 정치인은 국민의 표를 받음으로써 존재할 수 있는데, 국민들이 표를 주지 않으니까 진다, 라는 말은 말이 되지 않는 거지요.

 

  야당에 투표하는 사람보다 여당에 투표하는 사람이 많아서 야당이 진다는 말은 하나 마나 한 소리 아닌가. 

 (본문 인용)


  선거에 지거나 하면 매번 꾸려지는 것은 비대위 체제지만, 패배의 원인을 진지하게 성찰하는 야당 정치인이 있는건지 저자는 묻습니다. 그리고 2012년, 본인이 뜨겁게 활동했던 대선 캠프에 대한 기록을 담담히 적어내려갑니다.


왜 졌는지 모르면 다시 싸워도 질 수밖에 없다

 (본문 인용)


  재미있었습니다. 언론에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던 안철수 캠프의 속사정을 내부자의 날카로운 눈으로 군더더기 없이 그려냅니다. 하고자 하는 말을 짧고, 명확하게 합니다. 필요한 부분은 큰 글씨체로 써서 읽기 편했습니다. 일부 실명이 드러나는 사람이 있고, 일화를 통해 개인적인 느낌도 곁들이지만 과하지 않았습니다. 야권 세력에 대한 호된 비판이 있지만 그 뒤에 느껴지는 애정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뛰어들어 겪은 사람으로서 마음에 서운한 감정, 뜨거운 감정이 무던히도 쌓였을텐데, 수없이 표현을 고치고 뺐을 저자가 느껴졌습니다. 이게 SNS에서만 느꼈던 저자 글쓰기의 진면목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짤막하게 이기는 야당이 가져야 할 4가지에 대해 씁니다. 공감 가는 말이 많았습니다. 한국정치를 진보와 보수라는 프레임으로 본다면 그 모습을 전부 볼 수 없을 것입니다. 탈북자, 다문화 가정, 젊은 소수자가 본다면 누가 본인의 목소리를 잘 대변한다고 생각할까요? 여당에는 이미 저 사람들이 국회의원이나 당직을 맡고 있습니다. 야당은 어떤 면에서 더 보수적인 집단이 아닐까요?


  저는 아직은 제 글에 저의 정치 지향성을 드러내고 싶지 않습니다만, 단지 한국 정치가 하나의 당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모습은 아니었으면 합니다. 인구 오천만이 넘는 나라에서, 다양한 정당이 다양한 국민을 대표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면에서 야당은 이기는 법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겠습니다. 더불어 저자의 승리에의 열망이 잘 느껴지기도 한 책입니다. 정치인으로서, 책에 썼던 소신대로 스스로의 정치를 잘 이루어나가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글쓰기를 배우려 했는데,힐링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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