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거 Jang, <초일류 사원, 삼성을 떠나다>
이미 브런치 독자분들은 아시겠죠. 브런치북 프로젝트 대상 수상작입니다. 저도 한창 브런치에 연재되고 있을 때 몇 편의 글을 읽어 본 적이 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읽을 수밖에 없었고, 정말로 회사 생활의 디테일을 잘 살린 글입니다.
무엇보다 제가 누구보다도 깊이 감정이입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우선 당시의 저는 퇴사를 절실히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고, 다음으로는 제가 저자께서 다닌 그 회사의 계열사에 종사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공학을 전공해서 저자와는 다른 직군에서 일을 했지만요.
작년 여름부터 브런치에 글을 쓰고,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으면서 느꼈습니다. 첫 번째는 물론 글을 잘 쓰시는 분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슈퍼스타 K가 노래 잘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알려 준 것처럼, 카카오 브런치라는 세계에 발을 디디고 보니 글 잘 쓰는 분도 많고, 글 쓰는 게 업(業)이신 분들도 많더군요. 두 번째는 퇴사를 이야기하는 분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회사 다니면서 무수히 만났던 “퇴사를 하고 싶어”하지만 절대 하지 못하는 부류의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실제 퇴사를 하신 분들이 많았고, 이런저런 직장을 옮겨 다니신 분들의 이야기가 많았어요. 저는 제가 일한 곳이 첫 직장이었고, 주변에 퇴사하고 싶다는 사람은 많은데 정작 실행에 옮긴 사람은 정말 드물었거든요. 브런치 작가 동지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반가웠습니다.
각자의 인생은 저마다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걸 글로 끌어내어 표현하는 사람이 있고, 다른 어떤 사람은 또 다른 방식으로 표현합니다. 저자는 본인의 입사부터 퇴사까지를 글로 엮어냈습니다. 저도 저자와 거의 같은 시기에, 이름도 비슷한 회사에서 일했었지만은 이 분처럼 쓸 순 없겠다 싶었습니다. 정곡을 찌르는 표현,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었기에 깨달을 수밖에 없는 통찰들을 보면서, “이렇게 자세하게 써도 되나..” 혹은 “아 정말 열심히 일하셨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브런치에 한창 연재될 때에는 회사 동기들끼리 카카오톡 링크로 서로 돌려 보면서 키득대기도, 한탄하기도 했습니다. 솔직하고 내용이 풍부하면서도 필요 이상으로 냉소적인 면이 없어서 좋았습니다. 퇴사를 기록하는 순간도 끝까지 뜨끈하고 담담하게 써 주셔서 고마웠습니다. 처음 회사를 관두다 보면 이런저런 생각, 많이 들지 않습니까? 자의로 그만두는 건데도 괜스레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건가, 라는 생각도 들던데요.
올해 1월의 어느 날, 첫 직장에서 마지막 출근을 했습니다. 작년 10월 어느 날인가부터 일주일에 한번 근근이 올리던 브런치에 그마저 글을 올리지 못했던 것은 뭐, 제 나름대로의 고민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 때문이었어요. 퇴사하고 글 읽을 시간이 늘어나니 다시 키보드를 두드릴 수 있게 되었답니다.
처음 입사했을 때 회사 안팎에서 과분한 축하를 받았습니다. 부모님께도, 친구들에게도 심드렁한 척, 하지만 조금 힘줘서 내가 어느 곳에서 일하게 됐는지 말했습니다(자랑했습니다). 사내 교육에서도, 부서 배치받았을 때도 많은 분들이 과분한 환대를 해 주셨죠. 퇴사의 뜻을 말씀드렸을 때에는 회사 외부 사람들은 의문스러워했지만 내부 사람들은 처음 왔을 때처럼 아낌없는 격려와 축하를 해 주었습니다. 물론 타인의 삶에 관심이 없어도 축하는 해줄 수 있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것은 입사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아낌없는 축하와 조언들 모두 감사히 받았습니다.
퇴사하고 저의 시간은 점점 흘러만 갑니다. 매년 설날에 들어오던 상여금은 올해부터는 들어오지 않을 것입니다. 부모님께 명절에 당연한 듯 드렸던 무엇인가들이 이제는 조금은 어색해질 것 같습니다만, 제가 뜻한 길을 가보려고 해요. 회사를 다니는 것도, 그만두는 것도 그저 선택일 따름입니다. 선택 이후에 그 선택이 어떠한 선택이었는지 결정하는 것은 선택 이후의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퇴사라는 저의 선택이 어떠했을지, 나중에 이 글을 읽으면서 어떤 기분이 들지 생각해 보면서, 하루하루 진지하게 나아가겠습니다. 무엇보다 많은 직장인 분들이 이 책을 읽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취업을 앞두신 분들은, 뭐, 아직은 읽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기도 합니다. 회사에서 치열하게 한 번 살아 보시고, 잠시 멈춰가고 싶을 때 이 책을 읽어 보세요. 지금 옆에 있는 회사 선배의 조언보다 의미 있을지도 모릅니다. 고맙습니다.
그저 진짜 빵 맛을 모르고 살던 한 사람이 진짜 빵을 찾기 위해 골목을 헤매던 시절의 철없던 추억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어떨는지.(p11)
그러나 유비는 결국 떠난다. 안락한 가마를 버리고 다시 거친 말에 올라탄다. 따뜻한 남쪽에서 추운 북서쪽으로, 전쟁과 상처가 기다리는 그곳으로 다시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간다.(p251)