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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렉싱턴 Sep 17. 2015

글쓰기를 배우려 했는데,
힐링이 됐습니다.

서민, <서민적 글쓰기>

  책을 처음 본 건 교보문고에서였습니다. 매대에 진열된 '서민적 글쓰기' 제목이 뭔가 맘에 드네요. '서민'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저는 약간 팍팍하면서도 힘 있게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담백한 느낌도요. 호감이 갔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글쓰기 책이라고 하니 마음에 조금 부담이 됐던 것도 사실입니다. '글쓰기 책이 또 나왔네?' 브런치에 글을 쓸 자리를 얻게 되면서부터 글쓰기 책을 조금씩 읽는 중이었는데, 또 글쓰기 책을 만나다니요! '이전에 읽고 있던 책이나 읽자.' 책을 부쩍 많이 사게 되면서 얇아진 지갑도 이런 결심을 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책을 또 만난 건 다음 뉴스펀딩에서였습니다. 서민적 글쓰기 1화를 보니, 꽤 재밌던데요. 별로 못생기신 분은 아닌 것 같은데.. 외모 때문에 의기소침해졌고, 글을 쓰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합니다. 다음 뉴스펀딩 연재를 계속 보다 보면 글 잘 쓰는 법에 대해, 또 저자에 대해 ‘무료로’ 알 수 있었겠지만, 빨리 알고 싶어서인지 얼른 책을 주문했습니다.     


  화요일에 받아서 목요일에 다 읽었으니, 저로서는 꽤 빨리 읽은 편입니다. 그만큼 쉽게 읽힌다는 뜻도 될 겁니다. 이러저러하게 쓰면 글 잘 쓸 수  있다!라는 말은, 별로 없어서 오히려 저는 좋았습니다. 저, 요즘엔 글을, 자주, 길게, 잘 쓰시는 브런치 작가님들을 무척이나 부러워하고 있었거든요. 부담감도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글쓰기 책도 몇 권 읽고 있었고요. 브런치 작가님들의 멋진 글 솜씨를 보며, 또 글쓰기 책을 읽으며 제가 얼마나 낮은  자인가!라고 통탄하고 있었습니다. 이 책에서도 '이러저러하게 써라! 자주 써라! 많이 써라! 많이 읽어라!'라는 말로 가득했다면, 읽는 데 꽤 오래 걸렸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은 글쓰기 실용서라기보단, 저자의 글쓰기 에세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아요.     


  저자는 서른 때부터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시작했다고 하고, 십 년간의 지옥훈련을 거쳐 마흔에 글쓰기를 완성합니다. 의대를 졸업하셨다고 하니, 삼십 대는 누구보다도 바쁘게 사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와중에도 글쓰기를 연습하고 이제는 중앙일간지에 칼럼을 기고합니다. 이제, 대한민국에서 꽤 글 잘 쓰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수많은 시행 착오가 있었습니다. 몇 권의 책을 출판했지만 반응이 신통치 않았고, 스스로도 책들을 부끄럽게 여겼습니다. 한 신문에서 칼럼을 쓰다가 그만두게 되기도 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잘 된 이유는, ‘계속 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몇 번 쓰다가 관둬 버렸거나, 신문의 오피니언 어느 한 켠의 자리를 비켜 줘야 했을 때 아마 포기하고 싶었을지도 몰라요. 신문 같은 곳은 특별히 더, 본인의 맡은 바가 버겁다고 느껴졌을 때 크게 낙심했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가 글쓰기에서 물러나서 다시 천착한 것은 또 글쓰기였습니다.   

  

  제가 올해 서른입니다. 저자는 서른에 글쓰기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올 한 해도 하반기에 접어든지 꽤 됐군요. 저자가 했다는 ‘글쓰기 지옥훈련’을 보니 십 년 동안 정말 열심히 읽고 썼습니다. 저는 제가 어느 정도는 읽고 쓸 줄 아는 줄 알았습니다만, 실제로 써보니 그렇지는 않더랍니다. 브런치 처음 시작할 때 일주일에 두 편을 쓰겠다고 했지만, 일주일에 한 편을 겨우 쓰는 형편입니다. 책 읽는 속도는 왜 이리도 느린지요. 물론 저는 책을 읽는 속도보단 얼마나 많은 것을 얻어가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어쨌든 저는 브런치에 제가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자 했기에 일주일에 두 편씩 글을 올리려면 또 부지런히 읽어야 합니다. 잘 읽어야 합니다. 저자의 지옥훈련 중의 하나는, 하루에 글을 두 편씩 쓰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일주일에 두 편을 쓰려고 합니다만...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제 글쓰기는 마흔 넘어 완성되더라도, 꾸준히 써보려고 합니다. 윽.     

  그렇게 글쓰기를 계속 갈고 닦다 보면 결국에는 자기 색깔이 분명히 드러나나 봐요. 저자의 글은 이 책 외에 한 편도 읽어 본 적이 없습니다만, 책에 실린 저자의 칼럼 몇 편을 보면 유머감각이 빛을 발합니다. 정치, 시사 분야에 대한 칼럼을 쓰다 보니 필연적으로 현 상황에 대한 비판과 풍자가 필요한데, 저자는 위트를 버무려서 읽는 사람이 피식 웃도록 하면서도 글의 내용을 분명히 전달하는 힘이 있습니다. 책 자체도 유머러스합니다. 자기 비하를 하면서 이끌어내는 유머 코드는 조금 읽기 힘들 때도 있었지만, 대체로 어렸을 때 즐겨 읽고 보던 유머 시리즈를 보는 것처럼 재밌고 정감이 갑니다. 이런 유머 코드는 아마 저자가 원래 갖고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그것을 글로 풀어낸다는 건 저자의 말대로 정말 ‘지옥 훈련’을 거쳐서 독자에게 온전히  전달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글을 좀 더 잘 쓸 수 있을까? 한수 배우려고 들춰본 책이지만 제가 얻은 것은 지식보다는 용기입니다. 조금 힐링이 된 것 같습니다. 한낱 지나가는 마음으로 글을 써서는 안 되겠지만, 너무나 큰 부담을 갖고 쓰는 것도 아닌 것 같아요. 묵묵히 읽고 쓰다 보면 저도 언젠가는 저만의 색깔이 분명히 드러나면서,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제 브런치에 저만의 색깔을 채우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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